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5/29(금) 05:06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어려운 지금,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지혜 모아야

“하늘의 이치는 여유가 있는 것을 덜어 부족한 데에 보태주는 것” 

기사입력2020-01-21 10:3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예기(禮記)』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군주는 어진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일화 한 토막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제(齊)나라로 가던 중 산길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우는 여인을 보았다. 너무나도 서글프게 울기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공자가 제자에게 가서 좀 물어보라고 했다. 얼마 전 이 산에 사는 호랑이에게 시아버지가 물려 돌아가셨고, 그 후 남편, 이번에는 기어코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이에 공자가 이처럼 살기 험한 곳을 떠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사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그러자 여인은 많은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가혹한 정치가 벌어지기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으니 차라리 산속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로 제자들을 일깨웠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春秋)시대는 이름만 보면 ‘봄과 가을’이라는 좋은 계절이란 의미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체가 여러 제후국으로 나뉘어 싸우느라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전쟁에 동원되는 백성들은 죽거나 다치기 일쑤였고, 남자들이 전쟁에 끌려갔으니 농사지을 손이 모자랐다. 이러한 일들이 거듭되니 시아버지, 남편 그리고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잃고도, 포악한 정치가 행해지는 마을에서 살기보다 차라리 사나운 호랑이가 득시글거리는 산속에서 사는 편이 낫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고, 공자는 군주의 어진 정치를 한층 강조하게 됐다. 
   
중국 시내에서는 복스럽게 생긴 아이들과 함께 잉어와 모란을 그려 넣은 포스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풍요를 상징하는 물고기인 잉어[鯉魚]와 꽃 가운데, 가장 중국다운 꽃으로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이들과 함께 그려 넣은 것이다. <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자로(子路)」 편에서는 섭공(葉公)이 좋은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공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모여들게 하는 것입니다.(近者悅, 遠者來.)”라고 했다. 군주가 백성들을 잘살게 하면 너도나도 기뻐할 것이고, 그 소문을 들은 먼 곳의 백성들아 가족과 함께 군주의 주변으로 모여, 온 가족이 산속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성들을 멀리 쫓는 가혹한 정치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의 시대였으니, 전쟁을 감당하려면 좀 더 많은 군사가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왕을 비롯한 그 이하 관리들 역시 먹고살아야 하니,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제때 거두는 일이 지배자들에게는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반면에 어떤 백성이 많은 세금을 내고, 외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전쟁터에 불려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기를 바랄까? 공자는 구체적으로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걷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자의 제자 유약(有若)이 당시 권력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애공(哀公)과, 세금을 얼마나 거둬야하는지 대화를 나눈 대목이 「안연(顏淵)」편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애공이 유약에게 흉년이 들어 나라에 쓸 자금이 부족하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유약은 수확량에서 대략 10분의 1을 걷는 세법인 철법(徹法)을 시행하라고 조언했다. 애공은 지금 당장 10분의 2를 거둬도 부족한 처지인데, 어떻게 10분의 1만을 거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유약은 “백성이 풍족한데 군주께서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지 않을 것이며, 백성이 풍족하지 않은데 군주께서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시겠습니까?(百姓足, 君孰與不足? 百姓不足, 君孰與足?)”라면서, 백성들의 세금부담을 적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맹자』 「진심상편(盡心上篇)」에는 “농지를 잘 경작하고, 세금 거두기를 적게 한다면, 백성들이 부유하게 될 것이다.(易其田疇, 薄其稅斂, 民可使富也.)”고 해, 맹자 역시 백성들의 세금을 가볍게 해야 한다고 했고, 대략 9분 1의 세금을 거두는 정전법(井田法)이란 토지제도 실시를 주장했다.

중국은 너른 영토를 가져 농경과 유목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지만,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아직도 많은 인민이 농업에 종사한다. <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맹자는 백성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야한다 했지만, 세금을 아예 없애거나 파격적으로 줄여주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맹자』 「고자하편(告子下篇)」에 백규(白圭)라는 이가 세금을 20분의 1로 하려는데 어떠냐고, 맹자에게 묻는 대목이 나온다. 맹자는 그렇게까지 세금을 가볍게 하는 것은 마치 오랑캐의 법도[貉道]와 같다고 역시 반대했다. 그 이유로 맹자는 오랑캐의 나라는 척박하고 백성들은 미개하므로 나라에서 비용을 쓸 데가 없지만, 만 가구가 사는 나라에 도공 한 사람만이 그릇을 만들어 공급할 수 없는 것처럼, 중국과 같이 큰 규모의 나라에는 여기저기 써야 할 곳이 많으니, 세금을 무조건 낮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근래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약 18% 정도다. 공자나 맹자가 적당하다고 한 10분의 1 수준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니, 세율이 너무 높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왕조시대에는 나라에서 도로를 내고 항만을 건설하는 등의 사회간접시설이나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복지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랏일은 물론 국민들 일상까지 두루 돈 쓸 일이 많아, 세금을 더 걷어야 할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럼에도 해마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만 되면, 많은 이들이 어째 이리도 많은 세금을 뜯어가냐고 푸념하곤 한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궁핍해 어려운 형편인데,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자기 혼자만 행복할 수는 없다. 노자(老子)가 『도덕경』 77장에서 “하늘의 이치는 여유가 있는 것을 덜어 부족한 데에 보태주는 것이다.(天之道, 損有餘, 而補不足.)”고 했다.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몫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나라 안팎이 어려운 지금,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 정치경제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