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주요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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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정위…주요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사? 지난해 민원신청 4만건…구제수단 다양화·활성화가 선행돼야

기사입력2018-07-18 19:41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조사개시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공정위가 재량권을 남용해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불복방안으로 민사소송 활성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18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기업법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올바른 공정거래법 개편을 위한 토론회’에서 세종대학교 법학부 최승재 교수는 “공정거래법 절차법제 개정은 3가지 기본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피심인 절차보장이 이뤄져야하고, 신고인의 피해회복을 위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사와 권리구제가 보장돼야한다. 또한 공정위가 가진 유한한 인력과 예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접수 3000건·민원신청 4만건…600명으로 버겁다

공정위가 한정된 자원에 비해 너무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사건 및 민원 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에 접수된 사건은 3188건, 이중 1840건이 경고이상 조치를 취했다. 민원신청까지 확대하면 4만1894건에 달한다. 공정위는 “민원신청의 경우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시효가 지난 것, 이미 신청했던 민원을 재차 신청한 것 등 소관법률을 적용해 정식사건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중요사건에 집중...나머지는 민사소송으로 해결

최승재 교수는 “민원이 4만건 넘는다는건 공정위가 아니면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공정위가 해소해주지 못하면, 국가 전반 시스템에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게 되는 것”이라며 “공정위 총 인력이 600명 수준이다.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처리를 위해, 공정위는 중요사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대안이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는 당사자간 분쟁성격의 신고사건에 따른 업무가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중요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신고사건은 조사하지 않는 방안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라 신고사건 조사개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안 ▲공익상 필요에 따라 신고사건 조사개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별위원회는 사건처리 신속화·효율화 방향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위 3가지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신고가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수단이고, 분쟁조정 확대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량권 부여, “공정위 불신으로 귀결될 우려도 있다”

18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기업법연구소,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올바른 공정거래법 개편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최 교수도 특위와 마찬가지로 재량권 부여에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공정위는 주요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사소송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정위 행정력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재량권 행사는 공정위에 대한 불신과 절망감으로 귀결될 우려도 있다”며 “조사를 개시하지 않는 경우엔 그 이유를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민사구제수단 활성화 대책은 당연히 재량권 부여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하는 맥락에서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중기부·검찰 등 타 기관과의 협력 모색해야

사건처리 신속·효율화 방안으로 공정위와 타 기관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을 논하다(2)’ 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공정위가) 신고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벤처부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하도급·유통·가맹 등 일부분야에 대한 조사·처분·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정위는 경쟁정책과 시장개선 대책에 집중하고, 독과점·담합에 대한 수사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25일 개최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을 논하다(1)’ 토론회에서 민변 김남근 변호사도 ‘협력’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검찰과 조달청, 감사원, 중기부, 지자체 등 관련사건을 다루는 행정기관에 조사부를 신설해 협력행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행정기관에 조사부를 둘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검찰과의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행정지침을 만들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현재는 중앙지검에 공정거래전담부를 두고 있지만, 향후에는 법무부에 불공정거래 관련소송을 전담지원하는 행정부서를 신설해 법무행정 차원에서 공정경쟁 행정을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