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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앞에 사람 있다…450일 넘게 ‘반올림’ 농성

“위로 뿐인” 사과문, 조정 중지…피해제보 느는데 삼성 나 몰라라 

기사입력2017-01-02 16:50
김성화 기자/박홍기 기자 (rukawass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228. ‘반올림으로 알려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제보한 삼성반도체와 LCD사업장 직업병 피해자 수다. 여기에 삼성의 전자산업 분야 계열사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306명으로 늘어난다. 황유미 씨로 인해 삼성 근로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지도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삼성은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보상을 일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께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삼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2015년 삼성의 조정절차 중지 이후, 반올림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도 450여일이 넘었다.   ©중기이코노미

 

황유미 씨 이후 어떻게 진행됐나=20073월 사망한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200510급성 골수성 백혈병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최종인정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20148월 확정됐다. 황유미 씨가 백혈병 판정을 받고 9, 사망 이후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삼성반도체 산업재해와 관련해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것은 황유미 씨가 처음이다. 이후 201612월까지 삼성 전자산업 분야에서 일하다 산재를 신청한 인원은 70명에 이른다. 현재 반올림 카페에도 황유미 씨와 유사한 증상을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같은 라인에서 일했고, 같은 병으로 사망했던 황유미 씨와 이숙영 씨(2006년 사망)에 대해 20116월 서울행정법원은 두 근로자의 사망원인인 백혈병이 업무상질병임을 인정했다. 삼성이 공식적인 대화에 나선 것은 이러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황유미 씨가 사망한지 6년이 지난 20133월이다.

 

삼성과 반도체 피해자들은 이때부터 시작된 실무협상을 통해 삼성이 반도체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운다는 큰 틀의 합의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본협상에 들어간 후 이듬해 20145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이 사건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같은 해 6월에 삼성은 반도체 피해자들 중 일부인 가족대책위원회에 중재를 제안했고, 10월엔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해 조정절차에 들어갔다.

 

중기이코노미가 지난 연말께 찾아 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조정위원회는 가족대책위의 추천에 따라 전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소장(노동법연구소 해밀’)이 위원장을 맡았고, 김 위원장이 추천한 정강자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와 백도명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가 조정위에 참여했다.

 

조정위 설립 초기 반올림은 참여를 거부했다. ‘조정위 설치로 반올림과 삼성의 교섭이 중단되고, 그동안 교섭에서 이뤄진 합의와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으며, 삼성이 조정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해 12월 조정위가 반올림이 독자적 주체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피해자 가족들과 논의한 끝에 조정위에 참여한다.

 

20157월 조정위는 위험에 대해 충분한 관리가 없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공익법인의 설립을 통해 보상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며 여기에 필요한 자금 1000억원을 삼성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내놨다. 조정안과 별개로 삼성은 9월 자체적으로 보상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보상신청을 받았다. 반올림은 이에 반발해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장에서 만난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삼성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사과다. 하지만 권오현 부회장의 사과에는 그것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당시 조정위에 참여했던 백도명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삼성은 권고안 틀을 거부하고 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거부하는 입장이었다. 그 외 내용도 자신들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그에 따라 자체보상을 시행했다. 반면 반올림은 조정위 권고안의 틀은 받아들이되, 세부 모자란 점에 대해 지적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조정위는 삼성과의 재발방지대책은 합의했지만, 사과·보상에 대한 논의가 보류됐다는 발표와 함께 20161월 조정을 중지한다. 여기까지가 그간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삼성과 피해자 그리고 반올림 사이에 진행돼 온 이야기다.

 

사과, 보상, 재발방지빠지고 위로뿐인 사과=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반올림 농성장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과와 기준이 공개된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라며 언론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여전히 갈등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농성을 1년 넘게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2014년 권오현 부회장의 사과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옥시의 사과와 닮아 있다옥시나 권 부회장의 사과문을 보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뭘 잘못했는지 인정하는 걸 보고 싶은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피해자들이 산재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방해하고 자료를 은폐했으며, 오랜시간 삼성과 싸워온 피해자들에게 때로는 폭언과 폭행을 가한 점을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1월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 피해자 가족대책위에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후 삼성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3대 쟁점이 모두 해결됐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반올림은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450여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당시 권 부회장 사과문에는 직업병이란 단어 대신 산업재해 의심 질환발병 당사자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30일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의 책임을 회피하는 단어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당시 삼성의 사과라고 언론에서 떠들었지만, 이전과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책임인정이 빠진 권 부회장의 사과문을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동안 삼성 근로자로서 근로복지공단 또는 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11명뿐이다. 현재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 13건의 소송도 진행중이다.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의 자체보상도 20151231일까지 신청한 사람들만이다. 그러나 아직도 반올림에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황유미 씨 같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삼성은 지금도 황유미 씨를 대하던 태도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2013년 실무협상에서 정한 사과보상’, ‘재발방지대책중 재발방지대책만 합의를 했을 뿐, 사과와 보상은 여전히 없다그렇기 때문에 반올림과 피해자, 피해자 가족이 450여일이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태도가 바뀌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해야만 이 농성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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