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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상처…작품으로 위로를 건네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⑬한희원 작가 

기사입력2018-07-05 10:33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핵가족화와 더불어 개인주의가 심화되며 혼밥, 혼술, 혼영 등 개인을 위한 문화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장기화된 취업난은 니트족이라 불리는 사회진출 의지를 잃은 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히키코모리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용어로 1970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에서 유래했다. 이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의미의 용어로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히키코모리가 갖는 상처를 동시대 개인이 갖는 상처로 치환해 작품으로써 위로를 건네는 작가가 있다. 나비가 되지 못한 번데기여도 괜찮다며 손을 내미는 작가 한희원의 작품을 만나보자.

 

정도2, 장지에 혼합재료, 116.8x91cm, 2017
Q. 자신의 작품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저는 다수의 불특정 다수를 잠재적 히키코모리라 지칭해 희망을 심고 위로해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중심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히키코모리인데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보통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소수의 특정적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잖아요. 저는 거기에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작업은 결국 불특정한 우리 모두가 그와 다를 것 없이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업이에요. 누구나 상처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각자가 갖고 있는 잠재된 상처들을 꺼내서 표현하고 그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의미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동시대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 중 히키코모리라는 개인화와 고립화 문제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작업하는 대부분이 그렇지만 보통 자신을 돌아보며 작업을 시작하게 되잖아요. 저는 제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지인 중 히키코모리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자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다 손가락질하는 모습들을 보며 히키코모리에게 비판을 하는가?”란 의문이 생겼어요. 내면에 있는 상처가 회복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일 뿐인데,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이 압박해서 더 번데기속으로 몰아넣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게 나비에 비해 번데기상태가 저평가 되는 게 싫어서 작업에 반영하기 시작했어요.

 

Q. 초기작업은 직접적으로 대상들이 등장하는데 최근작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이유가 있는지?

 

주변에서 네 그림은 너무 디자인적이라는 조언을 많이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그림에 부연 설명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무의식중에 만들어 놓은 나의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으로 뭔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제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추상화하는 형태로 표현하다 보니 지금의 주제로 구체화되었어요. 아직도 연구하고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Q. 본인의 작품 중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을 한 점 소개해달라.

 

2017년에 제작한 파랑에 대하여(무제)’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작품이 제 작업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었어요. 제가 히키코모리라는 단어에 너무 갇혀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표현해 나간 작품인데, 어느 순간 작품 안에서 다시 히키코모리로 돌아오게 되었던 작품이에요. 제가 히키코모리를 벗어나려고 해도 무의식중에 결국 관심 갖고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히키코모리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다시 깨닫고 제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해준 작품이라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제 작품 중 크기가 제일 커서 열심히 그리다 보니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파랑에 대하여(무제), 장지에 혼합재료, 162.2x260.6cm, 2017

 

Q. 소개해 준 작품의 재료가 독특한데 표현 방식을 간단히 말해줄 수 있는지?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모래라는 재료를 처음 사용해 봤는데, 사실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뭔가 구체적 재료를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상처에 대한 표현은 부드러운 재료보다 거친 질감을 줄수 있는 모래가 더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물감과 모래를 혼합해 제작한 작업이었어요. 특히 제가 파란색을 많이 사용하는데, 예전에 파랑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색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파랑은 자연에 가장 많이 퍼져있는 색이지만 고유의 상징을 갖지 못한 색이었는데, 역사와 함께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파란색 자체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다 갖는데 히키코모리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돼서 그 색을 이용해 위로와 공감의 의미로 작업을 하고 있죠.

 

Q. 사실 처음에는 동양화라는 생각을 못했다. 동양화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는가?

 

여러 재료들을 써봤는데, 제가 앞으로 작업을 이어가려면 스스로 좋아하는 매체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동양화가 오히려 서양화적인 재료보다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의 폭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보고도 이게 동양화야?”라고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이 계셔서 오히려 동서양을 다 아우르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서양화에서도 그런 표현들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동양화 베이스의 표현이 좀 더 편히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동양화를 기초로 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앞으로도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고수해 나갈 예정인가 혹은 확장하며 다양한 실험을 해나갈 예정인가?

 

아마 동양화를 기초로 한다는 것엔 변화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동양화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자부심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 방식을 유지할 것 같아요. 물론 연구하다 보면 재료를 섞으며 실험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늘 동양화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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