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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화된 시장 ‘기업분할명령’으로 구조개선해야

美, 독과점 해소 위해 분할명령…日, 독점상태 안되도록 예방 

기사입력2017-08-14 18:20

미국의 독점금지국은 1906년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911년 대법원은 스탠더드 오일을 30개 기업으로 분할할 것을 명령했다. 독점금지국이 취한 기업분할명령은 셔먼 안티트러스트법(Sherman Antitrust Act, 이하 셔먼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셔먼법은 여러 주() 사이 또는 외국과의 거래나 통상을 제한하거나, 독점하려는 모든 계약과 트러스트 또는 결합, 공모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셔먼법은 1890년 스탠더드 오일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법이다. 1870년 설립된 스탠더드 오일은 120개가 넘는 경쟁사들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철도업체와의 결합을 통해 석유수송망을 장악했다. 그 후 차별적인 운송요금을 적용해 경쟁업체들을 제압했다. 이를 통해 스탠더드 오일의 시장점유율은 90%까지 올라갔다.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유력한 기업집단분할명령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기업결합을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미 독과점이 형성된 경우, 순환출자 금지 규정으로 기업결합을 제재하는데는 실효성이 없다.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규정은 신규 순환출자에만 적용되고,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에는 공시의무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순환출자에 따른 기업결합이 문제시되면서 대안으로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설립요건이 지속적으로 완화돼 버렸다. 또 공정거래법상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시장경쟁 제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면서 기업결합 신청이 불허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에서 공고해진 독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 기업집단을 분할하는 방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업분리명령제또는 계열분리명령제가 독점화된 시장을 경쟁시장으로 복원하기 위한 사후적 조치로 주목받는 이유다.

 

<자료=국회 '문재인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의 경우 관련시장에서 가격을 통제하거나 경쟁을 배제하는 힘이 있거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이면 독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에 대해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가 불충분한 경우, 자산을 처분케 하거나 또는 특허권에 대한 독점을 풀어주는 강제실시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결했다. 기업분할명령도 그 일환이다.

 

규제정책 거부, 독점적 지위 ‘AT&T’기업분할을 명하다

 

법률사무소 휴먼의 김종보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스탠더드 오일과 같이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독점을 두고 볼 수 없는 미국정부의 입장이 기업분할명령제를 통해 나타났다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현대·기아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기업분할을 명령하려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우월한 기술이나 효율성, 자연적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 형태라고 판단돼야 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1984년 미국 통신기업인 AT&T의 분할이다. AT&T는 장거리전화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거리 통신사업본부와 전국의 22개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수십년동안 독점적으로 벨 시스템(Bell System)이라는 일원적 체제로 운영해 왔다. 한때 AT&T의 미국 전화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었다.

 

미국정부는 AT&T가 독점적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전화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치에 있어 타사 제품 사용을 거절하고 경쟁자의 비용을 상승시키기 위해 차별적 관행을 행했으며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정보를 은폐하고 규제정책 준수를 거부했고 비용과 무관하게 서비스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AT&T7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19848개의 독립회사로 분할했다.

 

또 미국 알루미늄을 사실상 독점생산하고 있던 알코아(Alcoa)사는 사업초기 알루미늄 제련기술 특허권을 통해 성장했다. 이후 특허권이 소멸되자 알루미늄 원광과 발전소를 매입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생산량을 늘려 독점생산자로 올라섰다. 미국정부는 알코아가 독점지위 유지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기업분할을 명령했고, 1945년 공장설비 매각을 통해 3개의 기업으로 나눴다. 담배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던 아메리칸타바코(American Tabacco) 또한 191116개의 지역회사로 분할됐다.

 

일본, 법 조항으로 사업자가 독점상태 안되도록 예방효과

 

일본 또한 독점금지법을 통해 사적독점 및 부당거래를 제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기업분할제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업의 일부 양도’, ‘의무위반행위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명시해 기업분할명령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한다.

 

<자료=국회 '문재인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 자료집/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업분할명령 요건으로 일본이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사업자가 독점적 상태에 있어야 하고 기업분할 조치로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의 공급에 필요한 비용이 현저히 상승할 정도로 사업규모가 축소되거나 재무상황이 불건전해지고 국제경제력 유지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어야 하고 당해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해 경쟁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다른 조치가 강구될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실제로 기업분할명령이 취해진 적은 없지만, 법 조항만으로도 사업자 스스로 독점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도 기업분할명령제도와 유사한 규정이 있다. 동법 제16시정조치에는 동법에 명시된 기업결합의 제한’,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설립제한’, ‘순환출자의 금지’,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금지등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 처분 임원사임 영업양도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주식처분이나 영업양도는 사실상 기업분할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거니와, 일본처럼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독점화된 시장구조에서는 기업분할을 통한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간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같은 행태적 조치만을 취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당국인 공정위가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조항이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조적 조치를 우선 취해야공정위 집행의지 의문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결합이 이뤄질 당시에는 자산이나 주식처분 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이미 이뤄진 기업결합과 독점에 대해 사후적으로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시장에서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분할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공정거래법 제16조에 주식의 처분이나 영업양도와 같은 시정조치 사항이 있어도, 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확보하고 규율해야 할 공정위에서 집행의지가 없었다시장의 자정능력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벌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진행되고,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그간 공정위가 기업을 위해, 기업편의를 위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후적 조치는 물론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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