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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등록제’ 도입, 다양성 확대해야

현실 반영 못한 까다로운 ‘인증제’…사회경제영역 확대에 걸림돌 

기사입력2017-07-25 20:35

사회적경제 인증마크 <자료=고용노동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사회적기업 육성초기 사회적기업 확대에 기여했던 사회적기업 인증제가 시행 10년을 맞으며,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직된 운영구조와 높은 진입장벽인 인증제를 폐지하고, 독립된 사회적기업 법인격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 운영원칙을 요건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의 핵심 조직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을 말한다. 영리기업이 주주나 소유자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으로 도입된 고용노동부의 인증 제도를 통해 운영·지원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인증을 해주는 제도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사회적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의지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러한 정부주도의 사회적기업 육성책으로 초기 사회적기업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기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 수는 1776, 사회적기업 인증을 처음 실시한 200755개 기업이 인증 받은 것에 비하면 30배 이상 증가했다.

 

사회적기업 인증 10, 효용성의 한계 드러나

 

그러나 10여년간 통제와 지원의 형식으로 이뤄졌던 사회적기업 육성은 최근에 와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최근 사회적기업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적기업 인증 초기인 2007년에서 2010년까지는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을 합한 수가 446개에서 931개로 114% 증가했지만,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2475개에서 2821개로 15% 증가하는데 그쳤다“(예비)사회적기업 수가 지난 3년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정책 실패라고 꼬집었다. 특히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이 인증을 꺼리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사회적기업가들은 왜 인증을 꺼려할까. SE임파워 김성기 이사장은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 하의 인증제도는 사회적 목적 실현여부, 영업활동여부 등 7가지의 구체적인 세부기준들을 충족시키면서 행정기관의 심사까지 통과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까다로운 인증절차는 사회적기업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 이 인증제도에 진입하는데 높은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인증 절차
<자료=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하려면 영업활동 실적이 있는 비영리조직이나 상법상 회사 등의 조직이어야만 신청할 수 있다. 또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하는 등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지원제도 악용하려는 위장·유사 사회적기업 등장

 

인증의 또 다른 부작용은 인증을 획득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위장 사회적기업이나 유사 사회적기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에 주식회사도 참여할 수 있는데 자본 소유구조에 제한이 없다. 이는 특정 대주주가 소유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회적기업의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현행 인증요건은 상법상 회사가 배분 가능한 자산의 3분의 1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특정 대주주가 사회적기업을 처분할 때 자신의 소유자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사회적기업 지원의 결실을 독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처럼 행정기관이 심사하는 인증제도는 사회적기업 확장보다는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회적기업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사업의 양적 요건만 충족하면 인증에 통과하고 질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대상은 오히려 인증에 통과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변형석 상임대표는 실제로 글로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년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못받는 반면, 지역에서 기존에 청소 등 용역사업을 하던 기업은 기존 사업 그대로 사회적기업 인증에 성공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지원…사회적기업 영역도 편중돼

 

사회적기업의 영역이 지나치게 취약계층 지원에 한정돼 있다는 것도 인증제도의 한계로 지목된다. 우리사회에서 취약계층 고용과 지원문제는 중요한 사회적문제지만 지난 10년간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기업들은 도시문제, 환경, 관광, 교육, IT/ICT, 사회주택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여전히 사회적기업의 유형을 일자리제공형 사회서비스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 혼합형 기타형으로 지칭하고 있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소셜벤처와 같은 사실상 사회적경제 영역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정부 인증제도의 제한과 규제는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혁신에너지가 사회적기업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해 결국 사회적기업은 낡았다는 이미지까지 사회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정부주도의 인증제도로 인해 사회적경제의 영역에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증제한계, ‘등록제로 뛰어넘을 수 있다

 

이러한 인증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업계에서는 등록제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사회적기업 등록제는 사회적기업의 핵심요건을 갖춘 조직 누구나 사회적기업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등록제에서의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소유,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른 구성원의 참여와 같은 요건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함께 사회적기업에 독립적인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미 해외 여러나라에서는 인증제 대신 사회적기업에 특화된 법인격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인증에 해당하는 엄격성을 대폭 완화하되 배당제한·해산시 자산처분제한 등 기본적인 원칙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지원제도를 악용하는 먹튀를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지역공동체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를 운영한다. CIC 제도는 상법상 회사가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려 할 경우 자산동결 조취를 취해 상법상 회사가 사회적기업으로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영리목적 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사회적기업의 법인격으로 정하고 7000여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김성기 이사장은 인증제도 도입과정에서는 민간의 역량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편적인 등록제가 위험하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하지만 인증제 시행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등록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전 사회적으로 참여하고 성장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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