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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 없는 가습기살균제 판결

세월호 수사결과도 마찬가지…사법·검찰, 상식과 법 원칙 지켜졌나 

기사입력2021-01-22 11:0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연이은 법원의 보수적 판결과 검찰의 상식에 어긋나는 수사결과 발표는 우려스럽다. 판결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자체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12일 법원의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필러물산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회사들에 대한 무죄판결은 유전무죄라는 해석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판결. 가습기 살균제로 죽거나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할, 수많은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는지 막막하기조차 하다.

 

재판이 끝나자 검찰이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정부를 대표에 한정애 환경부장관 후보자도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피해자 관점의 전향적 지원과 구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재판을 통해 면죄부를 받은 기업이 순순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다.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험난한 2심과 최종심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자들. 그들이 분노하는 것은 재판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재판에 참여해 과학적 검증에 도움을 줬던 전문가들조차, 본인들의 발언 내용이 취사선택되어지고 왜곡되면서 무죄의 근거가 된 부당함을 토로하는 현실은 재판 결과에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전문가의 의견조차 무시된 판결,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법의 공정함과 준엄함이 의심받는 건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 회원들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삼거리에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도 마찬가지다. 12개월 동안의 대검찰청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는 단 2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혐의 처리로 결론이 났다. 세월호 전면 재수사를 내세우며 마지막 수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호언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직속으로 설치된 검찰 특별수사단, 용두사미라는 비난조차도 과분하다. 드러난 사실조차도 무혐의로 처리해 법의 판단조차 차단한 조치는 검찰 권력을 이용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한 민간인 사찰이 무혐의로 결론날 수 있는지, 황교안 전 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 대면조사 한번 없이 서면조사만으로 수사 결론을 낼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구조 헬기를 해경 지위부가 이용하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져 죽음에 이른 임경빈 군. 구조 당시 숨졌을 가능성이 높아 무혐의처리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구조 헬기를 다급하게 찾던 당시 영상과는 배치된다. 법의 판단이라도 받게 해 달라는 유가족의 희망조차 거세해 버린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 과거, 권력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검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독립이 강조되는 건 외압이나 간섭이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라는 의미다. 판결이 존중되는 건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흠결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검찰의 독립은 여타의 권력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검찰권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권이 상식과 통념을 벗어나 기소와 무혐의로 남발된다면, 그건 국가 권력의 정당한 법집행이 아니라 또 다른 국가 폭력이다.

 

법원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회사들에 대한 무죄판결과 검찰 특별수사단의 세월호 수사 대부분 무혐의 처리는 상식이나 법의 형평성, 어느 측면으로 보더라도 잘된 결론이라 말하기 어렵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부와 검찰의 오랜 불신,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는 현실이다. 선출직이야 선거를 통해서 바꾸기라도 한다지만, 사법권력과 검찰권력을 국민의 상식과 법의 원칙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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