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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편견을 딛고 대담한 행보를 보여온 삶과 미술

미술에 대한 결과물과 열정이 재평가돼야 하는 ‘시대의 표정’㊦ 

기사입력2019-04-24 19:27
김태현 미술평론가 (elizabeth0711@gmail.com) 다른기사보기

‘김우영 초상’, 캔버스에 유채, 63.5x55cm, 1928.<출처=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나혜석은 파리에서 수학하며 화풍에 변화를 줬다. 1927년 나혜석은 세계여행 중 8개월간 파리에 체류하며 로저 비시에가 주도하는 아카데미 랑송에서 수학했다. 비시에는 야수파와 입체파 성격을 지닌 풍경화가이자 인물화가다.

 

나혜석은 랑송에서 일본화 되지 않은 후기 인상주의의 화풍과 야수파의 화풍을 익혀, 그의 그림은 밝은 색채에 훨씬 넓어진 붓질로 편평한 화풍으로 변화했다. 파리 체류시기에 그린 누드화들 역시 현지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 나혜석의 누드화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몸의 비례나 골격이 서구 여성임을 알 수 있는데, 인상주의의 화풍보다는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는 정통 드로잉의 화법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물화에서 역시 마찬가지의 성격을 보여준다.

 

나혜석의 초상=유명한 나혜석의 자화상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좌상 구도의 작품으로 동양의 여성이 지닌 용모적 특징이라기보다 커다란 눈에 높은 코를 지닌 서양인의 얼굴에 가깝게 표현했다.

 

또한 당시 외국의 여성 미술가들이 자신의 특징을 내세우기 위해 붓과 화구를 함께 그렸는데, 나혜석은 오직 자신의 모습만을 강직하게 그렸다. 나혜석의 자화상에서 보이는 용모 역시 특이한데, 검은색 옷을 입고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의 처리로 그의 성격을 짐작케 해준다.

 

김우영의 초상에서도 얼굴의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접근해 광대뼈와 코, 이마가 다소 강조돼 서양인 같은 외모로 보인다. 나혜석은 그의 인물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과 같이 구축적이고 단단한 느낌을 주로 표현하는 건축물의 풍경화에서 그의 장점이 부각된다. 실제로 그가 수상한 다수의 미전 작품들 역시 건축 풍경화들이다.

 

‘염노장’, 캔버스에 유채, 연도미상.<출처=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나혜석의 자화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의 표정에서 시대를 앞서 태어나 남들은 겪지 않은 많은 사건들을 감내한 그러나 자기주장이 분명했던 여성의 피로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나혜석이 남긴 과제들=나혜석이 우리에게 남겨준 메시지도 그렇다. 그의 글을 살펴보면, 여성이 자존감을 가지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의 논조는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치우쳐 있지 않으나, 자신의 경험을 빌어 서술하기에 호소력이 있다.

 

그 글들에 비해 나혜석의 미술작품들을 살펴보면, 전위적인 페미니스트이거나 혹은 엄청난 묘사력이 돋보이는 기술적 특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마 몇 년 더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분명 그림이 또 달라졌을 것이다. 더구나 나혜석은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으나, 이혼 후 열린 1회의 개인전 이후로 그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발표하지 못했다.

 

생의 후반부에는 근처에서 돌보아준 친지도 나타나지 않아, 그의 남겨진 작품들은 진위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한 미술사가는 나혜석은 이혼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이로 인한 풍문으로 얼룩져 잘못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혜석에 대한 지금까지 상황은 여러 가지로 미술사가들의 연구에 문제점들이 있고, 또 감상자들에게도 해소할 수 없는 물음표를 많이 남겨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담한 행보를 보여온 나혜석의 삶이 그리고 그가 미술과 함께 걸어온 길이 오늘날 얼마나 많은 미술가들 특히 여성 미술가들에게 자극을 주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나혜석은 최근 재평가할 가치를 인정받아 수원시에서는 나혜석 거리를 지정하고,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에 상설 전시실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관심이 지속돼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그의 미술에 대한 결과물과 열정이 다시 평가받길 바란다.(중기이코노미 객원=김태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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