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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재송신 분쟁 반복…법제도는 여전히 미비

“의무재송신 확대하고, 재송신료 산정 법정화 필요” 

기사입력2019-06-04 18:15

KBS, MBC, SBS 등 지상파 사업자들이 방송을 재송신하는 케이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1월 SBS와 6개 지역민방이 케이블 방송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송신 계약 체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재송신한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취지다. 2월에도 서울고법은 KBS와 MBC가 케이블 사업자를 대상으로 낸 소송에서 지상파에 대한 권리 침해를 인정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료 산정을 위한 절차를 마련해 반복되는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사업자간의 재송신 대가 산정과 관련된 법제도가 미비해, 사실상 대가 결정을 법원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국회의원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개최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정책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에서, “지상파 방송 무단 재송신 대가 결정을 법원이 하게 됐다”며, 법제도의 보완을 통해 반복되는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이후 반복된 재송신 논란, 피해는 시청자 몫=케이블 방송은 최초로 출범한 1995년부터 지상파에서 제작한 방송을 재송신해왔으나, 2008년까지는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이 시장 지배적 지위였고, 케이블 방송은 난시청 해소에 도움이 되는 보완 매체 수준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IPTV를 출범시키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간의 관계도 변화를 맞이했다. 위성방송, IPTV, 케이블 방송과 지상파가 서로 경쟁을 벌이는 방향으로 방송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8년 IPTV와의 협상을 통해 재송신료를 결정했다. 같은 해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과의 협상은 결렬됐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대가를 내지 않고 방송을 재송신해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업자간 분쟁과정에서 시청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는 점이다. 2011년 4월 MBC는 위성방송에 대한 HD신호 공급을 6일간 중단한 바 있다. 같은 달 SBS의 위성방송에 대한 HD신호 중단은 49일간 이어졌다. 2011년 11월 케이블 방송사업자의 지상파 HD방송 송출 중단이 8일간 있었고, 2012년 1월에는 케이블 방송의 KBS2 방송 송출 중단이 2일간 벌어졌다.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료 주장은 정당한 권리행사다. 김현경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은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에서 이를 재송신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의무재송신제도의 확대, 이용료 약정이나 법정허락과 이용료 산정 방식에 관한 제도 마련을 촉구한 사실도 소개했다. 분쟁의 배경에 법제도의 미비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법원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8년이 지난 2019년에도 관련 법제도는 마련되지 않았고, 분쟁과 소송전만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대로 당사자 사적자치에 맡겨두면 사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사법부는 입증을 더 잘한 쪽 손을 들어서 가격을 정하게 돼 있고, 이는 합리적인 가격산정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4일 지상파방송 재송신 정책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의무재송신 확대 여부, 가격 산정 법정화 등 대안=김 교수는 대안으로 의무재송신을 확대하는 방안과, 가격 산정을 법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방송법은 케이블과 위성방송 사업자 등에게 KBS1과 EBS의 방송프로그램을 변경없이 재송신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의무재송신’이기 때문에 이 두 방송사에 대해서는 재송신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KBS2와 MBC, SBS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협정재송신’으로 구분하고, 재송신료 등 대가가 발생한다. 만일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한다면 재송신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2013년 남경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의무재전송 대상에 KBS2와 MBC를 포함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협정재송신의 대가 산정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도 담겼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민영방송사인 SBS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KBS2는 KBS1이나 EBS와 마찬가지로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했으며 회계처리 역시 정부기업예산법에 따르는 점, 방송의 공익성 등을 고려할 때 의무재송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BC의 경우 “공영방송인지 논란이 있다”며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MBC의 법적 지위를 공영방송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신료 등에서 KBS, EBS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할지 신중해야 하며, 보상금 산정 기준을 만들 때도 차이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재송신료 산정 기준의 법정화에 대해서도,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운영의 탄력성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의무동시재송신 대가산정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이곳에서 객관적인 기준으로 재송신료 산정은 물론 사업자간 분쟁 해결 등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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