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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공공임대사업…“가난한 사람은 배제”

“주거권 인권으로 전환해야”…“공공임대 늘리고, 임대료 체계 개편해야”  

기사입력2018-05-08 18:53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공공임대주택를 확대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주택시장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낮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경우엔 저소득층이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대안이다. 또 주거권을 인권문제로 전환하고 정부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인식이 전제된 주장이기도 하다.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모임’은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레일라니 파르하는 한국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공식 방문한다. 방문 마지막 날엔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한다. 레일라니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은 방한기간중 적절한 주거 효용성, 현행 법제도와 주거정책, 홈리스, 지방정부 역할, 재건축와 재개발 이후 재정착 제도, 주거취약계층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레일라니, ‘G20 한국, 주거빈곤과 강제퇴거 등 주거권 보장은 미흡’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는 “그간 레일라니 특보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주거가 생존권의 기반이라는 철학이 드러난다”며 “‘한국은 G20에 속할 만큼 경제력이 강한 반면, 주거빈곤과 강제퇴거 등 주거권 보장은 미흡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모임’은 8일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유엔특보 방한 의미와 한국의 주거권 실태, 유엔특보가 한국정부에 전해야할 권고내용 등을 발표했다.   ©중기이코노미

 

“저소득가구뿐 아니라 중산층가구도 주거비 과부담 문제 겪는다”

 

한국의 주거권 실태는 레일라니 특보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재고의 5%에 불과해 임차인 대부분이 민간주택에 거주하는 가운데, 소득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에 대한 규제는 미흡하다”며 “2010~2016년 소득 1분위의 소득대비 주거비 비율(RIR)은 50% 내외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 전체 가구 RIR도 2010년 19.9%에서 2016년 23.7%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저소득가구뿐 아니라 중산층가구까지도 주거비 과부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이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은영 소장은 “1989년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공임대주택정책을 추진한 결과, 임대료와 임대기간, 입주대상 등이 다른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존재한다”며 “현재 임대료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따라 정한다. 임차인 소득을 반영하지 않아, 저소득층에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주거권 보장의 중점 대상이 돼야 할 저소득층이 실제로는 공공임대주택 시행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은영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 역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 사업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최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의 핵심은 “취약계층이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납세자인 중산층도 정책대상이 돼야 한다’며 추진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이어 “현 정부는 뉴스테이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만 바꾼 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공급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초기임대료를 시장가격 90~95%로 규제하지만, 공공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비싼 민간임대주택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배제된 상태”라고 일갈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 크게 확대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강훈 변호사도 저소득·빈곤층을 위한 살만하고 부담가능한 주택을 확대할 대책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료 체계를 개편해 부담가능한 주택이 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므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일라니 특보는 2016년 “주거권을 인권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주거를 능력여하에 따라 해결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는 적절할 주거권 박탈은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침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주거를 권리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정부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강훈 변호사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강제퇴거 과정에 진정·구제절차 마련해야”

 

강제퇴거로 인한 주거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은영 소장은 “주택공급과 주거환경 개선을 명목으로 추진한 각종 개발사업은 강제퇴거를 수반해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용산참사 등 폭력적인 강제퇴거 문제는 그동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여러번 지적됐다. 대부분 강제퇴거는 ‘용역깡패’라고 불리는 집단에 의해 집행되기 때문에 사적 폭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어 “강제퇴거 이후 긴급구제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도시개발법에 의한 개발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개발에서는 동절기 강제퇴거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강훈 변호사도 “강제퇴거 과정에서 용역폭력 개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폭력행위에 대해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경찰은 주민을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며, 철거민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제퇴거 과정에서 진정이나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사전고지, 사전협상 및 적절한 보상이 없는 강제철거와 겨울철 등 부적절한 시기의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사전협상과 관련해서는 “계획수립전 인권영향평가 실시를 법제화해 거주민의 다양한 주거실태와 욕구를 파악하고, 세입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침해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합의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더 관점 반영한 대책 통해 여성 주거권 보장해야 

 

여성 주거권을 향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강훈 변호사는 “여성 세입자와 임대인 간 분쟁 및 사생활 침해에 관한 사례를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와 임대인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임차인 허락없이 집에 들어와 시설을 보수하거나, 다음 임차인에 집을 보여주는 사례가 상담을 통해 접수된다. 집주인이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젠더 관점을 반영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최은영 소장은 “현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무력화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연장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이전 정부에 비해 진전했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 계획없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각국 상황이나 특정한 인권의제를 조사·보고하기 위한 업무를 맡기기 위해 민간의 독립적인 전문가를 유엔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한다. 특별보고관은 모든 기관이나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각자 역량에 따라 행동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주거권특별보고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적절한 주거 실현촉진 ▲모범사례 발굴 및 실현 장애 규명 ▲실질적 해결책강구 ▲젠데 관점에서 취약점 파악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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