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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불법·탈법 공직후보자에게 면죄부 주는 청문회

청와대 사전검증을 포함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사입력2019-04-08 14:10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 장관후보자 7명 중 2명이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 절차는 종료됐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지금, 장관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이 부실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보수야당의 태도는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은 사전검증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며,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청문회 자리에서 행한 이들 야당 의원들의 정치공세에는 과장·왜곡도 난무했지만, 공직을 수행하지 못할 결격사유를 가진 후보자가 다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기간 내내 개혁적 색채를 가진 언론들 역시 청와대 인사검증팀을 상대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사회 여론을 반영하는 사회관계망(SNS)에서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무자격자 추천이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내로남불’이란 비난이 많았다. 

1987년 정치민주화 이후 1988년 6월 국회법 개정으로 청문회제도가 최초 도입됐다. 이에 앞서 1975년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1988년 전부개정을 통해 절차법이 정비되면서 인사청문회가 가동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두환 5공화국 정치권력형 비리 단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등과 같은 조사청문회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도입까지는 정당 간 오랜 논란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아들의 호화 유학과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조동호(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또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도 이날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모습.<사진=뉴시스>
제15대 국회 마지막 회기였던 2000년 2월, 여야 간 극적인 타협을 거쳐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인사청문회가 정식으로 도입됐다. 이어 6월 제16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고, 이 법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후 국회의 청문회는 지금의 모습대로 입법청문회, 조사청문회, 그리고 인사청문회 등 3개의 틀로 운영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헌법·사정 기관 등의 수장 이외 장관후보자로까지 확대된 것은 2005년 7월 인사청문회법 개정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공약을 통해 고위공직자 배제기준(negetive standards)으로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개 항목을 지목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같은 해 11월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항목을 추가해 7개의 배제기준을 마련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를 반영해 배제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배제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원칙도 제시하면서, 사안에 따른 구체적 타당성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관련법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거나, 고액상습 체납으로 명단공개자에 포함되는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흠결이 있으면 임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했다. 법을 위반한 자를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공직 인사테이블에 그 이름을 아예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또 7대 기준 위반여부를 객관적인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고의성·상습성·중대성 등 구체적 타당성 요건을 적용해 판단한다고 했다. 객관적인 배제기준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구체적 타당성 요건을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객관적인 배제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후보가 적지 않았고, 구체적 타당성 요건이 남용되면서 여야 간에 격론과 논란이 비일비재 했다. 청와대가 대폭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청문회 절차 종결과 함께 일방적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사실상 면죄부를 준다는 보수야당의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보수야당의 정치공세와는 무관하게 고위공직자 배제기준과 함께 그것의 검증과정을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우리는 공감한다.

지금보다 개선된 인사청문회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선 외국 특히 미국의 인사검증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인사청문회의 기초자료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후보자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사전질문지다.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질문서인 ‘국가안보지위를 위한 질문지(SF86)’가 우리의 ‘사전질문서’와 다른 점은 그것이 갖는 신뢰성이다. 미국의 경우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진술을 하거나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밝혀지면, 벌금형이나 5년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국회입법조사회,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안, 2010.9.17.). 
 
우리의 ‘사전질문서’는 총 9개 분야에 걸쳐 200여개 문항이지만, 미국의 SF86은 총 29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양국 모두 후보자의 가족관계와 병역이행, 전과나 징계 등 경찰기록, 학력이나 경력사항, 납세의무이행 등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우리는 부동산투기나 농지매입, 아파트전매 등 재산형성과 연구윤리와 직무윤리 분야에 대한 질문이 있으나, 미국의 경우 이들 내용을 묻지 않는다.

반면 미국 SF86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관련 문제와 외국 관련 활동경력, 테러리즘 등 불법적인 반체제단체 활동경력 등에 관해 질문하지만, 청와대의 사전질문서는 이같은 내용을 묻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SF86에 후보자의 지인이나 고용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게 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평판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안은 다음에 논하기로 하자.(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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