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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손실 전가에 하도급업체 죽어가는데

하도급 갑질로 적자누적, 파산…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적극 나서라 

기사입력2019-09-09 00:00
김남주 객원 기자 (knj.lawyer@gmail.com) 다른기사보기

김남주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조선소?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서는 낯선 이야기다. 그래도 언론에서 한국 조선소가 세계 1등이라는 기사는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조선소에서 사고가 났는데, 또 희생자가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기사가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선소 하도급 갑질 이야기는 좀 낯설 듯하다. 편의점이나 대리점의 본사 그리고 건물주 등의 갑질 뉴스는 꽤 들어봤지만 말이다.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조선소 하도급 피해자들의 노력이 부족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필자라도 좀 알려야겠다.

 

하도급법 위반 대우조선해양조선3사 공정위 제재 위기

 

올해 2월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에 약 10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할 것, 다시는 하도급법을 위반하지 말 것을 명령하고, 검찰에 회사 법인을 하도급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초강경 제재를 단행했다

 

이 제재로 대우조선해양은 높은 벌점을 받아 건설업 영업정지, 공공입찰 자격 제한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공공입찰을 못하게 되면 정부로부터 낙찰 받아 잠수함과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추산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공정위의 이 제재로 인수 계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제재보다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앞으로 다가올 파고가 더 거칠 것이다. 공정위는 현재 직권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하도급법 위반 여부 전수조사를 마무리했다.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세계 3위권인 삼성중공업도 공정위의 강도 높은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몇 년째 받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조사는 끝났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된 후 전원회의를 거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3사 수주전해양플랜트 적자 하도급업체에 전가

 

왜 초대형 조선3사가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타깃이 된 것일까? 거칠게 말하면 단가후려치기, 선공사후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2013년 무렵부터 조선경기가 악화됐다. 초대형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에 주목하고, 수주량을 늘리는 전략을 수립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위에 떠 있는 초대형 시설물이라서 매출규모가 크지만, 그만큼 설계와 시공이 매우 어렵다. 초대형 조선3사는 그전까지 해양플랜트를 시공해왔지만 설계와 시공을 함께하는 턴키방식으로 수주를 한 적이 없었다. 수주잔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자 마음이 급하기도 하고,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수주전에 나섰다. 거기에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섰다는 의혹도 있다.

 

그렇게 초대형 조선3사가 일시에 수주에 몰리자 가격은 하락했고, 무더기로 저가 수주를 했다. 저가로 수주한데다가 설계능력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건조 일정보다 늦게 설계도가 나왔고, 설계가 잘못돼 자주 설계도가 바뀌었다. 설계가 안정적이지 않자 자재는 늦게 입고됐고, 생산일정은 뒤죽박죽이 됐으며, 설계가 바뀔 때마다 이미 용접한 철판은 떼어내고 다시 용접해야 했다.

 

당연히 초대형적자가 발생했고, 그 적자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했다. 한편으로 대우조선해양은 그 초대형적자를 분식회계로 감췄다. 하도급업체가 충격을 흡수하는 범퍼로 사용된 것과 유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에 수정작업에 대한 대가를 15%~20% 수준으로 지급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대금을 후려칠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작업을 하게하고, 계약서를 나중에 작성하는 이른바 ‘선공사 후계약’이 만연했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손실 전가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적자 누적과 파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설계가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수정작업이 본래 작업만큼 많았지만, 그 하도급대금을 턱없이 부족하게 지급하자 하도급업체는 직원들 월급을 주면 적자가 발생했고, 그 적자가 계속 쌓였다.

 

초대형 조선3사에 항의를 하자, 담당자들은 바로 회사의 결재를 받아서 추가로 손실을 만회할 만큼의 하도급대금을 지급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도급업체는 이런 원청의 말을 믿고, 사재를 털어서 직원들 월급을 줬지만 역부족이었고, 원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점차 4대보험과 부가세를 못내게 됐고, 더 가서는 직원들 월급과 퇴직금을 못주게 됐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렇게 하도급대금을 후려칠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작업을 하게하고, 계약서를 나중에 작성하는 이른바 선공사 후계약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조사에서 선공사 후계약을 자행했고, 그에 따른 예상 과징금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하도급업체에 의하면, 대우조선해양의 갑질 행태는 똑같이 다른 초대형 조선소에서도 벌어진다고 한다.

 

민사소송으로 이긴 적 없는데 징벌적 손배는 그림의 떡

 

민사소송으로 못 받은 돈을 받아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필자가 아는 바에 의하면, 하도급업체가 초대형 조선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이긴 예는 10여년 전에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해서 딱 1건이 있었고, 그것도 2심에서 뒤집혀서 최종적으로 이긴 사건은 없다

 

민사소송에서 1배도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데, 3배까지 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당연히 조선소 하도급 사건에서 사례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다. 실상이 이런데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대기업을 옥죈다느니, 피해구제 문제가 해결됐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정치인·언론인들이 있는데, 물정을 모르는 소리 아닌가?

 

하도급업체들은 개별적으로 피해를 호소해 오다가, 2016년도 무렵부터는 국회와 시민단체에 손을 내밀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제윤경 의원 그리고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과 함께 피해사례 발표대회, 토론회,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 등을 열어 실상을 알렸다. 그 결실로 공정위가 나서 초대형 조선3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제재에 나섰던 것이다.

 

아직도 먼 피해배상피해자들은 말라죽어가고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5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아직도 하도급업체 직원들은 미지급 임금이 있고, 대표들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개인파산 상태에 있다. 초대형 조선3사가 아직도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구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벌써 몇 년째 국회, 공정위, 산업은행 등을 쫓아다니며 호소했지만, ‘말라죽어가고있다.

 

근본적으로 피해배상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시정명령의 방법으로 피해보상을 명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위가 더 철저히 사건을 조사해서 개별업체의 피해액까지 밝혀내야 한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면, 더 적극적인 공정거래 행정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대한민국 정부가 100% 출자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과반수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 산업은행은 최대 채권자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서 경영전반을 감독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태에 산업은행과 대한민국 정부는 제3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그런데도 산업은행, 여당, 정부 특히 청와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탓만 하거나 경제의 자율성을 위해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당사자가 마치 구경꾼마냥 책임감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말라죽어가는피해자들에게 공정경제라는 국정목표를 외쳐봐야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방패막이 김앤장, 패소율 높은 공정위, 대기업 걱정 법원

 

이때 어김없이 등장한 갑들의 방패막이 김앤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처분을 소송전으로 몰고 갔다. 1차전은 김앤장의 판정승. 김앤장이 대우조선해양을 대리해서 이 제재 처분의 효력을 중단시켜달라는 청구를 서울고등법원이 일부 받아줬다. 일부 받아준 부분이 핵심적 이익이 걸린 벌점부과 효력, 즉 벌점 5점이 넘으면 공공입찰 자격제한, 10점이 넘으면 건설업 영업정지가 되는 그 효력이었다. 하지만 시정명령, 108억원 과징금 납부명령, 검찰 수사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청구는 기각됐다.

 

소송전은 이제 본격화됐고 공정위의 제재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지가 법원의 판단에 달려있다. 법원도 그동안 대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번 대우조선해양 효력정지 사건에서도 그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종전 친대기업 판단을 계속 유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 중요사건에 있어서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고, 반대로 대기업의 승소율이 높았다. 그것이 대기업이 김앤장과 같은 대형로펌을 선임해서 그런 것인지, 공정위가 소송대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인지, 법원이 대기업 봐주기 판결을 해 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삼박자가 맞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공정위는 법무예산을 더 확보해서 김앤장과 겨룰 수 있도록 더 체급 높은 법무법인을 선임해야 할 것이고, 김앤장과 같은 대형로펌은 자료를 숨기거나 판사와의 연고를 앞세우는 등 부당변론을 삼가야 할 것이며, 법원은 마치 대기업에 채찍을 들면 나라가 기울어질지 모른다는 기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법원에 한마디 더하면 을들이 증거를 확보하기 매우 어렵고, 갑은 경제력을 활용해서 증거를 삭제하고 조작하기 너무 쉽다는 점, 을들이 작성한 민형사소송을 포기하겠다는 합의서는 어쩔 수 없이 작성됐다는 점 등 갑을관계의 실상을 감안해서 현실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외치면서, 세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그래도 이렇게 한걸음 나아가기 어려워 을들이 말라죽어가야 할 줄은 몰랐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남주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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