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9/08/21(수) 19:52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기업과 예술아트 콜라보레이션

만다라 패턴을 차용해 성속(聖俗) 경계를 묻다

영상기술 활용한 작품도…한국 미디어아트의 개화, 박현기㊦ 

기사입력2019-05-10 16:31
김태현 미술평론가 (elizabeth0711@gmail.com) 다른기사보기

돌들을 위로 탑처럼 쌓고, 그 사이에 TV 모니터를 끼워 넣은 박현기는 이후 바위 속이나 차선 위에 TV를 두고, 모니터에 차선이 출력되는 작품을 제작했다. 또 대형 바위 안에 수상기를 두고 변화하는 도심의 모습을 출력시키며, 이를 트럭에 싣고 대구시내를 달린 도심을 지나며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현기는 무한한 시간동안 자연이 다듬어낸 돌과 함께 지금 현재 보이는 것과 볼 수 있는 것의 차이를 TV 수상기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으로 많은 영감을 주었다.

 

‘만다라’, 단채널비디오, 사운드, 1997.<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성속(聖俗)의 경계를 묻다=박현기는 IMF 이후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폐업하면서 기술자들을 자신의 스튜디오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돌은 제하고 점차 영상의 탐구에 몰입한다.

 

그는 영상의 매체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화면을 조작하는 만다라시리즈를 선보인다. ‘만다라는 성행위 장면을 작은 이미지로 모아 하나의 패턴으로 만들어 신음소리들과 더불어 회전하는 영상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우주의 진리를 설명하는 이미지로 쓰이는 만다라는 모든 것을 다 갖춘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것이다. 박현기는 포르노 영상을 재편집해 만다라 패턴을 차용한 작품을 통해 성()과 속()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2007년 미국의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로버트 모건은 아트 앤 퍼포먼스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박현기의 작품을 뒤샹식의 현대미술에 대한 서구적인 접근에서 나아가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박현기는 만다라시리즈 이후 인조석으로 만든 기둥에 물의 영상을 투사해 물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 한 일루전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박현기는 영상이 지니는 속성에 대한 탐구에서 나아가 영상기술만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다.

 

‘반영’, 사각구조물 2개, 프로젝트 비디오 플레이어, 1997.<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현기의 노력=미술가로서의 그의 열정은 엄청났다. 건축연구소의 성업에도 불구하고 미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놓지 않았고, 기술적인 부분이 모자라다 싶으면 이를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 배워온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TV 수상기나 비디오를 비롯해 영상도구들의 가격은 매우 비쌌으며, 그가 추구한 작품은 당시로선 판매하기에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미술을 향한 열정은 아무도 그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일궈낸 예술가의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그의 작품을 호출하게 한다. 201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고, 2017년에는 갤러리현대에서 전시회를 열어 그의 작품 가치를 재조명했다.

 

TV 수상기의 물성을 비롯해 미디어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연구하고 우리의 미술계를 풍요롭게 한 박현기의 작품세계는 앞으로도 더욱 연구가치가 높아질 것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김태현 미술평론가)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중국비즈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