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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개편안, 정부 일방 추진은 위험하다

노정간 정면충돌은 모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뿐이다 

기사입력2019-01-10 14:5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왜 이리 조급하고 우왕좌왕하는지 알 것 같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된다. 두더지잡기 게임도 아니고 원칙과 기준도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일단 망치질부터 하고 여론을 살핀다. 촛불정권의 주체세력인 촛불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문재인 정부를 향한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의 저주만 들릴 뿐이다. 지난 1년내내 최저임금 절대금액을 낮추고, 그것도 모자라 이젠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1년의 학습시간도 부족했는지 신년초 정부가 또다시 최저임금 늪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극우·보수 세력의 총력전에 떠밀렸다면, 올해는 정부 스스로 수렁을 찾아들어간 꼴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 방안과 관련 10일 전문가토론회를 시작으로, 한두 차례 토론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2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구조 및 방식,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최저임금제 전면개편이다. 30년 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데, 정부 독주에 더해 제동장치도 없이 가속페달만 밟는 모양새다. 2월중 바꾸지 않으면 나라가 절단나기라도 할 듯 몰아붙이는 합리적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제 전면개편 내용의 당부는 논쟁여지가 다분하니 여기서 따지지 않겠다. 다만 최저임금제 적용 당사자인 노동계를 철저히 패싱하는게, 정녕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는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존중’이 아니더라도 저임금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최저임금제 개편에 앞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게 선출된 권력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란 점도 지적해 둔다. 

2월중 최저임금제 개편안 시도는 위험하다. 노정간 파국을 피하기 위해, 아직 여지가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지난 9일 양대노총은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기준 변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실리 측면에서도 최저임금제 개편안은 시간을 두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협의를 거쳐 추진하는게 맞다. 정부가 최저임금 개편안을 꺼내들자, 노동계는 총파업 등 강력한 저항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최저임금 개편안 추진의 최종적인 종착지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지만, 노정간 정면충돌은 노정 모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뿐이다. 촛불정부가 노동계를 아예 배제하고 갈 요량이 아니라면, 2월중 처리방침은 수정돼야 한다. 

노정갈등이 지금보다 더 증폭되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사회적 대타협’은 시도조차 못하고 무산될 수 있음도 지적한다. 규제를 혁신하고 기업이 투자한들, 노동자의 동의·설득이 전제되지 않으면, 생산현장이 제대로 가동될 수 없다.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 스스로 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노동계의 협조는 필수란 얘기다. 

진심으로 당부하건데,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말하면서 노동계를 들러리로 세우는 우를 더이상 범하지 않아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의 사실상 유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통한 최저임금액 삭감 등 노동계의 양보가 필요한 사안 모두 정부 일방이 결정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인내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더 이상의 인내심이 노동계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2월중 최저임금제 개편안 시도는 위험하다. 노정간 파국을 피하기 위해, 아직 여지가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이번 한번만이라도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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