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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대우조선 민영화 방식, 경남도민 요구 수용해야
조선산업 재편 문제를 넘어, 촛불정부 성공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
- 기사입력2019-02-25 16:4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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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특혜 논란을 동반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방식에 반대하는 경남지역 시민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은 92.16%, 압도적인 찬성률로 매각 저지를 위한 파업을 결정했다. 인수주체인 현대중공업의 노동조합 역시 과반수를 상회하는 찬성률(51.58%)로 합병반대 파업방침을 확정했다.여기에 ‘대우조선 매각반대·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가 26일 발족, 매각반대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경남대책위원회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시민사회 그리고 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 경남도당 등 이 지역 진보색채를 가진 제정당 모두와 시민사회 대부분이 참여했다. 경남대책위는 경남도·경남도의회·거제시·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등 제도권에 참여를 요청하는 등 지지세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이행규 거제시의회 전 부의장이 한 언론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은 지난 18년 동안 약 171조5000억원이다. 이는 같은기간 경상남도 GRDP 총액의 12.5%에 해당하며, 25만명 거제시민 모두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120%에 맞먹는 금액이다. 사정이 이러니 경남도·경남도의회·거제시·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경남대책위가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집권여당 경남도당은 물론 지방정부 또한 정부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추혜선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공동 주최해 열린 조선산업 생태계 무너뜨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어쩌자는 것인가. 지금 중앙정치가 경남지역 민심을 얻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밀어붙일 동력이 있다고 판단하는가. 현실은 정 반대상황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경남지역은 물론 전국의 민심을 하나로 모아도 극우로 치닫는 자유한국당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공연히 2월 임시국회 폐업을 거론하면서, 3월 임시국회 개회를 목표를 협상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하고, 선거법개정안도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국회 개원자체가 부담이다.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경제민주화법안과 선거법개정안을 패키지로 묶는 패스트트랙을 검토한다고 한다. 어차피 자유한국당은 경제민주화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선거법개정안에는 관심조차 없다. 나아가 선거법개정안 패스트트랙 상정은 의회민주주의 부정이란 자유한국당의 저항도 넘어야 한다. 이같은 정치지형에서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바른미래당을 견인해, 자유한국당만을 고립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다.그런데 정부와 집권여당은 지금 이 시점에,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문제를 꺼냄으로써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 2월 임시국회가 물건너 간 건 물론이고, 3월 임시국회 개회여부도 자유한국당이 키를 쥔 현실을 망각했다. ‘주적’을 상대로 한 싸움도 버거운 판에 경남지역 민심까지 거스르면서, 집권여당이 주도하는 국회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정책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에나 풀어야 할 문제였다.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가 된 이후 20년가까이 된 해묵은 과제다. 또 앞서 언급했지만 경남지역 등 관련기업 종사자 모두의 생존권이 걸렸기에, 이해당사자간 양보와 타협 등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한 첨예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 등으로 이미 수차례 민영화가 시도했지만, 뜻하지 않은 외부변수로 무산된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노동시간단축 등 논란만 자초했던 정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를 시민사회에 던진 꼴이다.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재벌특혜란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지금 당장 현대중공업에 떠넘기기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너무 좋다. 적자기업 현대중공업과 우량기업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효과 설명만으론 민영화 명분이 부족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 그리고 경남지역 제정당 및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다.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일본·중국 등 경쟁국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란 문턱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양사가 합병하면 합병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6%, 원유운반선(VLCC) 시장점유율은 72.5%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중국의 공정당국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2/3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공룡조선사 출범을 용인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실현가능성도 크지 않으면서, 국민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정부가 굳이 강행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산업은행이 시작한 일이기에,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먼저 나서 수습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맺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MOU는 강제력이 없는 양자간 양해각서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특히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경남지역민 대다수가 반대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두고 다른 방식의 민영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개혁입법 추진을 위해 국민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에 등을 돌린 경남지역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으로서도 가장 바람직한 선택지다.해서 제안한다.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중인 민영화방식을 전면 철회하고, 경남지역대책위와 협상채널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양자간 협의를 통해 실현가능하고, 경남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의 민영화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문제는 국내 조선산업 재편의 문제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길 바란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