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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화를 마무리해야, 경제를 논할 수 있다

정부수립 70년 세월이 흐른 후 겨우 찾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 

기사입력2018-12-28 18:03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한국사회는 그간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국정이 시작된 1948년 이래 올해로 딱 7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결코 짧지 않은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국민 모두가 아직까지도 안녕하고 행복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국내총생산(GDP)이 상위에 속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감성을 갖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 대답을 들어봐야 하는 사연에는 사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폭넓은 감성의 골을 떠나, 그냥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슈를 찾으면 된다. 이는 안녕하고 행복한 사회와는 정반대로 가는 불안하고 불행한 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추적하면 될 것이다. 그것들은 바로 전쟁과 테러로 불안한 안보와 함께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불행한 경제현실, 이 두 가지만 대표적으로 짚어 보기로 한다.

 

불안하지 않고, 불행하지 않은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가

 

2018년 올해 기준으로 볼 때, 어떤 사회든 그것을 평범하게 일반적으로 규정짓는 안보조건과 경제상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누구도 불안하지 않고 불행하지 않은사회에 우리가 과연 살고 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의 대부분은 회의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누구나 어떤 사회적 기준을 정할 때에는 상대적 관점에서 가급적 최상의 가치를 겨냥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이거나 집단적인 기준이란 여론이나 통계에서 드러나는 수치처럼 대중 일반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나아가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보다 좋은 최적의 가치를 선호하게 되는 이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가 가장 선호하는 안녕하고 행복한 삶이란 한마디로 전쟁이 없고 빈곤이 없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영위하는 생활로 규정된다. 이는 21세기에 이르른 지금, 어떤 문명사회든 이제는 다시 과거의 폭력과 가난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간 존재의 선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는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빈곤에 허덕이는 인구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시 말해 불안하고 불행한 세계에 우리 모두는 살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그간 70년 가까이 영토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채, 민족 사이이지만 전쟁도 불사하려는 등 상호 극단적으로 대치해 온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북한 정권이 전쟁을 종식하고 이제 민족이 평화롭게 번영하자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시작함으로써 마침내 남북간 화해와 교류의 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북한은 그간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 핵무기를 개발하면서까지 미국을 위협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인민에게 안보 보다는 경제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단한 게 이번 남북 화해와 교류의 물고를 튼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남한 정권도 적극 호응해 정상회담도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차례 치르는 등 올해를 남북평화가 실질적으로 정착되는 원년으로 만들었다.

 

남한이 전쟁이 없는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평화의 과제를 오늘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우리가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경제과제에 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남북 간 평화와 번영의 행진이 계속되려면, 역시 세계가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남북평화가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새로이 세계의 시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런 새로운 세계적인 구상의 출발은 오래전 한반도 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이 1945년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던 사건이 그 출발이다. 이 때 전승국인 미국이 남한지역을 점령해 미군정을 펴기 시작하고 이어서 3년 후에는 대한민국을 출범시켰다. 여기에서 미국은 남한에 대한 침략의 야욕을 버리고 워싱턴으로 복귀해야 했다. 그러나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 야심을 버리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을 열게 되었다.

 

안녕하고 행복한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당시 전쟁을 시작하고 종결시킨 책임자가 과연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서 미국과 남한은 전쟁의 발발 책임자로 북한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브루스 커밍스 같은 반전 지식인들은 전쟁 도발의 책임이 오히려 남한과 미국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남한에서의 철군을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무튼 미국과 남한 정부가 주장해 온 북한의 전쟁책임론은 결국 미군의 남한 주둔을 정당화하고 영구화하는 구실로 작동돼 왔다.

 

북한의 전쟁위협을 방지하고자 하는 한국정부가 적극 수용한 미군 주둔은 전쟁 후 맺었던 휴전협정을 보면 그 사정을 간단히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한국전쟁의 주된 당사자는 유엔과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물론 남한(대한민국) 나아가 중국도 전쟁에 참여했지만 이들은 주된 당사자라기보다는 전쟁지원 당사자일 뿐이다. 지금도 판문점에서 유엔과 북한의 명의로 남북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던 중국은 일찌감치 휴전협정 이후 철수해 베이징으로 돌아갔지만, 미국은 유엔을 대신해 아직까지도 자국의 군사를 남한에 주둔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누구나, 아니 21세기를 사는 문명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의 의문을 당연히 가지게 된다.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이미 끝난 지 70여년이 지났는데도 왜 미군이 여전히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가? 이를 좀 더 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미국이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기 위해 아직까지도 무력의 당사자로 남아 남한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를 대신해 들어선 미국의 새로운 식민지가 남한이라는 비판과 맥이 닿아있다.

 

남한은 스스로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그것의 주인으로 행사하는 그야말로 자주독립국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미국의 간섭을 일부 배제해오듯 이제는 미군의 남한 주둔을 거부해야 한다. 이는 남북평화를 위해 남한과 미국이 반드시 풀어야 할 불가역적 과제다. 미국도 적극 협력해야 하겠지만, 이 과제는 한국이 21세기에 안전하게 자신의 영토와 국민을 스스로 지킨다는 다짐과 같다. 이로써 세계도 제2차 세계대전이 한반도에서 비로소 종료되었음을 인식하고, 유엔에서 남북한 전쟁이 없는 새로운 세계의 창립을 위한 남북한 공동노력을 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간 70년 동안 달성하고자 했던 안녕하고 행복한통일국가를 건설하는데 국제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제 한반도는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21세기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로써 남한이 전쟁이 없는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평화의 과제를 오늘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우리가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경제과제에 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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