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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세계와 단절시킨 화이트 큐브 이상적일까

미술관은 무엇을 만드는가 ‘제도비판미술’㊤ 

기사입력2019-11-15 10:04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손대지 마시오”, “촬영금지”.

 

미술관(또는 갤러리)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미술관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경고 문구를 작품 앞이나 미술관 입구에 붙여 놓는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드는가? 만져서는 안 되는 것, 세상에 유일한 것, 눈으로만 봐야 할 것. 이러한 경고 문구는 작품을 접근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는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너무 순진한 태도다. 미술관은 심리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과연 미술관은 무엇을 만들어낼까?

 

티 없는 흰색 벽면의 모던한 미술관

 

로렌스 뷔너(Lawrens Weiner)는 마치 세상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위장했던 미술관이 우리 주변의 공간과 다를 바 없는 공간임을 드러냈다. 로렌스 뷔너, 36"×36"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벽면을 파낸 작업 사진, 1968.<출처=whitney.org>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세상과 다른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자신이 교양 있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 교양은 무엇인가? 엘리트 지배계급의 행동양식 아닌가.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지배계급의 취미와 사상이 스며있는 이데올로기적인 공간이다.

 

그 시작부터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인 취향이 반영돼 있다. 미술관의 모체인 희귀 소장품 진열 공간은 15~16세기 유럽인들의 신항로와 신대륙 개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그 당시 신항로와 신대륙 개척은 유럽인들을 전 세계로 진출시켰다. 신대륙에서 보게 된 희귀하고 진귀한 물건들은 유럽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희귀 물건이 유럽으로 들어와 전역에 유통되기에 이르렀다. 왕족이나 귀족, 사제들 사이에 이러한 물품들을 수집하는 것이 그 당시 유행처럼 번졌고, 자신의 수집품을 뽐내기 위한 멋진 진열공간을 만드는 것이 활발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진열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탄생한 공간이 독일어권에서는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분더캄머’(wunderkammer)이고, 프랑스어권에서는 영어 캐비닛(cabinet)의 유래가 된 카비네 퀴리오시테’(cabinet curiosité)이며,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소장품 진열공간을 갈레리아(galleria)라 부르던 것이 유럽 전역에 유명해지면서 정착된 갤러리’(gallery) 등이다.

 

이런 공간은 상류층이 취미 삼아 진귀한 수집품을 진열해 놓은 초기 형태의 전시공간이다.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통과하면서 공공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나폴레옹은 수많은 궁궐과 수도원에 은밀히 산재해 있던 수집품을 모아서 공공 박물관에 전시하도록 촉진했고, 그 결과 1793년 세계 최초로 공공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이 개관하게 됐다. 하지만 그 당시 공공 박물관은 수집·관리를 위한 목적이었지, 미술품의 전시·감상·비평 등의 목적은 아니었다.

 

멜 보흐너(Mel Bochner)는 미술관의 구조 자체가 작품의 ‘틀 짓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멜 보흐너, ‘측정:방(Measurement:Room)’, 벽 위에 테이프와 사식문자 활용, 뮌헨의 하이너 프리드리히 갤러리에 설치, 1969년<출처=MoMA 컬렉션>

 

시대의 변화는 미술품만을 위한 전시공간인 오늘날의 모던한 미술관을 불러왔다. 그리고 화이트 큐브’(White cube)라는 개념이 모던한 전시공간의 중심을 형성했다.

 

화이트 큐브는 티 없는 흰색 벽면, 인공 조명, 쾌적한 온습도 등으로 구성된 무색무취의 진공 같은 전시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색무취의 하얀 입방체 공간은 환경을 외부세계와 단절시킴으로써 오직 작품에만 주목하게 한다. 이것은 모더니즘의 중심적 정신인 예술의 자율성예술을 위한 예술과 부합하는 조건이었다.

 

브라이언 오도히티(Brian O'Doherty)화이트 큐브 안에서(Inside the White Cube)’라는 책에서 화이트 큐브를 이상적인 상태, 즉 인간에 의해 침해되지 않는 순수한 예술의 제시를 위해 외관상 단독으로 인식되는 순수하고 절대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이트 큐브가 정말 의미를 갖지 않은 무색무취의 이상적 공간일까?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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