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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제단체 동의는 불필요

산업재해, 노동자 개인 아닌 안전한 작업환경 못 만든 기업 책임  

기사입력2020-12-29 10:1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가 지난 26일 16개 건설단체 명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안전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인데,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의 형벌인 2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시행되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회에 입법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건단연의 ‘입법중단 탄원서’와 30개 경제단체의 ‘공동성명서’의 기조와 내용은 사실상 같다. 후자가 전자보다 법안 내용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했지만, 도출한 결론은 동일하다. 공동성명서가 에두르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 반면, 입법중단 탄원서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단식농성장에서 정의당 대표단회의가 열렸다. 정의당 강은미(앞줄 왼쪽부터) 원내대표, 김종철 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사진=뉴시스>

이들 경제단체는 모두, 기업(주)에게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과도한 책임을 부담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건단연은 “(산업재해) 안전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30개 경제단체도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 불가항력인 산업재해 책임마저 기업·경영인·원청에게까지 떠넘기려한다고 주장했다. 

업무수행 중 재해 또는 사고. 작업과정에서 노동자의 실수 또는 사규위반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착각·주의태만에도 작업장내 안전장치만 제대로 작동하면,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예방 가능하다. 산업재해의 근본원인은 노동자 개인이 아닌,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지 못한 기업(주)의 책임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올해 중대재해의 84.9%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유는 두가지 중 하나다. 대기업은 위험을 외주화해,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났다. 또 대기업과 50인 이상 기업은, 50인 미만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여력을 가졌다. 결국 50인 미만 기업(주)이 사고예방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중대재해 발생의 온상이 됐다. 

그럼에도 건단연과 30개 경제단체 모두, 산업재해 발생에 기업(주)의 책임이 없거나 미미하다고 인식한다. “산안법상 사망재해 발생시 처벌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으나, 우리보다 처벌수위가 낮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산업국들에 비해 사고사망자 감소효과는 더 낮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들 경제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분석 연구(2013~2017년)’ 에 따르면,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형법 위반으로 판결이 확정된 사용자(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사업주는 2.93%(86명)에 불과했다.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57.25%(1679명)였고, 벌금액수 또한 피고가 사람일 경우 421만원, 법인일 경우 448만원에 그쳤다. 

업무수행 중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적용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주요 내용과 관련 법리, 노사 간의 이해 및 쟁점 모두를 논외로 하자. 그런 연후에 업종·고용형태·종사자 수를 불문하고, 정부는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봐야한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이 노동자의 과실 때문인지. 아니면 노동자의 과실에도 불구하고, 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아울러 산안법 규정에 따라 자신이 부담해야하는 제재 수준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는지. 그리고 수긍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사망에 준하는 피재노동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한번쯤은 헤아렸는지. 

이들 질문에 대해, 이미 건단연과 30개 경제단체가 답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의 귀책사유로 발생했고, 그에 따른 산안법 처벌규정조차 과도하다고. 이들에게 중대재해를 기업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규제를 수용하라고 설득하는 게, 가능한 일이고 합리적인 방식인지 의문이다. 

어차피 양보와 타협을 통해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1년에 산업재해 사망자가 2000명을 상회하는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조치라는 점을 상기하자. 지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건단연과 30개 경제단체의 동의가 아니다. 집권여당이 먼저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후 이들 단체에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면, 엄벌하겠다고 통보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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