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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의 ‘무용(無用)의 용(用)’ 에 담긴 가르침 되새겨야 

기사입력2019-09-17 15:32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장자』 「인간세(人間世)」편에는 나무가 번듯하게 잘 자라면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와서 베어가는 것을 두고, 나무가 여러모로 쓸모가 있기 때문에 본디 하늘로부터 주어진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일찌감치 베어져 죽고 마는 운명을 맞게 되는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마치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인재(人材)가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면, 오히려 그 때문에 남들에게 부림만 당하느라 자신의 삶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을, 흔히 미인은 불행하거나 병약해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으로 비유해 쓴다. 미인(美人)의 미(美)자는 외모가 뛰어나다는 뜻 말고도 재주가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능력 있는 이가 자신의 재주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기를 많이 받고,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는 일이 흔히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서안시 황제릉(黃帝陵)에 있는 측백나무. 장자는 재목감이 되지 못하는 나무가 하늘에서 내린 천수(天壽)를 누린다고 했는데, 이 나무는 중국인이 조상으로 섬기는 황제(黃帝)가 5000년 전 직접 심었다고 해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로서 천수를 누리고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산목(山木)」편에서는 장자가 산속을 가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보고도 나무꾼이 그냥 쳐다만 보고 베어가지 않는 것이, 나무가 쓸모가 없어서라는 말을 듣고 “이 나무는 재목이 되지 못해서 하늘로부터 얻은 나이를 누릴 수 있는 것이구나.(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라고 깨달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을 보고 장자는 ‘무용(無用)의 용(用)’ 즉, 쓸모가 없는 쓰임의 삶을 추구해야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글귀 가운데 ‘난득호도(難得糊塗)’를 꼽는 이들이 많다. 난득(難得)은 ‘얻기 어렵다’ 또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고, 호도(糊塗)는 어떤 일에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어리숙하게 군다는 의미다. 즉, 난득호도는 자신의 실력이나 총명함을 감추고 어수룩하게 행동해도 남들에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더라도 세상일이란 종종 잘못돼 손해 보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니, 매사에 늘 한발 물러서 모르는 체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것인데, 난득호도는 그처럼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다. 중국인들이 쉽사리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엉큼하다는 말을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물론(齊物論)」편에는 어느 날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가 깨고 나니, 자신이 본래 인간이 아니라 나비였던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지금의 자신이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무언가 절대적인 가치기준으로 세상일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남과 나를 혹은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면, 욕심도 경쟁도 사라져 평정한 상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나비의 꿈이라는 뜻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은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본디 나비가 장자로 변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딱히 확정할 수 없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일깨우고 있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여기까지 보면, 장자는 세상에서 쓸모 있는 어떤 무엇인가가 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니, 세상에 나서서 사람들과 옳으니 그르니 따지며 부대끼지 말고, 자신만의 삶을 누리며 살라고 한 것처럼 이해할 수도 있다. 유가의 주요 경전인 『대학』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여, 모름지기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열심히 자기수양을 해 집안으로부터 나라와 온 세상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군자가 돼야한다는 가르침을 펴는 것과도 장자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자 역시 사람들에게 세상에 아무런 쓰임도 되지 말라고 권한 것만은 아니다. 그의 「소요유(逍遙遊)」편에는 송(宋)나라 사람이 모자를 팔아 돈을 벌어보려고 월(越)나라에 갔는데, 월나라에는 사람들이 머리를 빡빡 미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아 결국 돈을 벌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모자의 예를 들어서 지역마다 각기 살아가는 양식이 달라 어느 곳에서는 모자가 잘 팔려 돈을 잘 벌수도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모자가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각각 그 쓰임에 걸맞은 사정을 잘 살펴야 장사를 해도 돈을 잘 벌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서 장자는 적절하게 세상에 쓰인다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를 들고 있다.  

송(宋)나라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집안에서는 이것을 이용해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만들어 대대로 실과 솜을 물에 빠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어떤 이가 이 소문을 듣고 와서 100금을 주고 그 약의 비방(祕方)을 사고자 했다. 그래서 그 집안사람들은 이제껏 자신들이 대대로 다른 사람들의 실과 솜을 빨아 왔지만 아주 적은 돈을 벌었을 뿐인데, 지금 약의 비방을 팔면 큰돈을 챙길 수 있으니 이참에 팔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약의 비방을 산 이는 오(吳)나라의 장수가 돼, 그해 겨울 이웃인 월(越)나라와 전쟁에서 수중전을 벌였는데, 오나라 병사들은 손이 트지 않은 약 덕분에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크게 이겼고, 그 장수는 봉지를 하사받고 제후에 올랐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손을 트지 않게 하는 같은 기술로 어떤 사람은 큰 명예를 얻고 높은 벼슬아치가 될 수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남의 집 실과 솜 빠는 일을 평생 면하지 못했으니, 이것은 바로 그 약을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장자의 ‘무용의 용’이나 ‘호접지몽’과 함께 이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다른 환경을 잘 이해하고, 각기 사람들이 가진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하루하루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세계질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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