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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연구개발…왜 산학연 협업 요원한 것인가

개발역량 모으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야 성공한다 

기사입력2021-01-14 00:0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얼마 전 정부산하 연구소인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모듈형 AI기반 자율작업 로봇이란 이름으로 신기술을 선보였다. 세미나도 열고, 동영상도 공개하고, 여러 소식을 매스컴에 알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 살펴봤다.

 

공개된 동영상은 2가지 였는데, 첫 동영상은 상당히 멋진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응용되는 자율작업 모습을 보여주는 시나리오였다. 아직 구현하지 못한 로봇의 미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우디자동차나 폭스바겐, BMW 등의 미래 스마트공장 시나리오 구현요소를 보여주는 듯 했다.

 

핵심 활용기술에는 비전 기술, 라이다 기술, 자동이송 기술, 협동로봇 기술 등이 있었다. 라이다를 장착한 이송장치가 자율이동을 하며, 비전 센서가 부착된 로봇이 사물을 분석해 팔과 그리퍼를 움직여 원하는 부품을 집어들고 옮겨 담아 필요한 장소에 전달하는 시나리오였다. 이 정도 수준이 실현되는 것이라면, 그간 개발된 기술·수준과 차별화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왜 한국기계연구원이 이런 연구에 참여하고, 훌륭한 인재와 예산을 투입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동영상은 실물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었다. 쉽게 말하면 한편의 멋진 영화였다.

 

공개된 두번째 동영상은 앞선 기대와 다른 다소 황당한 수준이었다. 시연에 사용된 로봇은 이송대 위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흔들렸다. 왜 이런 로봇을 사용했을까?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협동로봇을 사다가 사용해도 결코 이렇게 떨리는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왜 시장에서 활약하는 공급기업과 협업을 하지 않았을까? 국내에는 이미 상업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5개나 있는데 말이다.

 

동영상의 다음 시연 역시 실망스러웠다. 로봇이 부품상자에서 부품을 집어 드는 모습은 매우 느리고 어설펐다. 부품상자에 놓은 부품도 3~4개만 놓아서 그나마 부품을 집어 들었지, 실제처럼 부품상자가 엉켜져 있었다면 로봇은 결코 부품을 집어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본래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이런 것인가?

 

덴마크에서 창업된 유니버설로봇과 같은 기업의 로봇은 물론이고, 일본의 로봇제조업체와 실내 물류제조 로봇 기업들의 전시제품들, 심지어 국내 관련 기업들의 로봇들도 이보다는 더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 등 자원과 자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열린 마음, 협업이 그것이다. 기술개발 또는 연구활동을 연구소, 대학, 기업이 각기 따로 운용하는 것은 국가로서 불행한 일이며 한정된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실제 상업용 제품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협동로봇만 봐도 국내에는 뉴로메카,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한화, 현대로보틱스 등이 이미 상업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들이 AGV 또는 자율이송장치 위에서 공장 내부를 돌아 다니며, 창고에서 부품을 싣고 오는 시나리오는 이미 유효하다. 설사 아주 복잡한 일은 못해도 한국기계연구원의 동영상 수준은 이미 누군가 시현할 수 있다. 왜 시장에서 국가대표 연구소가 뒤처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왜 이미 활약하는 기업체나 대학 등과도 협업이 안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빠지면서 수년 전인 2016년 덴마크를 방문할 때 경험이 떠 올랐다.

 

덴마크는 기존 산학연 협력모델을 바꿔 학교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이나 연구활동이 중복되는 것을 피하고, 연구와 개발역량을 모으기 위해서 대학 중심의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를 만나 안내한 로봇개발 센터장도 실제 대학건물에 있는 연구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유니버설로봇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수 많은 협동로봇을 학교 연구실의 창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학교가 연구공간과 연구인력을 제공하고, 기업과 연구소가 전문 인력과 기술, 연구비용을 제공하는 모델은 서로 상생하고 협업하는 모델로 신선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독일의 경우에도 수많은 지역 프라운호퍼를 중심으로 이러한 산학연 협업모델이 추진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각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배경이 다를 수 있어 일하는 모습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또 자신들에게 적합한 정책과 절차를 강구하는 것은 이해된다.

 

핵심은 기술개발 그리고 연구개발이 경쟁력을 실제 끌어 올리고, 또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설자리가 없다. 덴마크가 수행했던 대학 중심의 산학연 모델이 좋은 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 등 자원과 자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열린 마음, 협업이 그것이다.

 

기술개발 또는 연구활동을 연구소, 대학, 기업이 각기 따로 운용하는 것은 국가로서 불행한 일이며 한정된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종종 기술개발과 연구개발 과정에서 중복된 예산집행을 본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름만 조금 달리할 뿐, 내용이 동일한 연구개발과 기술개발이 이 순간에도 정부예산을 쓰고 있다.

 

의도적으로 복수의 기관이 선의의 기술개발 경쟁을 하도록 연구비를 복수로 제공하는 것과, 이처럼 원칙없이 유사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수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혈세로 만들어진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일컬어지는 이 시대에는 협업과 열린 소통으로 함께 성공하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만 3차 산업혁명 시대로 후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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