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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이 전국 조달업무 모두 짊어질 이유 있나

공공 조달시장, 지방정부와 역할 나누는 방안 논의할 시점 

기사입력2021-04-06 13:00

정부 등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자나 기자재, 서비스 등을 민간업체로부터 구입하는 공공조달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검증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정부 조달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어 진입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11.6%만이 나라장터(공공조달 플랫폼)에 참여했을 뿐이다.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조달기업 가운데 일부는 조달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공공조달 품목이 민간 거래가격보다 높다는 공공조달 가격 적정성 논란도 불러왔다. 또 수의계약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착복을 한 공무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5일 조달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불공정 조달행위로 적발된 사례가 60건에 이른다. 백신 입찰과정에서 특정인을 낙찰받게 하기 위해 27개사가 담합 행위를 한 사례가 적발됐으며조달계약 이행과정에서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사기행위를 한 기업도 적발됐다. 이 뿐만 아니라 직접생산이 원칙인 조달사업에서 계약규격과 다른 제품을 납품해 부당이득을 취한 기업도 있었다이같은 불공정 조달행위로 이들이 취한 부당이익은 35100만원으로 모두 환수 결정됐다.

 

또 경기도가 20198월 나라장터와 동일한 모델로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물품 3341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일반 온라인쇼핑몰의 판매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가 약 40%에 해당하는 1392개에 달했다. 일부품목은 나라장터의 판매가격이 일반 온라인쇼핑몰보다 많게는 3배 가량 비싼 제품도 있었다. 조달청 관련 규정상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납품 계약을 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이와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조달청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조달청이 효과적인 조달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국의 조달업무를 모두 짊어질 이유가 없다. 조달청 독점체제를 벗어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지방정부에서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하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할 시점이 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지난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조달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조달청은 이어 2월8조달청, 조달 가격질서 훼손 반칙행위에 강력 대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동안 가격조사 전담부서 등을 통해 가격질서 위반시 쇼핑몰 거래정지, 계약단가 인하, 부당이득 환수 등의 조치를 해왔다면서, 그러나 쇼핑몰의 상품 수가 약 66만개에 달하고 가격이 수시로 변동하는 제품이 많아 모든 물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특히 가격 논란이 발생하는 상품 대부분은 수입 물품이거나 완제품이 아닌 구성품으로 들어가는 물품으로 수입원가, 매입가격 등 가격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조달가격 신고센터 설치 민관 합동 조달가격 모니터링단 운영 고가의심군 일제점검 등의 대응 방향을 내놨다.

 

결국 조달청의 원래 업무인 조달시스템의 관리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뒤늦은 대책 등을 떠밀려 발표한 셈이 돼 버렸다.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공공 조달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가격 비교조차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쓰여야 할 공공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정부기관 조달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의 지방정부가 888억원에 달하는 조달수수료를 조달청에 내고 있지만 조달청은 이 수수료를 통해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사업이 없다. 따라서 조달청은 조달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의 역할을 하고, 나라장터 운영 역할을 분리해 여러 조달시스템과 자율경쟁을 통해 공공 조달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지적처럼, 조달청이 효과적인 조달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국의 조달업무를 모두 짊어질 이유가 없다. 조달청 독점체제를 벗어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지방정부에서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하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할 시점이 됐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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