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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노동계·시민사회 숙고해 주길

소상공인 생존기반 구축,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 

기사입력2020-03-28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봇물이 일순간에 터졌다. 논쟁 수준에 머물렀던 ‘재난기본소득’. 이른바 대세가 된 모양새다. 불을 붙인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아이 어른 구분하지 않고, 소득과 자산과 무관하게 1300만명이 넘는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3개월 내에 사용해야하고, 골목상권 등에서만 통용된다는 제한이 있지만 사실상 현금이다.

 

28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민·관 합동 전문가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엄밀하게 따지면 ‘기본소득’이 아니라 ‘재난소득’이다. 정기·지속이 아닌 코로나19 재난 극복 지원을 위한 일회성 소득이다. 기본소득이라 칭하기에 금액 자체도 너무 적다. 시혜를 전제로 한 선별적 복지만을 경험했던 우리 국민에겐 신세계다. 단 한 차례에, 금액도 크지 않지만, 기본소득의 최소요건을 갖춘 ‘보편적(무차별)’ 복지의 파장은 컸다.
 
경기도가 지난 16~17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필요성’에 동의했다. 경기도에 이어 여주시, 안양시, 군포시, 양평군이 시·군민 1인당 5만~15만원까지 추가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들 지역 단체장이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 중 하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결단에 대한 경기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다. 이들 시·군 역시 추가 급여를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사용기한 및 사용처를 제한하는 방식도 경기도와 동일하다. 오늘 이후에도 경기도내 상당수 기초자치단체장이, 경기도와 유사한 형태의 지원책을 채택할 것이라 예상해도 무방하다. 

 

전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부산·인천 역시 기본소득에 준하는 수준의 재난극복 급여를 지급한다. 한동안 고개를 들었던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의 ‘현금살포’·‘퍼주기’ 선동 역시 세를 잃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억지 주장·궤변이 가져올 역풍을 알아서다.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민선 단체장, 이들 대다수가 현금성 재난극복 급여를 지급해야만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큰 돈은 아니지만, 모처럼 서민 호주머니에 뜻밖의 돈이 들어온다. 유사한 시점에 서민 모두에게 들어온 사실상 현금이다. 이들 돈 모두가 3개월 이내에 골목시장을 찾아간다. 명칭은 각각이지만, 재난소득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어 줄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사용처와 사용기한이 제한된 지역화폐가 전통시장 등에서 굴러다님으로써 눈덩이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지역화폐 순환을 통해 어느 만큼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질지. 그 결과 코로나19 재난극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이왕 디딘 발걸음, 한발짝만 더 나갔으면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모처럼 괜찮은 제안을 했다. 안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한계상황에 몰린 서민들을 대상으로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특별생계대책으로 현금 10만원, 현물 15만원으로 구성된 월 25만원의 재난급여를 4개월에 걸쳐 총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에 포률리즘 딱지를 붙인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의 ‘현금살포’ 공세를 막을 방패를 제공했다. 지원 규모 및 방안은 좀 더 다듬어야겠지만, 전대미문의 대재앙 속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임은 분명하다. 특히 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음에도,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적인 재난소득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 안 대표의 해법이면 즉시 바로 잡을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의 임금 중 10%를 3개월 사용 유효기간의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사진=뉴시스>
특별생계대책 100만원 이외 안철수 대표는 또 하나 고민해볼 아이디어를 내놨다. 안 대표는 “전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의 임금 중 10%를 3개월 사용 유효기간의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현금지급이 원칙이다. 하지만 노사협의와 개별 노동자의 동의가 있다면,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관성적인 사고로는 이겨낼 수 없다”는 안철수 대표의 진단에 100% 동의한다. 그래서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능동적인 사고와 창의적 발상이 요구된다”는 안 대표의 처방 역시 동감한다.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능동적·창의적 발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 모두에게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소속기관·고용형태·임금수준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각 기관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코로나19 조기 극복에 뜻을 모은다면, ‘안철수 생각’은 현실화될 수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기업으로 제한할 이유도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민간기업이 참여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임금의 10%, 3개월 유효기간 또한 고정할 필요도 없다. 사회적 연대에 동참한 기업과 구성원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참여자 모두의 자발성에 기초한 양보가 전제돼야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지침, 기업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의한 Top-Down 방식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가진 것은 내려놔야 하는 주체가, 아래에서부터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하고 집행하는 Bottom-Up 방식. 안철수의 생각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그래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에 제안한다. 한정된 기간 동안만이라도 임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사회여론을 만들어주기를 당부한다. 코로나19 극복 차원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도 600만명을 상회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존기반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저 되는대로 십시일반이다. 경제주체 중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고, 시장에서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이들과 함께 살고자 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조직된 노동자가 나섰으면 한다. 귀족노조니 철밥통이니 하는 왜곡된 프레임을 단 칼에 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우리사회 공동체의 지속적인 존속을 위해 사회연대를 향한 발걸음에 동참해 주길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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