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인데…노동법 보호 못받는 특수고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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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근로자’인데…노동법 보호 못받는 특수고용직 캐디, 퀵서비스, 학습지교사…“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

기사입력2017-02-28 17:3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특수고용종사자는 사용자가 실제로 업무를 지시했음에도, 근로자성 판단기준인 고용관계가 불분명해 현행법상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자가 아니어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역시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고용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자 노동기본권보장 입법 토론회에서 한 학습지 교사는 “회사에서 학습지교사 노조를 설립했지만, 법원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특수고용직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에 의거,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 외형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차량 운전사, 방송구성작가, 퀵서비스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외근직 A/S근무요원, 판매원 등이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계약의 외관은 도급, 위임계약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지만 계속적인 계약관계,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 등의 측면에서 보면 일반 근로자와 유사하다. 특히 계약당사자가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경제적으로도 사업주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으로는 일반 근로자와 차이가 없다.

현행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다. 또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명시하고 있다. 근기법상 근로자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명문상 차이가 있다. 근기법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반면 노조법은 사업장 근로를 명시적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 근기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반면 노조법은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의 권두섭 법률원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판례의 변화와 노동기본권보장 입법’ 토론회에서 “노조법상의 근로자 범위가 더 넓다”며 “노조법은 임금이 아닌 수당이나 수수료로 생활하는 경우에도 근로자로 인정한다. 또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가 처벌하는 강제력을 가지며, 노조법은 단결권을 줌으로써 단체협상을 체결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도모하는 법률이다. 입법목적에 있어서도 두 법안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한 학습지 교사는 “회사에서 학습지교사 노조를 설립했지만, 법원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회사에서 노조가 설립된 걸 알고 노조원은 다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은 결국 해고됐다. 이에 대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지만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사유가 합당하냐 아니냐는 따져볼 필요도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노조법 및 근기법에 따르면, 노조가입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자 부당해고로 무효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의 경우 노조법 및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조가입을 이유로 해고를 해도 노동관계법상 구제방법은 없다.

<자료=‘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판례의 변화와 노동기본권보장 입법’ 토론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이들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한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실제로는 타인의 사업에 편입되어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있어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조건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근로자의 개념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시킴으로써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제안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노조법 제2조 제1호에 3개의 목 규정을 신설해 특수고용직을 포섭하는 방식이다. 각 목 규정에 따르면 ‘계약형식과 관계없이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와 ‘그 밖에 다른 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 이 법에 따른 단결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의 경우 노조법에 따른 근로자로 편입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승욱 교수는 “같은 직종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종사자가 존재하는데, 현재 나온 발의안으로는 부족해 보인다”며 “현행 노조법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특수고용형태의 근로자가 없었다. 제2조를 고침으로써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조법에서 무엇을 더하고, 뺄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또 제2조만을 고쳐 근로자범위에 특수고용종사자를 포함하는 것만으로 현재 존재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대통령령으로 포함 대상을 정하도록 한 것은 정부에 백지위임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권 원장은 “해당 발의안을 통해 근로자로 포섭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취지며,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대통통령으로 세부적인 것을 정하는 형태가 일반적인 형태”라며 “물론 제2조만을 개정함으로써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이영철 의장은 “특수고용종사자들이 말처럼 특수하지 않다. 근로자라고 생각하기에 노동조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이런 형태의 고용을 단 한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입법을 통해 특수고용종사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