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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빚덩이인데, 국가재정은 지켜야 한다고?

국민 삶을 짓누르는 가계부채…경제관료, 잘못된 아집 버려라 

기사입력2021-01-13 0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경제 전반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겨나고 있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 계층의 삶은 말 그대로 연명하기조차 벅차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어쩔 수 없는 정부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볼멘소리와 반발조차 생겨나고 있다. 빚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삶조차도 한계에 놓인 사람들, 감염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게 생겼다는 아우성도 과장은 아니다.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회복과 도약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멀고 현실은 한겨울 추위만큼 차갑고 모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다. 1년이 넘는 코로나19 사태는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켰고, 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했다. 비대면 생활은 가장 가까이 있던 식당, 헬스장, 노래방 등에서 소비자를 분리했다. 동네에서 소비돼야 할 것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택배 노동자를 통해 현관 앞으로 배달됐다. 해서 비대면 생활은 쇼핑몰의 사상 최대 호황을 가져왔고, 택배사들도 덩달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루 300여개의 물품을 배송하다 잇달아 죽어간 택배 노동자. 코로나19 비대면 생활과 저임금으로 유지되는 택배사의 노동환경이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은 더디고,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민에게 지원됐던 1차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고는,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논의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며 전국민 전면지급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논의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며 전국민 전면지급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11일 열린 영상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경제관료의 이런 시각은 불편하다. 복지 과잉이 국가의 가난과 국민의 나태를 불러온다는 복지 포퓰리즘 주장과 다를바 없다. 국가의 책무는 나라 재정을 축적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가난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자영업자가 거리로 나앉고,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이 내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경제관료들의 인식은 낡고 안일하다.

 

일부에서는 전국민 재난금을 지원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재정을 거덜낼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OECD 다른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양호하며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폭증하는 가계부채 규모다. 재난지원금은 경제적 약자에게는 삶을 지탱해주는 안전망이고, 경제적 선순환을 유도하는 마중물이다. 가계부채가 국가의 재난으로 대두되는 위기, 국가재정을 써서 막을 수 있다면 매번 재난지원금을 놓고 주머니 쌈짓돈 꺼내듯 엄살을 부려서는 안된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1일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익을 본 계층이나 업종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일리가 있는 제안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생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에게 국가가 희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저녁시간에 영업을 하지않는 자영업자에게 하루 6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보다 형편이 나아서만도 아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경제 약자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빈곤의 절벽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경제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국민들이 충분히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가계부채로 국민 삶이 지탱되고, 그 부채가 다시 국민의 삶을 짓누르는 바윗덩어리가 돼도 나라 곳간만은 지켜야 한다고? 그건 무능한 경제관료의 잘못된 아집일 뿐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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