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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정상’과 ‘장애’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성 세계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홍채연 작가 

기사입력2020-02-06 11:0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있다.”

 

세계 최초로 시각·청각 장애인으로서 대학교육을 받고, 작가이자 사회 복지사업가로 활동한 헬렌 켈러가 남긴 말이다.

 

정상과 장애를 가르는 기준을 알고 있는가? 다수의 우리는 사회에서 정상의 분류 속에 살아가기에 장애의 영역에 속한 이들과는 다른 삶의 형태를 경험한다. 다수의 우리 중 정상과 장애,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회 속에 표류하고 있는 우리도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자신의 경험을 통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 속에 표류하고 있는 동시대 우리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작가가 있다. 경계적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 홍채연을 만나보자.

 

Q. 홍채연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제 작업의 동기는 어린 시절부터 동생이 주제였어요. 동생이 경계성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국가가 정상인의 아이큐를 90 이상으로 장애인을 80 이하로 잡고 있거든요. 그 사이에 위치한 사람을 경계성 장애인으로 지정하는데 제 동생이 그랬던 거죠. 가족이다 보니 경계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까?’라는 생각을 담은 작업이 십대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제 동생은 남들이 보기에는 일반인과 똑같은데, 실제로는 7살 아이큐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편견을 갖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피해보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장애 판정을 받으려고 가족들이 노력해야하는 모순된 상황을 겪어야 하기도 했고요.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 oil on canvas, 390.9×193.9cm, 2019.

 

그러던 중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혼혈 아이들 역시 또 다른 경계선에 있는 모습으로 느껴져서 사고가 확장되었던 것 같아요. 이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에 속해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을 마주하게 됐고, 경계성 세계는 모두에게 포용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화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대비되는 소재들이 조합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Q. 자신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추천해준다면?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란 작품이 있어요. 이 작업을 할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거든요. 힘든 감정 속에서도 작업을 끝내고 보니 화려한 듯하면서도 제가 느꼈던 슬픈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여성이 콤플렉스를 가리려고 화장하는 것처럼, 제 작업이 저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하는 것 같이 느껴져 나답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 작품을 마친 후 아트프라이즈에 지원을 했는데, 공모에 출품된 1374점의 작품들 중 top5에 들게 돼서 변화의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해요. 방송에 소개되는 제 작품을 보면서 아이러니한 감정과 더불어 내 작품이 감상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작품이라서 기억에 남아요.

 

Q. 개인적으로 현대적인 느낌의 초현실주의적 작품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는가?

 

저는 그림을 순수한 마음 혹은 아이와 같은 동심으로 그려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오히려 이 생각에 발목을 잡혀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면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아 표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까 봐 제 작업에만 집중을 했어요. 지금은 피터 도이그, 헤르난 바스 등 좋아하는 작가들은 있지만 영향을 받았다고 할 작가는 없고, 저는 오히려 작곡가, 음악가, 발레리나와 교류하며 영향을 받고 있어서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특정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예전에 전시에서 제 작품을 감상하시는 분들이 여기는 유토피아 같고 여기는 디스토피아 같아라고 스스로 해석하는 모습들이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작품 얘기를 하다 보면 이 부분은 라이온 킹 같아, 여기는 무지개 같아라고 각자의 해석을 끌어내는 것들도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 같아 좋았고요. 제 작품이 콤플렉스를 가리는 짙은 화장과 같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외로움이나 소외감,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공감하시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서 각자의 시선으로 제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해주시면 좋겠어요.

 

‘소풍’, oil on canvas,130.3×163.2cm, 2017.

 

Q. 예술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는 그림을 안 그리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저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살 수 있는 것이죠. 과거에 누군가 물었을 때 저는 그림은 생존이라고 대답했었거든요. 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을 하고, 밤을 새우고, 전시를 하며 의미를 얻는, 생존 같은 의미여서 예술의 본질은 너무 큰 질문이고 저 자신의 생존인 것이죠.

 

Q. 주로 평면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우선, 4~5월에 아르코미술관에서 SNS를 주제로 새로운 작업을 선보여요. 다양한 직군에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 작업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미술계라는 틀 안이 아니라 예술계라는 폭넓은 영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작업을 할 계획이에요. 사실 그러려면 페인팅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작업도 연구하고 있고요.

 

Q. 현재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고민은 너무 많죠. 제가 올해 딱 서른인데, 이십대에는 재료비·생활비 같은 현실적 문제를 얘기했을 겁니다. 이제 서른이 되고 보니, 작가에게 삼십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잘 꾸려나갈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되고 두렵기도 해요.

 

Q. 마지막으로 작가 홍채연의 꿈은 무엇인가?

 

제 꿈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예중, 예고, 미대를 진학하며 계속 미술만 하다 보니 삶 속에서 많은 친구들을 포기하고 작업에 집중해야 했는데, 은사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예술에 빠져 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분명 앞으로도 힘들고 외로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계속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게 꿈이에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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