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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기업투자보다 소비확대가 우선 과제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뒤로 하고 前정권의 기업주도성장 답습하나 

기사입력2019-01-05 08:30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전쟁없는 안전한 나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할 평화의 과제를 짚어 봤다. 이제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희망하는 국민들이 찾고자 하는 행복한 사회에 관해 살펴 볼 차례다. 행복한 사회란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 대답은, 최소한 물질적으로 부족함없이 모두가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이 유지되는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 모두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경제의 모습이다.

 

안보와 경제 다시 말해 그것들이 목표로 잡은 평화와 번영은, 어떤 국가사회에서건 정부가 책임지고 추구해 왔던 양대 기조다. 지난해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면서 남과 북이 동시에 내건 국정목표도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서 지금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 한반도의 경제번영은 향후 어떻게 될까하는 우려가 있다. 그것은 양대 목표가 충돌하거나 대립할 때, 어느 것이 우선돼야 하는가라는 선택의 문제다. 이는 국가가 전쟁을 대비해 군사적 노력을 우선하느냐, 아니면 국민행복을 위해 경제적 노력을 앞세우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세계가 양차 대전으로 파괴된 결과, 각국의 제1관심사는 국가안보였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서 하나의 뚜렷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거대한 인명살상과 자산파괴를 초래했던 전쟁을 혐오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류에겐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관이 마침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각국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중시하게 된다. 안보보다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생존과 후생 나아가 전체의 복지를 키우기 위한 경제과제가 세계 담론의 화두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어디에 서있으며, 그것의 문제는 과연 무엇인가? 알다시피 한국은 일본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나, 세계 최대 경제강국인 미국에 편입되면서 서구 전통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본격 진입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70년이란 각고의 세월이 흐른 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2017년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경제는 도약했다. 

 

GDP는 한 나라의 1년간 경제성과를 알아보고, 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거시경제 지표다. GDP를 차지하는 부문들의 점유율을 보면, 성장 차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눈에 들어온다. 2017년 GDP 규모는 1730조원이다. 이를 구성하는 4대 부문은 민간소비액, 기업투자액, 정부지출액 그리고 무역수지액이다. 이들 4대 부문 비율을 지출항목 기준으로 따져보면 소비지출이 48.1%, 투자지출(흔히 총고정자본형성) 31.1%, 정부지출 15.3%, 대외교역에서 발생한 순수출이 5.4%다.

 

국민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소비위축 문제야 말로 정부가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할 거시경제의 핵심과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채택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했었던 바로 그 요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런데 GDP총액이 마침내 1000조원(1043조원)을 돌파했던 10년 전(2007년)과 비교해 보면, 4대 부문의 구성비가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민간이 시장에서 소비하는 금액의 점유비중이다. 10년 전에는 GDP의 과반을 넘어 55%수준까지 도달함으로써, 4대부문 중에서 소비지출이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이에 비해 기업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안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GDP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 2017년 현재, 소비는 GDP의 절반 수준이하로 떨어진 반면 투자는 30%이상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리고 GDP의 다른 부문인 정부지출이나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변동이 없다. 이로부터 경제성장의 첫번째 문제가 명확히 밝혀진다. 바로 소비는 줄어들고 투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한국의 전체 경제상황이 크게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즉 소비자(국민)가 시장에서 상품구입에 지출하는 돈이 10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이런 거시경제상황 변화를 두고, 학계에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GDP의 다른 구성부문의 경비(금융·보험 및 유가증권지출, 조세·공과금지출, 해외여행지출 등)가 늘어 국내시장에서의 소비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여타 부문의 지출이 크게 변동되지 않았더라도, 소비하는데 드는 소득이 매년 크게 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비가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두가지 해석 모두가 가능한 현실이다.


전자의 소비지출 사례는 개인의 재산증식 욕구 그리고 소비생활의 다양성 추구와 같은 대중의 소비문화 변화와 발전을 반영한다. 각자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는 경제의 관점에서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처럼 국민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소비위축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할 거시경제의 핵심과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채택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했었던 바로 그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소득주도성장을 후순위 정책으로 미뤄버렸다. 이런 정책의 변화는 GDP구성 분석에서 볼 때, 민간소비 증대에 더 이상 정부가 연연하지 않겠다는 성장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개인소비를 늘리기 위해 가계소득을 높이는 대신 기업지출인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기조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다시 과거의 기업투자 증진과 같은 맥락인 ‘경제활력 높이기’에 올인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12·17 정책에서 정부는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했다. 전반부인 ‘함께 잘살기’가 아니라 후반부인 ‘기반 구축’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기반이란 곧 성장의 기반인 기업투자 활성화를 가리킨다. 오늘의 GDP 분석결과에 비춰 볼 때, 올해 정부의 성장정책 방향은 국민소비를 늘리기 위한 소득개선은 그대로 두거나 아니면 후퇴시켰다. 대신 정부는 기업투자를 적극 살리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다음에는 성장을 떠나 분배문제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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