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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대동(大同)’ 의미 되새기는 새해 되길

재물이 특정 몇 사람에게 편중돼서는 대동사회 될 수 없다  

기사입력2020-01-06 10:4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해 연말 세밑한파를 온기로 채웠던 한국판 ‘장발장’사건이 있었다.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기 전까지 만해도, 이 사건에는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던 한 아버지에게 은혜를 베푼 마트주인과 경찰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낯모르는 이들의 자선이 더해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다른 한편으론 벌이가 없어 굶다 못해 자식을 앞세워 먹을 것을 훔쳐야만 했던 아버지의 처지가 많은 사람의 마음 한구석을 저리게 했다. 다른 모든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나쁜 짓을 했거나 돈 한푼 벌지 못하더라도, 아들에게만큼은 아버지로서 존경받고 싶은, 세상 모든 아버지의 똑같은 심정이더해지면서 말이다. 

전통적으로 자식이 크게 능력이 모자라거나 못된 짓을 하였을 때, 스스로 불초소자(不肖小子)라며 용서를 빌곤 한다. 불초소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닮지[肖] 못한 아들’이라는 뜻으로, 자식만큼은 아버지의 훌륭한 점을 무조건 닮아야만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래선지 한국판 ‘장발장’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이전에도, 자식을 앞세워 도둑질을 했던 아버지의 행위를 비난했던 여론도 없지는 않았다.  

중국의 전통적인 사당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편액이 걸려 있다. 복도대동(復道大同)이란 “도를 회복하고 다 함께 어울리자”라는 뜻이다. 모두 다 함께한다는 의미의 ‘대동’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지난 여름에는 탈북한 40대 여성과 어린 아들이 집안에서 굶어 죽은 시신으로 발견돼,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 굶주리며 또다시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맹자는 이상적인 정치상을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도덕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맹자』 「양혜왕(梁惠王)」 상편에는 백성들에게 먹고살 수 있도록 일정한 직업인 항산(恒産)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임금의 책무라고 했다. 그래야 백성들이 착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인 항심(恒心)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벌이가 없어 굶주리다가 할 수 없이 남의 물건을 훔치는 죄를 저질렀는데, 그제야 나라에서 백성들을 잡아다가 형벌로 다스린다면, 이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하여‘망민(罔民)’이라고 했다. 

맹자는 사랑과 정의를 펴는 이상적인 정치를 실천하기 앞서, 실질적으로 백성들에게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게 임금의 근본 도리라고 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고 남의 집 담장을 넘지 않을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배를 곯고 있는 바에야 인의정치 실현이 다 무슨 소용이냐 싶기도 하다.

물론 맹자가 살았던 시대는 이른바 ‘전쟁하는 나라’라는 의미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이기는 했다. 당시 중국이 여러 나라로 분열돼 늘 치고받으며 싸우던 시대였으니, 백성들은 전쟁에 내몰리느라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고, 그나마 거둔 수확물은 지배세력들에게 수탈당해 늘 굶주려야 했다. 

그래서 맹자는 당시 시대상을 일컬어, 군주가 짐승을 몰아다가 백성들을 잡아먹게 하는‘식인(食人)’의 사회라고까지 비판했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고기가 가득 걸려 있고,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있으면서도, 들판에는 굶어 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널려 있음을 꼬집은 말이다.  

물론 오늘날은 전국시대처럼 지배자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웃나라와 전쟁을 하느라, 온 나라가 피폐해지거나 국민 대다수가 굶주려 죽는 세상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역사에서 오늘날만큼 풍요한 시대는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어 비만해지고, 이 때문에 병에 시달리다 못해 살빼기를 한다면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의 구석진 곳에는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먹을 것을 훔치거나, 어머니와 아들이 여러 날을 굶다 죽어가는 절대 빈곤계층이 아직도 있다. 

이 표어는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보답을 받게 된다(當好人 有好報)”는 내용이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선행과 은덕을 베풀면 뒷날 반드시 좋은 보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오늘날도 이것이 중국 사회주의의 이상이라고 홍보한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는 유가(儒家)에서 지향하는 이상사회를 모두가 함께하는‘대동(大同)사회’라 했다. 대동사회의 여러 조건 가운데 “재물이 헛되게 땅에 벼려지는 것도 안되지만, 사사로이 개인이 독차지해서도 안된다.(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는 대목이 나온다. 재물이 특정한 몇 사람들에게 편중돼서는 대동사회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늘날 세계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잘먹고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자본주의를 이념으로 하든, 모두가 평등하게 잘먹고 잘살자는 사회주의를 이념으로 하든, 빈부격차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빈곤으로 고통 받는데, 자신은 재물이 넉넉하고 배부르다 해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없다.  

새해가 밝았다. 재물이란 서로 나누고 함께해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대동사회의 이상을 되새겨 보아야겠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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