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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중국을 읽다

곤(鯤)과 붕(鵬)을 통해 장자(莊子)가 전하는 가르침

다양한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기사입력2019-09-05 11:11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편에는 아주 먼 옛날 북쪽 바다에 크기가 수 천리나 되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었는데, 이것이 푸드덕 뛰어올라 붕(鵬)새가 되었고, 그 날개가 하늘을 가득 덮은 채 바다 기운을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갔다가 다시 하늘로 치솟아, 한번 날갯짓에 9만리를 날고 6개월에 한 번씩 쉰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 이야기의 주요 취지는 커다란 물고기가 새가 돼 수만리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거칠 것 없이 펼치는 일종의 정신적인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다.

자유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자유란 ‘스스로 자(自)’자와 ‘말미암을 유(由)’자가 어우러진 어휘인 것처럼, ‘외부의 무엇’에도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 결정해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외부의 무엇이란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두 방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인간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먹고 자야 하므로 결코 물질적인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안 호해박물관 벽화 속의 붕새, 『장자』「소요유」편에 나오는 붕새의 이야기는 억압받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사진=문승룡 박사 제공>
장자의 이러한 생각이 비현실적이거나 세상에서 도망치려는 패배주의적인 인식이라고도 보지만, 인간이 현실에서 겪는 정치적인 압박이나 경제적인 어려움까지도 정신적으로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신승리법’ 같은 것이기도 하다. 

만약에 공자가『장자』가 말하는 곤과 붕새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떻게 여겼을까?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논어』 술이(述而)편에서 “공자는 괴이한 일, 힘써서 억지로 하는 일,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 신비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子不語怪力亂神)”고 전했다. 공자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그가 춘추(春秋)라는 전란의 시대에 살다 보니 현실에서 목숨을 지키며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시해, 괴이하거나 힘을 써서 억지로 일이 되게 하거나 현실에서 증명할 수 없는 허황된 일에 대해서는 아예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라고 한 듯하다. 

이러한 전통은 한(漢)나라 때 공자의 유가(儒家)가 나라의 통치 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공자의 유가는 삼강오륜(三綱五倫)과 같이 현실에서 꼭 필요한 윤리·도덕 방면에 치중했으며, 이 때문에 중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이 아닌 세계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데에는 젬병이 돼, 무한한 상상을 통해 창조적인 발명이나 경영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주간지 타임(TIME)은 1999년 5월31일자 “사실이다. 아시아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다(It's True. Asians Can't Think)”는 제목의 기사가 냈다. 대체로 송(宋)나라 때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했던 중국이 근대 이후 유럽에 비해 산업부문이 뒤처진 된 이유를 설명한 기사였는데,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인들이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생각이란 인간만이 가지는 가장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중국이 발전하지 못했으며, 게다가 그것은 사실이라고까지 제목에 덧붙였으니. 이 글은 아시아 사람들 모두에게 참으로 모욕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주간지 타임은 어째서 그렇게 평가한 것일까? 여러 가지가 이유 가운데 공자의 유가사상 때문이라는 비판이 눈에 띈다. 타임지 기사는 “여러 세대 동안 이어져 온 저 뒤틀어진 유가철학은 아시아 사람들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망가뜨리는 지긋지긋한 역할을 해왔다.(The twisted Confucian philosophy passed on by generations has played a damnable role in denting Asian creative thinking.)”고 주장했다

『장자』는 오늘날 가장 많이 읽는 고전 가운데 하나지만,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는 노자의『도덕경』과 함께 유가의 정통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서로 취급됐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실제로 우리 조선에서는 성리학(性理學)을 나라의 이념으로 삼고, 사대부들에게는 노자의『도덕경』이나『장자』같은 도가(道家)의 책을 읽지 못하도록 했다. 1919년 5·4 신문화운동 당시 중국인들도, 중국이 민주주의와 과학을 발전시키지 못해 아편전쟁 이래 서구열강에게 침탈을 당해 힘없이 무너졌고, 그 배경으로 공자의 유가사상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공자의 유가사상이 민주주의와 과학의 발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나 중국이 근대 산업사회로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가 오로지 공자의 유가사상 때문 만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주간지 타임의 기사처럼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비교적 안정된 질서 속에서 계급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근대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은 가능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한 고전에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시대든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상생활에 충실해 현실주의적 성향이 강한 유가 이외에도, 이제는『도덕경』이나『장자』와 같이 다양한 고전을 통해 다채로운 개인의 사유도 존중할 수 있어야, 그 사회 역시 풍요로울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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