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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창구 ‘전경련’ 반성없이 위상회복 난관

日게이단렌 모델로 설립, 日 도발시점에 목소리…스멀스멀 전경련㊦ 

기사입력2019-08-09 17:01

2017년 7월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은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빠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 5단체의 맏형으로 꼽히던 위상까지 추락했다. 과거 ‘경제 5단체’라고 하면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를 함께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24일 일본정부에 경제도발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제 5단체’ 건의서에는, 전경련 대신 중견기업연합회가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새롭게 설립된 중견기업연합회가 들어오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한때 ‘경제 6단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전경련은 해체론에 직면했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지목된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의 대표주자 역할은 대한상의로 넘어갔다. 

 

◇이름·구조 바꾼다는 혁신안, 2년째 무소식=“해체라는 말을 꺼내기가 제가 자격이 없는 것 같고요. 저희는 탈퇴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경련 해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반면 당시 청문회 자리에서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이후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SK, LG 등 4대그룹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는 총수들은 거수해달라고 요청하자,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대적인 탈퇴가 이어진 이후 전경련은 새로운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는다. 결국 전임 허창수 GS 회장이 2017년 2월 재선임됐다. 

 

그해 3월 허창수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전경련 혁신안을 발표했다. 단체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조직을 축소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허창수 회장은 특히 정치와의 고리를 끊겠다고 강조했다. 또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경영이사회를 신설해, 사무국의 독단적 운영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경련 혁신안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사단법인인 전경련이 이름을 바꾸려면 관계부처인 산업부에 정관개정 신청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관개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경영이사회 신설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권태신 전경련 상임부회장은 올해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칭 등 정관개정에 대해 “여권에서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유착 고리, 반성없이 위상회복 어려워=문재인 정부 들어 재계의 대표주자가 된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가입해 해외 상공회의소 등과 민간 경제교류를 주도한다. 1884년 고종이 설립한 한성상공회의소가 모태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반면 전경련은 설립근거가 따로 없이 경제인들이 만든 임의단체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1961년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을 모델로 설립한 한국경제인협회가, 1968년 이름을 전경련으로 변경했다. 

 

임의단체인 전경련이, 법정단체인데다 역사도 더 오래된 대한상의를 앞질러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대 회장단을 보면 알 수 있다. 초대인 이병철 회장 이후 정주영 현대 회장, 구자경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번갈아가며 회장직을 맡았다. 

 

전경련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예시도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일해재단 설립을 위한 자금을 재벌로부터 걷어 들이는데 전경련이 창구역할을 했다. 노태우 대선비자금이 뒤늦게 밝혀진 1995년에도 전경련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정권 최고위층과 직접 맞닿아 재벌들의 창구역할을 했다는 데서도, 전경련이 경제단체 중 첫손에 꼽힌 이유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삼성 등 4대그룹이 다시 전경련에 가입할 경우 과거와 같은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전경련 위상의 핵심이 정경유착의 창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위상으로의 회복은 사실상 힘들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전경련에 필요한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정경유착으로 점철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비전제시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전경련이 존재 의의를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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