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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처음 생겼는데…‘하이패스’도 있는 곳

태양광 발전이 채산성 맞는 아프리카 시장 “넘겨짚지 마라” 

기사입력2017-03-14 18:22
김용빈 객원 기자 (kimcarlos@dmi.or.kr) 다른기사보기

개발마케팅연구소 김용빈 소장, 국제개발학 박사
기지국까지는 유선망으로 연결하고, 기지국과 가정·사무실의 전화기(fixed phone)까지는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술인 WLL(Wireless Local Loop) 사업이 아프리카에서 실패했다. 휴대전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보급된 것이 결정적 이유다.

 

A기업이 WLL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예측한 배경에는 우리 경험이 한 몫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촘촘하게 깔린 유선전화망 위에 기지국이 있다. 이동통신망은 그 자체가 인프라이기도 하지만, 유선전화망이라는 하부구조(infrastructure) 위에 얹은 상부구조(superstructure)이기도 하다. 그런데 2000년대초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는 유선망이 거의 없었다. 있어도 품질이 낮았다. 그래서 A기업은 일단 유선망을 접수하고, ‘기지국가입자구간만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절충형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백본망(Backbone Network) 자체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신기술이 나왔다. 이제 지하에 깔린, 혹은 전주에 거미줄처럼 늘어진 유선망 따위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노키아, 모토롤라 단말기의 최저가 라인이 결합하면서 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노란색이 태양광 발전이 더 싼 지역이다.<출처=Szabo, S., Bódis, K., Huld, T., & Moner-Girona, M.(2011). Energy solutions in rural Africa:mapping electrification costs of distributed solar and diesel generation versus grid extension.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6(3), 034002.>
조금 다르게 태양광 발전사업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은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없으면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된다.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원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주는 정부의 발전차액보조금이 중요한 사업동기가 되는 것이다.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단가와 비교하면 그렇다.

 

일반적 전력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차액이 사라지는 시점, 즉 신재생에너지가 채산성을 획득하는 때를 ‘Grid Parity’라 부른다. 국가 기간 전력망(national grid)과 같은 가격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발전원가가 싼 원자력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므로 Grid 전력가격이 매우 낮다. 물론 원자력 발전원가를 산정할 때, 발전소 건설비용만 고려하고 천문학적인 폐기비용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다. 그래서인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한국적 사고를 아프리카에 적용하면, 태양광 발전은 아예 어림도 없는 아이디어다. 원조나 받는 정부가 무슨 돈으로 발전차액보조금을 주겠느냐는 짐작을 받아들이면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시장에 가보면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보조금 따위에 관계없이 일반 사용자가 태양광 패널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왜 그런가?

 

채산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Grid Parity의 정의가 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력망 커버리지는 20~30% 정도다. 기간 전력망에 접속하는, 쉽게 말하면 전봇대에서 전기줄을 집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국민이 20~30% 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현대인의 필수품인 전기를 대다수 아프리카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서 쓴다. 말 그대로 자가발전이다. 국가 전력망과 별개로 발전하므로 Off-grid 발전이라고 부른다.

 

‘하이패스’가 있는 세네갈 수도 Dakar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사진=개발마케팅연구소>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Grid Parity’가 아니라 ‘Off-grid Parity’를 측정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디젤에, 엄청난 운송원가를 더해서, 각 가정마다 따로 구매한 소형발전기를 돌려 생산되는 전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력의 원가를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거기다 아프리카는 햇빛은 강하고 기온은 낮은 고원지대가 많다. 이미 Off-grid Parity를 넘어선 지역이 많다.

 

그래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 모듈을 사 쓰지 않겠느냐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에서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도로 사정이 열악한 경우가 태반이라 지방에서는 A/S가 쉽지 않다. 현지 태양광 설비업체 입장에서는 매입가가 높더라도 고장률이 낮은 제품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아프리카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산 모듈이 팔리는 이유다.

 

기존 기술도 없고 돈도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하면서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비한 인프라, 엄청난 건설원가, 더 엄청난 유지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면 왜 도입하지 않겠는가? WLL이라는 신기술은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고, 유선전화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물이 됐다. 우리에게는 언제까지나 먼 미래일 것 같은 태양광 발전이 아프리카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자료=개발마케팅연구소>
아마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각하는 산업발전 모습은 옆 그림처럼 생겼을지도 모른다. 매우 비연속적 혹은 단속적(영어로는 둘 다 discontinuous)으로 생겼다. 자체적으로 성장이 별로 없다가 임계치를 넘는 환경변화나 갑작스런 외부요인으로 인해 가끔 한번씩 점프를 하는 모양이다. 유선전화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휴대전화가 도입되고, 전국에 은행지점망이 몇 개 없는 상황에서 불현듯이 전 국민이 모바일뱅킹을 사용하는 식이다. 또 시장에 나타날 때도 갑자기 나타나지만, 사라질 때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프리카 시장진출을 고려할 때는 이 점을 놓치면 안된다. 다가오는 점프를 예상하지 못하면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을 잘 읽으면 새로운 점프를 맞이할 수도 있다.

 

기술 뿐만이 아니다. 규제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는 도입이 늦어지는 신품종 작물이 전격적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건국이래 처음 생긴 고속도로인데 톨게이트에는 하이패스가 달려있기도 하다. 금융을 조달하고 투자를 하는 방법도 여건이 열악하니까 오히려 선진국보다 훨씬 복잡하고 신기한 묘안이 백출한다.

 

이제 아프리카 시장이 우리나라 60~70년대와 같을 것이라는 순진한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프리카 시장은 우리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이다. 넘겨짚고 돌진하는 용기(혹은 무지)가 아니라, 진중하고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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