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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기원, 장애…‘열등’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

‘더치왁스’와 혼종적 자화상…잉카 쇼니바레㊦ 

기사입력2018-04-14 00:3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 종합인문주의 정치비평지 ‘말과활’ 편집위원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천(African fabric)이라고 불리는 강렬한 색감의 원단인 더치왁스는 사실 아프리카다운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19세기 무렵에 네덜란드에서 과거 자신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를 되찾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용병을 고용해 인도네시아 보냈는데, 그 용병들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술로 만든 바틱(batik)이라는 면직물을 가지고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밀랍 염색처리로 강렬한 색상과 무늬를 보여줄 수 있었던 바틱은 서아프리카에서 점점 활발히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눈여겨보던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저가의 유사품을 만들어 영국을 통해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 대량으로 유통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이 천은 더치왁스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로 자리매김했다. 더치왁스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역사적 산물이다.

 

잉카 쇼니바레, ‘Leisure Lady(with ocelots)’, 2001, 더치왁스, 실물크기의 마네킹 등 혼합재료.<출처=artpulsemagazine.com>

 

나이지리아를 뿌리로 두고 있는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 MBE, 1962~)에게 더치왁스는 무척 익숙한 천이었을 것이다. 그가 이 천에 담겨 있는 역사적 모순을 알게된 순간 감정은 어땠을까? 아마도 그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특정 문화적 정체성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던 듯하다.

 

쇼니바레의 작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프리카의 기호라고 볼수 있는 더치왁스를 사용해 리젠시(Regency)나 로코코(Rococo) 양식과 같은 유럽 백인의 의상 양식으로 제작한 옷이다. 이 옷을 마네킹에 입혀 전시하거나 연기자가 입고 퍼포먼스를 하게 함으로써, 혹은 영상작업으로 제작함으로써 그의 작업은 작품으로 완성된다.

 

독특한 점은 이 혼종적인 의상이 입혀진 마네킹에 머리가 없거나 머리 대신 지구본, 혹은 전구 등으로 대처된 점이다. 또는 유사한 맥락에서 이 혼종적인 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이 때로는 백인, 때로는 흑인, 혹은 두 인종이 함께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마네킹의 외적인 인종적 특징을 소멸하거나 관습적인 인종적 모습을 전복함으로써 인종적인 문제를 표면화한다. 그의 작품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한 왜곡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문화적 혼종성, 계급과 인종의 문제, 역사와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낸다.

 

잉카 쇼니바레, ‘Wind Sculpture I(Yorkshire Sculpture park)’, 2013, Steel armature with hand painted fiberglass resin cast.<출처=yinkashonibarembe.com>

 

잉카 쇼니바레는 자신을 후기 식민의 잡종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의 이름 뒤에는 MBE(Most Excellent of The British Empire)라는 호칭이 따라다니는데, 그가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영국의 자긍심이다. 하지만 그는 흑인이고 서아프리카계이다. 어찌 보면 소수자다. 더불어 신체적 장애를 가진 소수자 중 소수자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적 장애가 다른 작가들과 차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예술가다.

 

근래에 그는 더치왁스 문양을 가진 거대 천의 형상으로 공공미술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종, 서아프리카계라는 자신의 기원, 신체적 장애 등 때문에 폐쇄적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공영역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에게는 인종이, 자신의 기원이, 신체적 장애가 결코 열등한특성이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과 다른특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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