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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적인 혹은 법률적인’ 정의를 작품에 담다

글자가 작품이 될 때…개념미술과 제니 홀저㊤ 

기사입력2020-01-15 10:14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내 욕망으로부터 나를 지켜줘”(PROTECT ME FROM WHAT I WANT)

돈은 취향을 낳는다”(MONEY CREATES TASTE)

공포는 가장 우아한 무기다”(FEAR IS THE MOST ELEGANT WEAPON)

당신은 삶이 정한 규칙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YOU ARE A VICTIM OF THE RULES YOU LIVE BY)

이기심이 행동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다”(SELFISHNESS IS THE MOST BASIC MOTIVATION)”

나는 너를 느껴”(I FEEL YOU)

로맨틱한 사랑은 여자를 조종했다”(ROMANTIC LOVE WAS INVENTED TO MANIPULATE WOMAN)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위와 같은 문장을 작업으로 승화시킨 작가가 있다. 미국의 개념주의 예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 1950~). 그의 문장은 이 시대의 격언이다.

 

개념미술, 글자가 작품이 되다

 

많은 개념미술 작가가 의미를 담은 글자(text)’를 시각예술 작업으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자가 작품이 됐을까? 시각예술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을 시각언어로 드러내는 작업인데, 어떻게 명확한 의미를 담은 문장이 시각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글은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탄생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어떤 이유로 불분명한 감정이나 느낌의 영역을 표현하는 시각예술이 을 자신의 영역에 끌어들였을까?

 

그 시작은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미국의 예술가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에서 찾을 수 있다. 개념미술은 세스 시겔롭(Seth Siegelaub, 1941~2013)이 기획한 ‘196915~31(January 5~31, 1969)’전시에 의해서 공식화됐다. 1969년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모리스에 의해 개념적인 작업이 시도됐다.

 

모리스는 1963년에 미학적 철회에 대한 진술서(Statement of Aesthetic)’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 당시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그 탄생 배경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 작품은 같은 해에 그가 제작한 호칭 기도(Litanies)’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호칭 기도는 모리스가 납으로 된 작은 상자에 한 개의 열쇠 구멍을 뚫어 27개의 열쇠를 꿴 둥근 열쇠고리를 그 구멍에 끈으로 매단 작품이다. 그 당시 건축가인 필립 존슨은 이 작품을 구매했다. 문제는 존슨이 작품값을 지불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로버트 모리스, ‘미학적 철회에 대한 진술서’, 1963, 타자 공증 종이 문서, 나무 위에 납 판, 인조 가죽 매트 위에 장착, 45×60.5cm. MoMA 소장<출처=moma.org>

 

그러자 작가 모리스는 납 판에 호칭 기도의 모양을 그린 복사본을 만들고, 그 옆에 호칭 기도의 모든 미학적인 의미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증서를 첨부해 작품으로 내놨다. 그 작품이 바로 미학적 철회에 대한 진술서

 

이 작품은 예술적 가치를 취소한 것이며, 작품으로서의 명의가 무효임을 행정문서로 공식화한 행위다. 또한, 이 행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예술작품이다.

 

사실 행정 절차나 법체계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예술의 외부에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모리스는 이 작품의 형식을 통해 행정적인 혹은 법률적인정의를 작품에 도입했다. 이것은 단순히 글자의 모양을 시각적 표현 방식의 하나로 사용한 것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서 글자가 지닌 의미를 약화시킨 채 단순히 조형적 요소의 하나로 작업에 활용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리스의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글자가 지닌 의미다. 그 내용이 중요한 작업이다. 따라서 이 작업은 글자(언어)의 내용을 시각예술로 끌어들였다는 측면에서 예술의 범주를 언어까지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개념이 작품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면에서 개념미술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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