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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진정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는가?

신분제사회였지만, ‘예’와 ‘조화로움’이 작동하는 ‘고른 세상’ 

기사입력2019-06-18 18:3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유명 방송인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1시간30분짜리 강연 행사비로 1500여원을 받는다고 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그 정도 액수라면 웬만한 대졸취업자의 반년치 임금이니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유명 연예인들 또한 행사무대에서 노래 몇 곡을 부르고, 훨씬 더 많은 개런티를 받는다. 우리사회가 자본주의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그 정도의 대가를 받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고액의 행사비가 시빗거리가 된 이유는 그 행사가 개인이나 기업이 주최하는 것이 아닌 국민세금으로 치르기 때문인 듯하다. 여기에 그 방송인이 ‘판사의 방망이와 목수의 망치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한다’는 식의 말을 평소에 했던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이 적용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보면, 그 방송인은 진보주의적 인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능력은 그만큼의 강연료를 받아야 마땅하다 여기는 것이니 자기모순이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해, 노동일을 하거나 이익추구를 하는 상인을 천시했다. 오늘날까지 그러한 차별적인 인식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것 또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유무죄를 판결하는 판사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랜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목수 역시 번듯한 집 한 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집짓는 기능을 제대로 습득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외관과 속성이 다른 판사와 목수의 노동을 동일노동이란 하나의 울타리에 넣기는 쉽지 않다. 또 사회통념을 이유로 양자의 노동에 다른 가치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 또한 내치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직무 자체가 다른 판사·목수의 노동과 달리 정규직 옆자리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게 절반의 임금만 지급하는 차별적 관행이 존재한다. 일반 회사에서 임원 특히 대표이사가 받는 보수가 같은 회사 직원 임금의 수백배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단지 기득권으로서 돈과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서민이 평생 꿈꾸지 못할 부를 축적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사회 사회·경제 환경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가속화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계층간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각기 최대한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보장해야한다는 ‘자유’ 정신과, 누구나 고르게 잘 살 수 있어야한다는 ‘평등’ 정신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 고민해야한다.

우리사회에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유가사상에서 평등에 대한 인식은 뿌리가 매우 깊다. 유가사상에서는 이상사회를 대동사회(大同社會)라 한다. 유가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서는 ‘대동(大同)’의 상태를 “세상의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면 온 세상을 모든 인류가 함께 누리는 것이 된다. … 반드시 자기만의 소유로 둘 필요도 없고, … 반드시 자기만을 위해서 힘쓰는 일도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사사로운 생각이 생기지 않게 되고, 도적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집 문을 닫아 두지 않아도 된다. (大道之行也,天下爲公.… 不必藏于己. …不必爲己. 是故謀閉而不興,盗竊亂賊而不作. 故外户而不閉.)”고 했다. 여기에 대동이라는 글자의 뜻은, 세상을 어떤 한 사람의 것으로 삼지 않고 누구나 함께 향유하는 것을 말한다. 

유가의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에서는 군자 된 이가 가야할 삶의 도리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닦은 다음 가정을 가지런히 돌보고, 그 다음 나라를 잘 다스리며, 그런 다음에는 천하를 고르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유가사상이 군자에게 제시한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의 순서라 할 수 있다. 여기서도 ‘평천하(平天下)’가 등장해, 유가 최후의 이상사회가 ‘고른 세상’임을 알려준다, 

게다가 공자는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덕목을 말하면서 “백성이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한다.(不患貧而患不均)”고 했다. 군주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백성들이 비록 좀 가난하더라도 그들이 ‘고르지 못함[不均]’이란 게 공자의 가르침이다. 

선비 전통적인 유가사상에서 학식이 높은 선비들이나 권력이 있는 관리를 숭상하는 차별적인 계급의식을 가졌지만, 공자는 질서의식을 규정하는 예(禮)의 실현에 있어 서로 함께 어울려야한다는 조화[和]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여기까지 보면, 유가에서 말하는 최후의 이상사회란 모두가 함께해 세상이 고른[均] 사회인 대동(大同)과 평천하(平天下)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가사상의 이상사회가 가난한 자이건 부자이건 또는 신분이 귀하건 천하건, 차별없이 누구나 동일하게 대우한다는 평등사상을 지향했다고 할 수 있을까? 

공자의 시대는 지배와 피지배계급이 엄연히 구분되는 불평등한 차별의 시대였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평등이상은 그저 이상이며 허구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논어』 학이(學而)편에서 공자는 “예의 쓰임에는 조화로움이 귀중하다.(禮之用, 和爲貴.)”고 해, 당시 사회질서를 규정하는 예를 조화롭게[和]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듯 공자는 모두가 똑같이 먹고 사는 평등한 사회를 지향했다기보다는 차별적인 당시 사회에서 서로가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이상으로 여겼다고 봐야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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