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2/17(월) 18:02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상생파트너대기업·공기업

차등의결, ‘성장’ 사다리 아닌 ‘경영세습’ 사다리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비상장 벤처기업에 누가 투자하나?  

기사입력2019-03-21 19:22

정부가 제2의 벤처 붐 확산을 목적으로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비상장기업은 기업가치가 떨어져 투자유치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높아,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에 앞서 안전장치가 우선돼야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민변, 참여연대 등이 21일 개최한 ‘벤처기업 육성이 차등의결권 도입으로?!’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채이배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차등의결권제는 일부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자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주의를 훼손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벤처기업에 한정해 ‘성장 사다리’를 놓아준다는 명분으로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채 의원은 성장 사다리가 아닌 재벌 후계자의 경영권 세습 사다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차등의결권 소유·지배 괴리도 증가시키는 수단의 하나

 

이날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는 ‘누구를 위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인가?’라는 주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은 소유·지배 괴리도를 증가시켜 소유·지배 구조를 만드는 수단 중 하나이며, 이에 대한 긍정·부정 효과 논의도 소유·지배 괴리도 증가에 대한 논의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소유·지배 괴리도는 지배주주 일가가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실제 출자 지분(Cashflow Right)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의결권(Voting Right)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일각에서 주장하는 차등의결권제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적대적 M&A 위협이나 단기적 수익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가치를 향상 ▲경영권 상실 우려가 완화돼 IPO를 통한 자본 확충에 유용하다.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와 경영의 참호화 

 

그러나 박 교수는 부정적 효과로 ▲경영자(또는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가능성이 높고 ▲경영 참호화 심화 ▲기업가치 떨어뜨려 자본 확충에 불리함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면 사익편취 가능성과 경영 참호화 효과가 극대화될 우려가 매우 높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미국과 달리 기업 총수의 권한이 막강한 한국의 경우 경영권 세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경제력 집중을 보다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1926년부터 60년간 미국증권거래소(NYSE)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을 불허했다. 1985년 GM의 타국상장 가능성을 우려해 기존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채 상장을 허용했다. 2004년 구글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채 상장한 이후 페이스북 등과 같은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벤처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이뤄졌다. 이들 기업의 창업주들은 적은 지분을 소유하고도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기관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을 반대하는 입장이며, 이미 차등의결권 구조로 상장한 회사에 대해서는 차선책으로 기한부 일몰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소유·지배 구조가 건전하고, 투자자 보호환경이 양호한 미국에서도 차등의결권 주식에 따른 폐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Viacom의 전 CEO와 이사들은 차등의결권으로 기업을 지배하던 서머레드스톤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최근 역동적이고 단절적인 혁신이 빈번한 상황에서 창업자의 창의성이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증연구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기업의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에서도 차등의결권 일몰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몰제만으로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게 박 교수의 견해다.

 

차등의결권 주식 가진 비상장기업, 투자유치 더 어렵다

 

정부는 이달 6일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희석 우려가 없는 투자유치와 스타트업의 창업가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하에서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비상장 기업은 투자유치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탈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벤처기업에 투자할 매력을 느낄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다. 아울러 벤처캐피탈을 유치해야 하는 신생 벤처기업이 차등의결권을 고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2018년 벤처기업정밀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5.8%만이 벤처캐피탈에서 투자유치 경험이 있고, 2.6%만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다. 100개 기업 중 8개 기업만이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받는 현실에서 차등의결권까지 인정하면 누가 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민변, 참여연대 등은 21일 ‘벤처기업 육성이 차등의결권 도입으로?!’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벤처 붐 활성화란 핑계를 대기 이전에는,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이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적대적 M&A 위협은 주식 소유가 상당히 분산된 상장기업에 가해진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비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은 M&A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상인 교수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엄밀한 조건에서 차등의결권을 허용해도, 이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벤처버블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 허용은 결국 재벌가 4대 세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재벌세습을 돕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한국의 재벌구조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