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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장점 살펴서 쓸 줄 아는 지혜 필요

버리고자 하면 쓸 사람 하나 없고, 쓰고자 하면 버릴 사람 하나 없다 

기사입력2021-05-23 10:0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국회에서 국무총리와 5개 부처 장관의 임명을 위한 청문회가 있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여당과 야당이 후보자들의 임명을 두고 찬성을 할 것인지 반대를 할 것인지 설전이 오갔다. 결국 후보자 1명은 스스로 사퇴했고, 야당이 임명을 반대하는 2명의 후보자도 국회의 동의 절차없이 대통령이 임명했고, 국무총리는 여당 단독으로 표결해 통과시켰다.

 

이러한 청문회 양상을 두고, 대통령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능력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본래 취지를 잃고 후보자를 흠집을 내는 데에만 열중하는 폐단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본디 청문회는 대통령이 국무총리나 장관 등을 임명하기 전에 국회에서 후보자가 해당 부서의 업무를 어떻게 맡아서 수행할지, 그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후보자가 그 임무에 적절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알아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듣고[] 듣는[] 모임[]이라는 뜻이니까, 청문회는 후보자가 해당 부처를 이끌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업무에 대해 어떤 소견을 가졌는지를 듣고 또 듣는 것이 주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청(聽)자는 귀 옆에 두 입이 말하고 있는 모습으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따르다’ ‘맡기다’라는 뜻으로도 확장해서 쓴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청문(聽聞)이라 해서 듣는다라는 뜻의 글자가 거듭 들어가 있지만, ()과 문()의 뜻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자는 본래 귀 옆에 두 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그린 모습이고, ()자는 한 사람이 꿇어앉아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귀로 무슨 소리인가를 듣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이 소리를 듣는다는 뜻은 같지만, ‘자의 쓰임이 듣는 감각이라는 뜻의 청각(聽覺)이나 귀로 소리를 듣는 힘이라는 뜻의 청각(聽覺) 등에 쓰이고, ‘자는 보고 듣는다는 뜻의 견문(見聞)이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라는 뜻의 소문(所聞) 등에 쓰이는 것으로 보아 듣는 정도가 약간 다르다.

 

다시 말해서 자는 귀를 기울여서 자세히 듣는다는 뜻을 나타내고, ‘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라는 뜻이니까,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서 귀를 기울여 열심히 듣는 것은 물론 후보자와 관련해 세상에 떠도는 소문까지도 들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영어로는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는 리슨(listen)’과 세상에 떠돌아 들리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는 히어(hear)’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영어로는 청문회를 컨퍼메이션 히어링(confirmation hearing)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미국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그저 후보자와 관련해 세상에 떠돌아 들리는 소리 정도를 듣고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청문회는 여러모로 후보자에게는 묻고 따지는 과정에서 혹독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聞)자는 한 사람이 꿇어앉아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귀로 무슨 소리인가를 듣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평생 살아오면서 군대를 다녀왔는지, 음주운전을 한 적은 없는지, 학위논문을 표절하지는 않았는지, 세금을 잘 냈는지 등과 같이 후보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탈탈 털어 버리는 통에 청문회의 본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후보자 망신주기식 청문회가 되어버리곤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에서 장관 후보에 올리겠다는 전화가 오면, 후보자의 가족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하긴 정권 말기에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장관 자리에 목맬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어떤 사람을 쓰려고 하면,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정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느냐보다는 그 사람의 도덕성과 같은 사람 됨됨이를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기(禮記) ‘대학(大學)’편에서 예로부터 온 세상에 밝은 덕을 밝히고자 하는 이는 그 나라를 먼저 잘 다스리고, 그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는 이는 그 집안을 먼저 잘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잘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이는 먼저 그 자신을 잘 닦아야 한다(古之欲明明德于天下者, 先治其国, 欲治其国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라고 한 글귀가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세상에 나아가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의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과 자신의 수양이 먼저라는 인식이 우리에게는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김부겸)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여·야 이견으로 인해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 자리가 비어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해 백성들이 믿고 따르겠냐고 묻자, 공자가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바르지 못한 이를 버려주면 백성들이 믿고 따를 것이고, 바르지 못한 이를 쓰고 뭇 바른 이를 버려두면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擧直錯諸枉,則民服; 擧枉錯諸直,則民不服)”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공자는 사람을 등용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일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보다는 그 사람의 바른 됨됨이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청문회에서조차 후보자의 업무능력을 따지고 묻기보다는 후보자와 그의 가족의 사소한 허물까지 죄다 들추어내어 청문회를 지켜보는 모두를 민망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다못해 작은 가게 하나를 운영할 사람을 뽑더라도 그 사람의 이것저것을 들추어 검증해 보아야 하는 것일 터인데, 하물며 나라의 살림을 맡아 할 사람을 임명하는 일인 만큼 그 사람의 됨됨이 하나하나까지 묻고 따지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청백리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최고의 정승 황희(黃喜)가 실제로는 무려 10여 차례나 노비를 뇌물로 받아 문제를 일으켜서 세종이 여러 번 그를 혼낸 적이 있었지만, 세종은 황희의 정무적인 능력을 믿고 끝까지 내치지 않았다. 버리고자 하면 쓸 사람 하나 없고, 쓰고자 하면 버릴 사람 하나 없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오늘날과 같이 다양하게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사람마다의 장점을 살펴서 쓸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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