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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Met.’ 들어가기 위해서 벗어야 하는가

남녀 불평등을 넘어 인종차별 등 부당함에 맞서다…게릴라 걸스㊦ 

기사입력2019-04-21 07: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처음에 7명으로 시작했던 게릴라 걸스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수십 명의 여성 미술가들이 거쳐 간 규모있는 예술가 그룹으로 성장했다. 더불어 그들의 작업도 단순히 미술제도 안에 있는 남녀 불평등 문제를 넘어서 인종차별, 정치, 경제, 교육의 문제 등 사회적으로 부당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행동 범위를 넓혔다.

 

예를 들어, 여성과 여성 미술가의 경제적 불평등을 꼬집는 미국의 여성은 남성이 버는 돈의 2/3밖에 벌지 못한다. 여성 미술가는 단지 남성이 버는 돈의 1/3밖에 벌지 못한다(Women in American Earn only 2/3 of What Men Earn. Women Artists Earn Only 1/3)’(1985), 인종차별을 보이는 뉴욕 미술계를 폭로한 우리는 흰 빵을 팝니다(We sell White Bread)’(1987), 미술기관을 후원하는 기업이 은폐하고 있는 진실을 폭로한 어떤 것이 세련되었고, 권위있고, 세금 공제가 될까?(What's Fashionable, Prestigious & Tax-Deductible?)’(1987), 정부의 정책에서 부재한 것들에 대해 지적한 실종(Missing in Action)’(1991), 미국 부시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한 교육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Bush, The Education President)’(1991)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작업으로 표면화시켰다.

 

게릴라 걸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 하는가?’, 1989.<출처=media.artgallery.nsw.gov.au>

 

게릴라 걸스의 가장 유명한 작업은 아마도 1989년 포스터인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 하는가?(Do women Have to get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를 손꼽을 것이다.

 

신고전주의 대표 화가인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오달리스크(Grande Odalisque)’(1814)를 차용한 이 작업은 여성이 지닌 성적 매력을 강조한 관능적인 신체에, 그와 대비되는 험상궂은 고릴라 얼굴을 결합해 한 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더불어 고명도의 노란색 배경에 진한 검은색과 고채도의 빨간색 고딕체 텍스트를 넣음으로써 텍스트에 주목하게 한다.

 

이 포스터 작업은 2006년 이후 전시마다 매번 포함되면서 최다 도시에서 재전시됐던 작업이다. 그뿐 아니라, 2014년 그룹전시 ‘GIRL’에서 이 작업을 차용한 여성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벗어야 하는가?(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Music Videos?)’(2014)라는 미국 음악산업의 여성 성 상품화를 비판하는 작업의 밑바탕이 됐다.

 

문제는 근래에 게릴라 걸스의 지향점이 이전보다 불명확해진 듯하다는 점이다. 특히, 2014‘GIRL’ 전시는 그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미국의 팝 가수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큐레이팅한 이 전시는 앤디 워홀(Andy Warhol),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오노 요코(Ono Yoko) 등 유명미술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된 블록버스터 전시였다.

 

장 어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오달리스크’, 1814, 캔버스에 유화, 91×162 cm<출처=commons.wikimedia.org>

 

게릴라 걸스가 이 전시에 참여했다는 것은 그들 또한 이제 주류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2009년에 게티 리서치 인스티튜트(Getty Research Institute)가 게릴라 걸스의 아카이브(Archive)를 만들 당시, 그룹의 47명 중 40명이 자신들의 실명을 미술관 카탈로그에 싣는 것에 동의한 것도 그들의 지향점과는 방향이 맞지 않는 선택이다. 이 사건으로 그들의 익명성 전략이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미술계에서 주류가 된 듯하다. 과연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여줄까? 부디 그들이 구시대의 유물처럼 남지 않기를, 그들이 성난 고릴라로 다시 활동하기를 간절히 바란다.(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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