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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감정도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감정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㉓임서우 작가 

기사입력2019-05-12 10:0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나는 그림 그리는 꿈을 꿨고, 나는 꿈을 그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화가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뜨거운 두볼’, 34.8×24.2cm, 2019.
화가는 본인이 살아가며 경험하고 바라본 세상을 캔버스에 표현한다. 그리고 감상자인 우리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화가의 그림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감동하고 다른 누군가는 슬퍼하며 서로 다른 각자의 감정으로 작품과 교감한다. 치열한 삶의 궤적 속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삶을 꿈꾸며, 너무나 치열한 현실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그 꿈을 묵묵히 그리는 작가가 있다. 마치 고흐처럼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에 분출해 예술이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작가, 임서우를 만나보자.

 

Q.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다면?

 

감정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 임서우입니다.

 

Q. 과거 작업에 비해 최근 작업의 표현이 상대적으로 거칠어졌는데 이유가 있는가?

 

과거에는 대학에서 배운대로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어요. 뭔가 심오한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학교를 벗어난 이후에는 제 그림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순수하게 로 돌아와서 제 감정이나 기억, 상황과 같은 것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거친 붓 터치의 표현들이 지금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활용하고 있고요.

 

Q. 그 표현에 있어 페인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유화가 좋으니까요. 유화가 보여줄 수 있는 질감이나 색감, 표현법들이 다 너무 좋아요. 요즘은 붓보다 나이프를 많이 사용해서 작업하고 있는데, 저는 작업할 때 그 순간에 몰입해서 순식간에 작업하기 때문에 감정을 빠르게 터치로 표현할 수 있는 유화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두터운 붓 터치 때문인지 고흐의 작품이 많이 떠올랐는데, 본인의 작품 표현기법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가?

 

고흐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고흐의 작품보다 편지와 글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문학적인 면에서 고흐가 글로 써 내려가는 자신의 삶이나 그에 대한 비유, 은유들이 많이 와닿아서 제 작품에도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제가 해 나갈 그림이나 글과 같은 작품들이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작을 소개해 달라.

 

죽은 개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 그림은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 그린 작품이었어요. 당시 비가 오는 날 만원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창밖 길가에 우산을 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비를 맞고 죽은 개가 한 마리 보였어요. 길에 누워 있는 그 개의 모습이 제 모습처럼 느껴지면서 순간 감정이 동화돼서 그리게 되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아있어요. 작품에서는 그 대상이 길에 있던 개가 아니라 저로 표현해 주변의 무관심을 표현한 작품이었어요. 결국 제 작업은 저에 대한 이야기인데, 행복하거나 기쁜 감정들은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려본 적이 없고 주로 우울하거나 슬픔 감정들을 표현하게 되는데, 그 감정들을 담아낸 작품 중 하나예요.

 

‘죽은 개’, 91.0×72.5cm, 2018.

 

Q. 슬픔, 우울이 아닌 다른 감정을 표현할 마음은 없는가?

 

아직은 우울과 같은 무거운 감정에만 관심이 있어요. 제 생각에 기쁨이나 행복 같은 밝은 감정들은 그 순간 느끼고 사라지는 감정들인 것 같은데, 그에 반대되는 우울이나 절망 같은 힘든 감정들은 마음에 쌓이는 것 같아요. 그 감정들이 마음에 깊게 박히는 것 같아서 좀 더 집중해보려 하고 있어요.

 

Q. 감상자는 작품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는가?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작업할 때 세상에 저 혼자밖에 없다는 슬픔 속 우울이 극도에 달했을 때 그림을 그려요. 남들이 봤을 때는 별 것 아니라고 해도 저한테는 그게 엄청난 일이잖아요. 혹시나 이런 감정이 담긴 제 작품을 보며 동화되는 누군가에게 세상에 그렇게 우울에 빠져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 너만 존재하는 건 아니야!’라는 동질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현재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하면서 작업하고 있는 현실이 아무래도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작업비를 벌기 위해 다른 일에 사용해야 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전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환경이 힘드네요.

 

Q.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이 작업에 좀 더 깊이 파고 들어서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에요. 그래서 제 작업에 담긴 불안정하고 결핍된 우울한 모든 감정들도 숨겨야 할 것들이 아니라 당연한 감정으로 여겨지고 받아 들여졌으면 좋겠어요.(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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