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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적폐만 청산돼도, 우리 국민 살 만 해진다”

참여연대 20년 활동, 이젠 서민경제…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 

기사입력2018-05-16 13:33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년의 참여연대 시민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접고 민생경제연구소에 새 둥지를 틀었다.   ©중기이코노미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2016년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민생현안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 20여년간 참여연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는 동안, 그의 세포는 늘 깨어있고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사무처장 임기가 종료되며 참여연대를 떠났다. 오랫동안 참여연대의 얼굴로서 활동했고, 이제는 후배들이 더 성장하고 빛이 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게됐다고 안 소장은 말한다. ‘홀가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간의 삶이 너무 무거웠고 패기도 예전 같지 않지만, 참여연대를 떠나서도 당분간 활동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후의 그의 궤적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상지대학교 초빙교수,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로서, 그간 몸으로 익힌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민생경제연구소는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아직 정식 사무실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뜻을 함께 하겠다고 100여명의 사람들이 나섰다. 안 소장은 민생경제연구소에서 경제민주화와 민생살리기를 위해 작은 이슈라도 발굴해 연구하고, 시민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촛불정부 1년…80% 가까이 지지받지만 서민경제는 ‘부족’


“문재인 정부 1년, 지지율이 80%가까이 기록하며 많은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민경제를 생각하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미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성공으로 귀결되려면, 적폐청산과 남북평화와 더불어 서민들의 삶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한 좌담회에서 민생공약 이행성적은 B등급이었다. 낙제점수는 아니지만 다른 정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안 소장은 문재인 정부 1년 동안은 인수위도 없었고, 적폐청산을 위해 전 정권의 잔재들을 뒤치다꺼리하랴, 남북 간 화해국면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을거라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가, 내 삶이 나아지고 있는가에 대해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렇기 때문에 민생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 모아져야 합니다.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400만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작은 행복을 얻게됐다는 점을 일부 수구언론이나 경제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1000만명 정도가 월 200만원이하 급여를 받는데, 최소한 이 1000만명이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되죠.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불능력이 부족한 일부 종소기업과 중소상공인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정말 최저임금 때문에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이 어려운가?


그러나 안소장은 ‘최저임금이 정말 중소기업, 중소상공인들을 어렵게 하는가’라고 자문하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와 함께 진행 중인 ‘가카임 캠페인’이라고 답했다.


한국중소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민변, 참여연대 등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은 지난 3월부터 “내리자 가·카·임(가맹비·카드수수료·임대료)! 지키자 최저임금! 함께살자 갑을병!”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중소상공인의 98%이상이 임차인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매달 지불하고 가맹·대리점 본사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많은 편의점의 경우 본사가 매출액의 35%를 로열티로 받아가는데, 월매출 1000만원이면 로열티로 350만원을 가져가는거죠. 로열티를 30%로만 줄여 본사가 50만원을 덜 받으면, 아르바이트생 2명의 최저임금 20만원씩 올려주고 점주에게도 10만원이 남아요. 그러니, 우리가 당장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신용카드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유통업체에게는 0.7%의 수수료를 받고, 중소상인들에게는 2.5~3%를 받는다는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가맹점주들은 신용카드 수수료로 매월 150~200만원을 낸다. 이들이 대기업과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 매월 100만원이상의 여유가 생긴다. 안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고도 남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생활적폐만 청산돼도 우리 국민들 살 만 해진다”


“권력형적폐 청산에 주력했던 1년, 앞으로는 민생영역에서 벌어지는 생활적폐 청산에 주력할 것이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방향은 매우 타당하다고 봅니다. 채용비리·학사비리, 토착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경제적 약자 상대 불공정·갑질 행위 등 민생과 직결된 영역에서 벌어지는 ‘생활적폐’들만 청산돼도 우리 국민들은 살만해 집니다”


안 소장은 우리사회 전반을 서민·중소기업·중소상인 친화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당 정치와 시민사회가 발달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은 그 활동이 저조했던게 사실이지만, 촛불혁명 이후로 시민들의 정당 참여와 시민운동 참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가맹점주·대리점주가 자살하기도 하고, 이를 계기로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전국가맹점주연석회의·한국중소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의 시민상인단체가 탄생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시민단체, 상인단체들의 희생과 투쟁의 결과로 가맹사업법·대리점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생겨나고, 본사의 폭리와 횡포도 조금씩 줄고 있다.


안진걸 소장은 민생경제연구소에서 뜻을 같이 하는 시민사회와 함께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의 적폐를 찾아내 연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안 소장은 소비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우리 헌법이 유일하게 보장하는 시민운동이 소비자운동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대기업 옥시가 휘청거렸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안전을 등한시한 결과죠. 소비자집단소송제도 등이 도입되면 기업은 질 좋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죠. 결국 소비자의 참여나 캠페인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닌, 기업을 살리고 나라경제를 발전시킬 방법입니다 ”


한국 민주주의의 향후 방향은 ‘평화·민생 민주주의’


민생경제연구소는 뜻을 같이 하는 시민사회와 함께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의 적폐를 찾아내, 연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민생경제연구소는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김성태·이완영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또 국내에서 판매 중인 무연산 위스키들을 12년산·17년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하는 동시에 폭리를 취한 골든블루와 디아지오코리아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 가까이 드러나지 않는 민생적폐는 여전히 많다.


안 소장은 궁극적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방향을 ‘평화민주주의’와 ‘민생민주주의’로 진단했다. 우리 국민들은 전쟁, 냉전,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 등으로 끊임없이 불안을 품고 산다. 국민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평화민주주의는 그래서 중요하다.

 

또 서민·중산층·중소기업·중소상공인·노동자·청년들이 하루에 8시간 일하면 부자는 아니라도 먹고살면서, 교육·주거·통신 부담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민생민주주의의 확립이 가장 시급하다는게 안진걸 소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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