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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노동존중’, 행동은 ‘노동천대’…이젠 바뀌어야

노동악법 전면 폐기하고 새로운 ‘노동자의 법’을 제정해야한다 

기사입력2019-05-07 12:05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한국은 지난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에 올랐고, 30·50(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이상·인구 5000만명이상)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선진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세계클럽에서 한국이 타국의 모범이 되는 노동선진국이란 소리는 듣지 못한다. 선진국 노동자들이 129년 전에 총파업으로 얻어낸 8시간 노동시간제조차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1일은 세계노동절이었다.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노동시간단축을 쟁취했던 뜻깊은 유래를 기념하는 날이다. 국적·인종·성별은 물론 종교와 이념을 뛰어 넘어, 전세계 노동자들이 단결과 연대로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내기로 약속한 날이기도 하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대목은 두가지다. 하나는 노동자의 권리로 1일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이익으로 그렇게 일하고 받는 임금은 얼마인가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노동의 현실을 집약해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은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지표다. 전세계가 채택한 노동시간 통계는 해당국가 노동자가 1년에 몇시간 일하는지를 알려준다. 또 임금규모는 해당국가 전산업을 포괄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다. 이 두가지 지표는 기본적인 노동조건이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건 노동의 권리와 이익이란 ‘가치’를 측정하는 표준이 된다. 
 
임금규모부터 먼저 알아보자.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국민소득(GNI)은 3만1349달러(3500만원)다. 미국은 1인당 GDP가 6만2590달러로 우리보다 약 2배의 소득을 달성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4만달러를 밑도는 3만9289달러에 머물렀다. 유로지역은 평균 3만3910달러, 그 가운데 독일이 4만900달러로 가장 높다. 아시아국가에서는 싱가포르가 6만4030달러로 가장 높았고 홍콩이 4만8726달러, 이어 대만은 2만5004달러를 기록했다(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 2019.4.26.).
 
노동절인 5월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2019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위)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2019 노동절 마라톤 대회’에서 조합원들과 여야 5당 대표 등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임금규모 이외 또다른 지표, 노동절이 당초 쟁취하고자 했던 기본조건인 노동시간을 비교해 보자.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아주 높은 편이다. 멕시코 2258시간, 코스타리카 2179시간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3위에 해당하는 초장시간노동이다. 반면 미국은 1780시간, 일본은 1710시간이고, ‘親노동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는 1년에 1356시간만 일하면 된다. OECD 가입국(36개국) 평균 노동시간이 1746시간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노동시간이 심각할 정도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시간에 비해 받는 임금으로 의제한 국민소득과의 관계를 보면, 노동시간이 짧아질수록 임금소득은 더 커지는 역관계다. 이로써 노동절이 쟁취했던 노동시간단축이야 말로 인류가 보다 인간답게 사는 역사를 일군 단초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최근 1주52시간제 도입·정착을 통해 노동시간을 연간 2000시간이하로 떨어뜨리려고 한다. 그럼에도 경영계와 공익위원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확대하자고 주장하면서,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본주의 오랜 역사를 통해 노사간 신뢰·존중의 관행이 정착된 다른 경제대국과 달리, 한국의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표현 중 하나가 대립과 갈등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노동절 메시지를 통해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것이란 전제하에, 노동자 역시 투쟁보다는 상생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도 같은 날 “근로자 여러분의 땀방울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근로자들이 소외받지 않고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노동절(5·1)을 맞아 ‘노동존중’이란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조차 그 속내에는 ‘노동천대’가 자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노동절에 전한 축하 메시지가 의례적인 말잔치가 아니라면, 대통령을 포함 여야 모두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노동개혁안을 수용해야한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보면 집권여당은 노동개혁안 입법을 가뭄에 콩나듯 하면서 존재하는 법조차 무시했다. 극우·보수와 개혁 정치세력을 불문하고 자신이 야당 지위에 있을 때,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하지 않았다. 지난 1970년대 노동자 전태일, 최근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기업이 법을 제대로 준수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30·50그룹에 가입한 대한민국. 기업의 살인이 더 이상 묵인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 요구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노동악법들을 전면 폐기하고 새로운 ‘노동자의 법’이 제정돼야한다. 이는 노동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만드는 등 노동3권이 전면 보장되는 노동선진국이 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또 임금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 종사자에게도 노동자란 법적지위를 부여해야한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선진국이 준수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당장 모두 비준하는 것도 노동절을 맞아 정부가 해야 할 임무다. 아울러 내년부터 노동절을 모든 국민이 쉬는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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