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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작업…죽음과 생명, 한 곳에 존재시키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⑧박정인 작가 

기사입력2018-02-07 13:58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내 삶이 만일 두 달만 남았다면 매우 흥미로울 거야. 죽어간다는 것을 알면서 두 달을 사는 게, 모르면서 20년을 사는 것만큼 가치가 있을 게 확실하거든.”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살아생전 인터뷰를 통해 남겼던 이야기다. 우리가 죽음을 인지하며 살아간다면 분명 삶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많은 작가들이 미술을 통해 감상자가 죽음을 응시하도록 시선을 이끌어왔다. 여기 독특한 작업세계로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새로운 미술적 시선을 제시하는 작가 박정인을 만나보자.

 

Q. 작품이 굉장히 개념적이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주로 죽음이나 초월적인 것에 대한 관심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다만, 예전에는 개념적인 것을 굉장히 중시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구상 시에는 개념이 필요하지만 작품을 구축할 때는 개념이 독이 돼서 오히려 작품이 언어화 되어 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마디로 작품을 정의하는 건 피하고 싶어요.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미술적이지 않은 것을 미술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Q. 초기 작품은 페인팅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치 형태의 작업으로 변해간 계기가 있었나?

 

원래부터 페인팅 작업을 하다가 능숙해지면 설치작업을 할 생각이었어요. 완전히 페인팅을 포기한 이유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저에게 있어 페인팅은 굉장히 스킬적인 작업이에요. 작가도 속이는 스킬이랄까요? 화면 안에 멋있음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공예적인 결과물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나는 나의 내적인 무언가를 표현했다라는 식의 작품을 굉장히 싫어해요. 특히 추상으로 갈수록 그게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차라리 좋은 페인팅 작가는 페인팅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작가들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계획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맞는 방식이 설치여서 설치작업을 하고 있고, 또 가장 자유로운 매체라고도 생각해서 설치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주로 관객참여형 작품을 제작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는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유는, 보통 미술작품들은 작가의 생각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형식이 많은데 그걸 원하지 않아요. 작가가 너무 완벽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으면 하나의 구조만 보이는 형식이 되어버리거든요. 다른 매체를 통해 관객의 개입을 발생시키면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일어나요. 그 반응들이 예술적인 부분이라 생각하고요. 관객의 반응들이 작가가 만든 일방적인 사고를 깨고 공백을 채워주는 거죠. 그러한 것들이 동시대의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Hack v1.35, mixed media(실험용 쥐, 주사기, 사탕), 140×60×200cm, 2015

 

Q. 취향에 따라 작품에 거부감을 느끼는 감상자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예술이란 무엇인가?

 

앞선 답변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제가 좋은 예술이라 생각하는 건 단 하나예요. 없던 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죠. 피카소가 입체파를 보여주고 뒤샹이 변기로 판도를 뒤집었듯 미술계라는 세계에 없던 것을 가져오는 게 좋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Q. 작품에 개념적인 혹은 철학적인 성향이 강한 만큼 공부가 많이 필요한 작업 같다. 본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가?

 

사실 영향은 누구에게나 다양하게 받는 것 같아요. 과거의 대가나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에게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죠. 직접적으론 작가들보다 석사과정 중 라캉을 공부해서 이론적 배경이 많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철학적 배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Q. 그렇다면 현재까지 본인의 작품 중 박정인의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을 한 점 소개해 달라.

 

보통 저를 ‘Hack’ 시리즈로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제 작업을 얘기할 때 쥐를 이용하는 작업을 기억하시더라고요. 대표작으로 ‘Hack ver1.35’는 관객이 오른쪽의 사탕을 먹게 되면 도르래 때문에 추가 점점 내려와서 쥐가 죽게 되는 형태의 작업이에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동물이 죽는단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사실 인간 내면에는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도 같이 존재한다는 거죠. 죽음이란 치료학적 이미지를 사탕의 맛과 무게로 설정함으로써 추상적인 것을 직접적인 형태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관객에게 생존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신의 권능을 줌으로써 죽음과 생명을 한 공간에 존재시키고, 그것을 무게와 맛으로 책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한 작업이었죠.

 

Q. 설치형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묻게 되는 것이 판매에 대한 부분이다. 작품 판매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당장은 팔기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평생 작업을 할 거고, 좋은 작품은 머리가 게을러야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머리에 기름이 잔뜩 껴있어야 좋은 영감이 확 몰려오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작업 고민에만 빠져있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작가로서 1~2년 쉬는 기간들은 좋은 자극이 될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설치작품은 작품 제작에 돈이 많이 필요해서 재료비를 벌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Q. 그럼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생각해보면 좀 낯간지럽지만,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제일 큰 고민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편했어요. 자아니 초자아니 이론적으로 공부한 것들을 작품에 언어적으로 담으려 했었는데, 그게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의미없다는 걸 깨달았죠. 요즘도 신작은 어떻게 작업을 할까에 대한 메모와 아이디어들 중 무엇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는 그 고민의 결과물을 신작으로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계획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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