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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고 日 넘어서는 새 패러다임 ‘평화경제’

국가대전략…평화의 한반도에서 우애의 아시아까지 잇는 길 

기사입력2019-09-06 17:32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화협 정책위원장·EANEI 이사장
우리는 짧은 시간에 선진국이 되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났을 때는 절대빈곤국이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엄연한 선진국이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력도 그럴만 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이것이 과연 선진국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올해 합계 출산율이 0.89. 충격 그 자체다. 1명을 낳지 않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고, 민족의 소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상황이다. 역사상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자랑하고 있는데, 현재 고령화율이 18%, 2026년이면 20%가 넘는다. 국내 인구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7년 앞으로 다가왔다. 2060년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율은 양국 모두 40%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서도 10년 이상 빠른 속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 노인의 삶이 붕괴된지 오래다.

 

청년은 어떤가. ILO 기준 확장실업률, 즉 실질실업률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은 25%.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가 없고, 있어도 불안하니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리고 1%대로 추락하고 있는 성장률. 과연 1%대 성장으로 먹고살 수 있는가. 더욱이 글로벌 저성장하에서 대한민국만 잠재성장률을 과거의 5%로 복구할 수 있는가. 경제가 만성적인 악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도 불안하려니와 미래는 더욱 불안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추격 패러다임의 종언에서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고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맘껏 발휘되는 새로운 혁신성장 패러다임을 촉구했다. ‘축적의 시간축적의 길에 이어 최근 공존과 지속: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를 냈다. 유전기술·에너지·인공지능·교육의 4대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자고 주장한다. 분명 이 길이 맞다. 하지만 십수년의 축적과 경제사회 인프라의 변화도 수반돼야 마땅하니 혁신경제 체제를 수립하는데 드는 시간이 문제다.

 

더 깊은 주장도 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 자체를 포용적 자본주의 체제로 대전환하자는 견해다.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고 노동인권을 강화하며, 국가와 시장이 협력적으로 사회를 위해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샌더스가 주장하고 힐러리가 받아들여 미국 민주당의 강령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지난 8,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180여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주가치가 기업이 추구하는 모든 목적이어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의 미국은 과거의 영화를 재건하자며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에게 내어준 제조업, 첨단산업 주도권을 되찾고자 한다. 보호무역 정도가 아니라 공격무역이라 할 정도이니 자본주의 체제전환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지레 풀죽어 포용경제를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보다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가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평화경제노선은 대한민국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즉 동아시아 전체의 신경제지대 창출이라는 거대과제와 다름없다. 라오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라오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분냥 보라칫 대통령의 만찬사에 대한 답사를 한 후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혁신경제, 포용경제와 더불어 또 하나의 길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 신경제, 최근 버전으로는 평화경제다. 금번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제시된 평화경제노선은 기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5년 당대표 시절 한반도신경제지도 선언으로부터 시작됐고, 20188·15 경축사에서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론으로 발전된 바 있다

 

올해 경축사에서는 극일의 수단으로 제시됐지만, 극일이 그야말로 총체적인 국가 대전환 없이 성사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볼 때, 과연 평화경제노선은 대한민국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즉 동아시아 전체의 신경제지대 창출이라는 거대과제와 다름없다. 평화경제는 냉전을 뚫고 경제대륙으로 아시아를 재건하자는 것이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계승이며 김구의 문화선진국으로의 실천적 도전이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길은 무력으로 국익을 추구하던 제국주의나, 냉전과 신자유주의로 강대국 군산복합체와 금융패권의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던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다. 이 길은 평화의 한반도로부터 우애의 아시아까지 잇는 길이니 진전한 아시아공동체, 상생과 공영의 아시아로 향하는 길이다. 세계 유일의 고성장 경제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심지어 미국의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경제는 대한민국 경제가 당면한 인구절벽과 불균형 저성장을 뛰어넘는 길이다. 혁신과 포용경제도 한반도 평화경제로 들어서면 도약적 전개가 자명하다.

 

2009년 골드막삭스 보고서 188, 2014년 국립외교원 보고서, 현대경제연구원, 전경련과 통일준비위원회 보고서 등이 공히 지적한 바는 통일경제와 유라시아경제의 놀라운 효과다. 북한 경제성장률이 15%를 상회하고, 대한민국 잠재성장률 5%로의 도약이다. 당시 조선일보가 통일은 미래다라는 대기획을 1년간 연재했고, 국책연구기관들도 소위 통일대박론의 이론적 근거를 만드는데 분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이 연구보고서들이 갖고 있는 과거시대의 한계가 문제다. 20184·27 판문점 선언으로 바야흐로 역사적 분기점을 넘었다. 그것은 흡수통일을 완전히 지우고 남북이 연합해 민족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원칙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연합의 원칙으로 한반도 신경제 노선은 보다 정밀하게 재정립돼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 노선은 어떻게 수립되고 미국과 중국과의 경제외교를 어떻게 수립하는가. 또한 남북경협의 양과 질이 어떻게 돼야 하고 남북 산업협력의 경지는 어떻게 돼야 남북 모두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과연 동아시아 신경제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최적 모델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수적이다.

 

조사와 연구에 기반해서 한반도와 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어 나아가는 것, 이를 두고 평화경제 한반도대전략이자 코리아 이니셔티브라고 불러야 옳지 않을까. 대한민국 경제가 살 길이 평화경제이고, 극일의 방도도 평화경제며, 세계에 제안할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실천적 마당도 평화경제라고 생각한다. 북미간 3차 정상회담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매우 분명한 실질적 성과를 내기위한 산고일 뿐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니만큼 대한민국은 평화경제 국가대전략을 준비하는데 소홀함이 없이 깊이 있고 치밀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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