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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더 위험하지도 더 안전하지도 않다

현지 사정 이해하고, 자신만의 ‘창문지수’ 만들면 두려움 사라질 것 

기사입력2016-10-27 11:20
김용빈 객원 기자 (kimcarlos@dmi.or.kr) 다른기사보기

개발마케팅연구소 김용빈 소장, 국제개발학 박사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 어떤 나라가 안전한가? 우리는 서구의 눈으로 제3세계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화와 치안상태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적어도 아프리카에서는 상당히 관계가 없다. 오히려 장기독재 국가들의 치안이 좋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독재권력은 독재의 존재이유로 사회적 안정을 드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3공화국, 5공화국 시절을 돌이켜 보라.

 

국가가 유일한 폭력집단인 독재국가의 치안은 되려 안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독재국가에서는 국가만이 유일한 폭력집단이다. 어떤 이유든 민간인들이 집단을 이뤄 폭력을 행사하도록 놔두는 것은 독재권력에 위험하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도 두번의 쿠데타 직후 곧바로 벌어진 조직폭력 소탕작전을 상기해 보라. 그러니까, 좋은 치안상태는 독재의 긍정적 외부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재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민간인의 총기휴대를 금지한다. 당연하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형태의 사조직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독재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마약과 성매매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산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 규모있게 성장(?)하려면 배후 조직이 필수적인데, 이런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다른 조직과 경쟁하게 되고, 그 경쟁은 폭력을 부르게 된다. 독재권력이 보기에는 매우 불경스런 산업이므로 아예 시작도 못하게 단속을 한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4개 도시(세인트루이스, 볼티모어,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즈)를 상기해 보라. 갱 영화에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도시들이 아닌가?

 

1979년부터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장수 현역 독재자인 적도기니 대통령 부부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 2014년 Africa–U.S. Leaders Summit<자료=www.whitehouse.gov>
다시말해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치안을 유지할만한 행정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과도하게(?) 민주주의를 추구해 정권획득에만 집중할 경우, 각종 폭력집단과 무장한 개인에게는 무주공산인 셈이다.

 

이웃나라 전쟁이 끝나면 도리어 불안해지는 치안

 

앞서 언급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50’을 기준으로 보면, 아프리카에서 남아공이 가장 위험한 국가다. 그러나 필자가 개발한 체감지표인 창문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그렇지도 않다. 어떤 연구결과를 볼 때 항상 그 전제조건을 잊으면 안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를 선정할 때, 전쟁중인 국가나 도시는 제외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전쟁중인 국가는 꽤 많다. 전쟁국가가 빠졌기 때문에 남아공이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전쟁이라고 해서 꼭 국가간의 정규전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족간의 분쟁, 종교세력간의 갈등, 정치적 헤게모니 투쟁 등 여러가지 형태가 있으며, 여러 원인이 뒤섞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아프리카에서는 여러 원인이 뒤섞인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 하겠다. 그래서 어떤 분쟁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잘 모르면, 적절히 대처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하지만 내전이나 국제전을 치르고 있으면, 여간해선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다.

 

또 치안 문제로 좁혀 말하자면, 이웃나라에서 분쟁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옆 나라의 치안까지 좋아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3차 세계대전이라 불렸던 민주콩고 분쟁이 잦아들면서 가까운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 등의 치안이 되려 불안해졌다. 2010년대 들어서 리비아의 카다피가 사망하자 그 여파로 말리에 내전이 발발했다. 왜일까?

 

분쟁이 오래 되면, 분쟁에 참여하는 군사요원(militant)이 직업이 되는 경우가 있다. 10대부터 전장을 누비던 전사들이 전쟁이 끝났다고 곧바로 무기를 버리고 쟁기를 들지는 않는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쟁중에도 약탈에 기반해서 삶을 이어왔기에, 전쟁이 끝났어도 무기를 들고 국경을 넘어 생계형 약탈을 이어나가곤 한다.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웃나라 분쟁이 가라앉았다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아프리카 여행안전 지도
<자료=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www.0404.go.kr>

 

완벽한 대비책은 없지만 의외로 결론은 간단하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시장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치안에 대해 완벽한 대비책을 세운다는 게 쉽지 않다. 그저 조심할 뿐이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필요 이상 위축되는 것은 무지로 인한 근거없는 자신감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아프리카는 다른 어떤 대륙보다 더 위험하지도, 더 안전하지도 않다.

 

아프리카는 아직 국가로서의 경험이 일천해 경제와 정치, 사회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를 대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시장의 경제·산업만 볼 것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환경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행동방침을 만들어 스스로 지켜야 한다.

 

창문지수는 한가지 사례일 뿐이다.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지수를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떤가? 그것을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현지를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더 알게 될수록 두려움은 덜어질 것이다. 아프리카 시장은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침착하면서도 자신있는 발걸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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