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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Mr.사토시…비트코인, 판옵티콘, 오웰

다가오는 기술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면 예술이 대안될 수도 

기사입력2018-03-03 12:00
김태현 미술평론가 (elizabeth0711@gmail.com) 다른기사보기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작동방식을 고안한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광풍을 일으켰다. 누가 비트코인으로 몇 백억을 벌었다더라와 같은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일반적 통화(通貨)의 상식선이 사라져, 전 세계 누구나 같은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다. 게다가 이 화폐는 제한된 수량만 발행되며 곧 수량이 마감된다니, 대중의 눈과 귀를 혹하게 할 만한 투기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비트코인 광풍(狂風)=비트코인과 유사한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들도 이의 활황에 가세했다. 전 세계 국가는 이 신종 화폐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아직 규제의 범위조차 명확하지 않았기에 폐해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은 골드러시 수준으로 사람들을 혹하게 했고, 투기판으로 변질돼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비트코인은 불법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기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금지하기에는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잠재성이 커서, 다수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이러한 시장을 내버려 둬야 한다는 반론을 내세운다.

 

비트코인을 등장하게 한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공공장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종이와 동전 화폐시스템이 장부로 거래관리가 된다면, 비트코인은 화폐와 동시에 장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P2P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돈의 거래내역을 암호화된 출처들로 기록되며 주고받을 수 있고 이 내역을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서로 간에 신뢰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 구축되는 디지털 화폐인 것이다. 인터넷만 가능하면 가상화폐에 접근할 수 있으며, 먼 미래에 모든 사람이 이를 통해 거래를 하게 된다면 비자금과 같은 출처가 불명확한 돈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불법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잠재성이 커서, 이러한 시장을 내버려 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블록체인 기술은 이밖에도 의료시스템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 환자 개인의 평생 동안의 의료 데이터를 저장해 의사들이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한다면,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를 비롯한 의약품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와 같이 여러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향후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면 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과 판옵티콘=이 블록체인 기술의 속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18세기말 제레미 벤담의 원형감옥인 판옵티콘(panopticon)이 연상된다. 죄수가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조지 오웰의 상상에 기반한 소설 ‘1984’에서 실현된다.

 

이 소설은 1948년에 쓰였으나 작가는 자신의 기준에 먼 미래이자 소설이 완성된 연도의 숫자를 뒤바꾼 1984년을 제목으로 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세상 어디에나 CCTV가 설치돼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감시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2018, 누군가 은행을 털었다는 기사를 읽고 아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라는 생각과 동시에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의 단순 행적을 넘어 비트코인이 이야기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원형감옥과 같아 나의 사적이고 작은 부분까지도 감시의 눈길이 침입하려 드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출간 당시 오웰의 ‘1984’를 읽은 사람들도 비슷한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속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18세기말 제레미 벤담의 원형감옥인 판옵티콘(panopticon)이 연상된다. 죄수가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조지 오웰의 상상에 기반한 소설 ‘1984’에서 실현된다. 제레미 벤담의 판옵티콘<출처=위키디피아>
실제 1984년이 다가왔던 순간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으로 오웰의 ‘1984’를 유쾌하게 풍자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시간 198411일 정오를 기준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를 연결해 전 세계에 생방송 됐으며 한국에서도 198411KBS를 통해 방송이 됐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다시 보기=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의 WNET 스튜디오와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이원으로 연결해 존 케이지, 머스 커닝엄, 요셉 보이스, 앨런 긴즈버그 등의 예술가들과 톰슨 트윈스, 오잉고 보잉고, 어반 삭스, 미첼 크리그만과 같은 대중예술가 그리고 피아졸라, 이브 몽탕, 살바도르 달리, 마우리치오 카겔, 피터 가브리엘의 영상이 등장한 다원 예술쇼다.

 

이 대규모 위성쇼는 서구의 방송물을 다른 국가들에서도 관람한다는 점에 착안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을 예견하고 기획됐다. 뉴욕에서는 조지 플림튼이, 파리에서는 클로드 빌레의 진행 하에 두 진행자가 한 화면에 나뉘어 등장하나, 마치 한 화면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백남준은 본 작품을 통해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차이를 없애고 또한 모든 사람들이 이를 누릴수 있는 편평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제시했다.

 

또한 오웰의 ‘1984’가 그의 예측과 다르게 긍정적이고 유쾌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백남준은 여러 분야의 예술을 다뤘으나 특히 미디어에 대해서 누구보다 앞서가는 비전을 보여주는 예술가였다.

 

그는 작품 이전에 미디어의 속성에 대한 철저한 연구도 했는데, 미디어의 여러 기능 중 커뮤니케이션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동양과 서양의 간극을 줄이고 오해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백남준이 작고한 지 12년이 지났다. 그의 예견대로 오늘날 우리는 동서양의 심리적 간극은 줄었고 서로간의 문화를 시차 없이 자유롭게 향유하고 있다.

 

17세기만 해도 아트(Art)는 예술과 기술을 동시에 의미하는 단어였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래왔듯, 가상화폐라는 신문물은 우리 사회의 경제 체계를 위협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차단하려고 해도, 아마도 어떤 방법으로든 이와 유사한 것이 등장할 것이다. 당장 우리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인류의 이익에 적합한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기술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면 예술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1984년의 백남준식 유머가 가득한 예술이 오늘날에도 진부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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