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7/04(토) 14:48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일사불란(一絲不亂) 아닌 다사불란(多絲不亂) 향해

자기 주장만이 아닌, 이해·용서하는 서(恕) 자세를 되새겨야  

기사입력2019-12-17 15:04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평생 실천해야 할 한 마디가 무엇인지 여쭙자, 공자는 “그것은 ‘서(恕)’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아야 한다(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고 답했다. 
 
공자는 제자인 자공에게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싫어하니,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일깨웠다. 자신의 입장에 미뤄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同情)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같을 여(如)’자와 ‘마음 심(心)’자가 합해진 서(恕)자를 잘 새기라고 했다. 

오늘날 서(恕)자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容恕)한다는 의미로 흔히 쓰지만, 본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한다는 의미였다. 또 군자는 “화합하지만 같아지려고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에서 화(和)의 의미로서,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자신의 뜻과 같아지도록 강요하는 동(同)과는 다르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특출난 10명의 제자를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 한다, 이들 가운데 두드러진 이가 자공(子貢)이다. 사진은 공자를 기리는 사당인 공묘(孔廟)에, 공자가 죽은 다음 “자공이 직접 심은 나무(子貢手植楷)”를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구약성서(舊約聖書) 외전(外典) 토비트(Tobit)서에는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글귀가 있다. 신약성서에도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있다. 흔히 황금률(黃金律)이라고 전해지는 내용의 글이다. 어째서 황금률이라고 부르는지 그 기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3세기 로마 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Marcus Aurelius Severus Alexander Augustus)가 이 문장을 금으로 써서 거실 벽에 붙여 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처럼 동서양에서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꼭 지켜야 할 다짐으로,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했다는 것만 봐도, 역시 가슴 깊이 새겨둘 만한 황금률답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은 이중 부정어다. 이처럼 ‘~하지 않는 것을 ~ 하지 마라’라는 형식의 글은, 흔히 ‘~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글귀에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불(不)’자와 ‘~하지 마라’는 뜻인 ‘물(勿)’자를 둘 다 떼어보면,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남에 하도록 해라(己所欲, 施於人.)”라는 뜻이 된다.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듯이, 거꾸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도 하도록 권하라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도 권하는 것은 미덕이다. 맛난 음식을 자기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먹어 보라 권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남들과 그 일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이같은 말과 행동은 인간이 본디 착한 품성을 타고났음을 일깨워 준다. 

어쩌면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도 권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하는 우리사회를 좀 더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리 맛난 음식이나 즐겁고 유익한 일이라 해도,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싫어할 수도 있다. 자신은 불고기도 좋아하고 생선회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고기나 생선 가운데 하나만 좋아하거나 둘 다 싫어할 수 있다. 사람마다 식성과 취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에 한창 힘쓰던 시절,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한 올의 실도 엉키지 않은 것처럼 질서 정연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오로지 잘먹고 잘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악착같이 경제발전에 매진했다. 마치 한 가닥의 실처럼 헝클어지지 않은 채, 모든 사회구성원이 돈벌이에 달려들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때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예로부터 중국에는 사회계층 간의 질서를 중시했다. 오늘날에도 어린이들에게 질서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표어가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 표어의 내용은 “질서 있게 줄을 서세요. 먼저 내린 다음에 타세요(有序排队, 先下后上)”라는 뜻이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일사불란이 먹고 사는 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그로 인해 우리사회에 공정한 절차나 정의로운 결과를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만치 않게 퍼지게 된 부작용까지도 껴안아야만 했다.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입장은 배려하지 않고, 나이가 많거나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거나 강요하는 습성이, 우리사회를 경직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늘 변화하는 세상 현실에서 ‘원칙과 상식’이 충돌하듯, 어느 하나가 언제나 옳거나 그르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상일이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오로지 기득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갈등하고 다투는 일이 흔하다. 그럴수록 일사불란이 아니라, 여러 가닥의 실이 헝클어지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다사불란(多絲不亂)’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주의나 주장만을 내세우기보다, 공자 말처럼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서(恕)의 자세를 되새겨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easy부동산
  • 신경제
  • 다른 세상
  • 정치경제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공동체
  • 빌딩이야기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