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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화합하지만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

소인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고만 하고, 화합하지 못한다. 

기사입력2019-12-06 12:31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정치인 또는 기업인에게 평소 마음속에 간직한 격언 한 마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맹자』 「공손추하(公孫丑下)」 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말한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들이 화합하는 것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이웃 나라와 전쟁할 때, 아무리 좋은 시기를 잡아서 공격하더라도 상대방 진영이 지리적으로 유리하거나 성곽을 굳건하게 지키기만 하면 도무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병사들이 잘 화합하면 어떤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을 경영하는 때에도 시절을 잘 만나거나 지리적으로 유리한 점보다는, 기업 구성원이 얼마나 잘 화합하느냐가 일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것을 거듭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이 농경사회 전통 속에서 살아온 민족은 사회 구성원끼리 화합을 중시하며 살아왔다. 농사는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모 내고 수확을 하는 일 등 언제나 이웃과 잘 어울려 힘을 합해야만 일을 원만하게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경사회에서는 먼저 태어나 오랜 세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이를 선생(先生)이라 해 극진히 존중하는 전통이 생겼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오늘날에도 중국은, 너른 땅덩이에 여러 민족이 다양한 풍습과 생활환경에서 살다보니, 사람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잘 어울려 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나라 역시 좁은 나라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이웃과 잘 어울려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중국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터다. “중국의 꿈은 조화를 소중히 여긴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면 내내 길하고 상서롭다.”라는 글귀에서 보듯, 오늘날 중국정부가 조화(和)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오늘날 중국 전역을 누비는 고속전철의 이름은 ‘다 함께 잘 어울려 살자는 의미’의 ‘화해호(和諧號)’다. 또 중국 인민을 계몽하는 포스터 가운데 “중국의 꿈은 화합을 소중히 여긴다.(中國夢, 和爲貴.)”라고 한 것이나, “다른 사람과 잘 지내면 내내 길하고 상서롭다.(與人爲善, 一路吉祥.)”라는 글귀가 흔히 보이는 것만 봐도, 오늘날까지도 중국정부가 화합(和)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화(和)자를 “서로 어울린다.(相譍也.)”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렇다면 화합이란 무엇이, 어떻게 어울리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和’자는 벼를 나타내는 화(禾)자와 사람의 입을 나타내는 구(口)자를 합한 문자다. 결국 화(和)자는 “밥을 함께 먹는다”라는 뜻으로, 밥을 함께 먹을 만큼 친밀한 관계라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먼 길을 떠나는 자식에게 어머니가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당부만큼 정겨운 말도 없는 것처럼, 우리 또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다음에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흔히 한다. 친구끼리 으레 하는 인사말이기도 하지만, 밥 한번 먹자는 말만큼 다른 사람과의 돈독한 관계를 잘 대변해주는 말도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그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언제나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불미스럽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동안 잘 알고 어울리던 친구가 한 일이니 눈 감아 주거나 모른 채 덮어 주는 일이 우리사회에 여전히 흔하다. 또 같은 지역 출신이라서 혹은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우리가 남이냐”라는 한 마디로 안 되는 일이 없이 어물쩍 넘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고속전철의 이름을 ‘화해호(和諧號)’라고 지은 것은,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인민들이 서로 잘 어울려 조화롭게 살자는 염원이 담겨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그래야 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의식 때문에,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빌미로, 패거리를 이뤄 펼치는 부조리한 관행들이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나 중국 사람들이 이처럼 일을 두루뭉술하게 처리하려는 습성 때문에, 매사에 꼬치꼬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과학이나 논리학과 같은 학문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어려운 자연환경을 이웃과 힘을 합쳐 이겨내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서로 돕고 어울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더불어 조화롭게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을 빌미로 때로는 자신만이 이익과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휩쓸리며 사회의 근간을 해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공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에 대하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군자는 다른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같아지려고 하지 않고, 소인은 다른 이들과 같아지려고만 하고 화합하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和, 小人同而不和.)”고 했다. 언뜻 보기에 화합한다는 의미의 화(和)자나 함께 한다는 의미의 동(同)자의 의미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군자는 모름지기 이익을 좇느라 이리저리 휩쓸리지 말고, 서로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조화롭게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과 같이 이익 추구에 몰두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 사회, 남을 배려하고 함께 화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공자의 가름침을 거듭 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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