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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화된 ‘복제-붙여넣기(Ctrl+C Ctrl+V)’ 미학

포스트-온라인 시대의 예술③…가상의 디지털과 3D 프린터 개발 

기사입력2018-07-11 10:42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디지털이 일상화되면서 복사가 쉬워졌다. ‘컨트롤 씨(control+c) 컨트롤 브이(control+v)’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세대의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디지털 복제는 이상화되었다이는 컴퓨터 키보드에서 복사하기(copy)’와 붙여넣기(paste)’의 단축키를 이르는 말로 약어로 ‘Ctrl + C’, ‘Ctrl + V’라고 쓴다.

 

이제 텍스트(문자)를 손실없이 무한 복사해 저장·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이미지와 음악(소리)도 손실없이 무한 복사저장공유가 가능해졌다예전이라고 복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글은 필사로그림은 모방으로소리는 구전으로 복제했었고아날로그 매체가 등장하면서는 책은 복사기로컬러이미지는 사진으로카세트테이프는 카세트플레이어로 복제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매체나 그 이전의 복제 형식은 손실된 형태로 복사되었다그래서 몇 번의 복제를 거치고 나면 원본과 확연히 다른 결과물이 되곤 했다하지만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로 복사-붙여넣기를 하는 디지털은 또 다른 원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원본과 복사물의 차이를 없앴다.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디지털이 복사가 쉬워졌지만, 제약은 있었다. 디지털 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할 뿐이었다. 다시 말해, 비물리적 시스템에서만 통용되는 논리였다. 디지털 가상과 물리적 현실 사이에는 뚫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디지털 패러다임에서 복사-붙여넣기는 간단한 단축키로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 하지만 물리적 형체로 복사-붙여넣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On(1)’‘Off(0)’로 간단하게 구성된 이진 신호체제의 디지털 데이터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지만, 복잡한 구성요소가 필요한 물리적 현실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디지털 데이터가 물리적 현실로 복제-붙여넣기되는 양식은 디지털 이미지를 실물 형태의 프린터물로 출력하는 것 정도의 평면 차원에서 머물러 있었다. 디지털 데이터를 물리적 현실에 입체적인 실물로 구현(복제-붙여넣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큰 비용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일반적으로 공산품을 생산하기 위한 산업적 차원에서만 이뤄졌을 뿐이다.

 

디지털 시스템을 뚫고 나온 디지털

 

하지만 이제 점점 가상의 디지털이 물리적 현실로 뚫고 나오고 있다. 바로 ‘3D 프린터가 개발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 안에서 가상으로 존재하는 비물리적 입체 데이터를 개인적 차원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물리적 형체로 복제-붙여넣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미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3D 스캐닝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작업에 도입한 현대작가 올리버 라릭. 그가 2009년에 제작한 ‘도상(Icon-Utrecht)’의 경우, 위트레흐트 성당(네덜란드)의 파괴된 중세 도상을 3D 스캐닝-프린팅 기술을 통해 같은 형태와 크기의 여러 개 폴리우레탄 복제 실물을 선보였다. 올리버 라릭, ‘도상(Icon-Utrecht)’ 설치 전경, 2009<출처=oliverlaric.com/iconutrecht.htm>

 

오늘날의 작가들은 디지털 매체의 사용 편이성 때문에 디지털을 활용해 작업하는 추세가 일반화됐다. 이것은 뉴미디어(New Media) 예술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촬영과 편집이 수반되는 영상 작품이나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 편집·조합 작품, 감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객의 행동에 반응하는 인터액티브(interactive) 작품 등은 디지털에 크게 의존하는 작업이다.

 

그렇다고 고전적인 순수회화나 조각 작품이 디지털 매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고전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일상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디지털 이미지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전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디지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작업으로 끌어오거나 그 잔상에 소극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정도 수준에서는 디지털의 복제-붙여넣기는 여전히 비물질적 영역이었고, 물리적 현실에 작은 균열을 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3D 프린터 기기가 상용화되면서 그 지형이 변화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비물리적인 디지털이 그 장벽을 뚫고 물리적 현실에서 컨트롤 씨-컨트롤 브이(복제-붙여넣기)’를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이 적극적으로 미술관이라는 미술제도에 노크하는 양상을 만들었다. 미술관(미술제도)을 벗어나고자 했던 디지털이 뒷걸음으로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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