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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용역비까지 배상해라…노량진수산 소송

노량진시장 상인단체 승소, “대화·협의로 함께사는 현대화 시장돼야” 

기사입력2020-02-11 20:08

지난해 4월 수협의 구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다섯번째 명도집행에 대해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민중당>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협노량진수산㈜이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 상인 30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구시장 상인들은 “(현대화시장 입주일인) 2016년 3월15일 이후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에 대한 권한이 이미 사라졌음에도, 구시장을 관리했던 수협노량진수산의 불법을 명확히 폭로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수협노량진수산은 수협으로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을 임차해 관리·운영한다. 구시장 상인들은 수협노량진수산으로부터 시장내 점포를 전차해 수산물을 판매했다. 전대차계약은 매년 갱신했지만,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된 2015년의 경우 전대차 기한을 현대화시장에 입주하는 날까지로 정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구시장 상인들의 입주거부


현대화시장 준공 직후인 2015년 11월, 수협노량진수산은 상인들에게 현대화시장 입주일을 2016년 1월5일로 정해 통지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은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할 경우 임대면적이 축소되고 임대료가 인상된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했다. 수협노량진수산이 같은 해 3월15일로 입주일을 변경했음에도, 이들 상인은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수협의 구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다섯번째 명도집행에 대해 상인들이 반발하며, 윤헌주 상인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당>

 

한편 현대화시장 입주일인 2016년 3월15일, 수협노량진수산과 수협중앙회는 구시장건물 임대계약은 해지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9일 현대화시장 건물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수협노량진수산은 전대차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구시장점포 등 시설물 인도를 요청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거부했다. 이에 수협노량진수산은 이들 상인이 점포와 주차장 등을 불법점유하고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폭력을 행사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7년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수협노량진수산, 구시장건물에 대한 권한 없다”


그러나 법원은 2016년 3월15일 이후에는 수협노량진수산이 구시장건물을 점유하거나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협중앙회와 수협노량진수산 간의 임대차계약이 2016년 3월15일 종료됐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아울러 수협노량진수산이 주장한 손해배상액의 근거인 용역비도 상인들이 배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과정에서 수협노량진수산은 구시장건물의 임차인으로서 임대인인 수협중앙회에 반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에스티시스템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로 약 32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관리용역계약에는 에스티시스템이 구시장건물의 ▲공실을 관리하고, 주차장 등의 노후시설에의 출입 및 이용을 제한하고 ▲주차시설 폐쇄시 안전 및 질서를 유지하고 ▲불법 건축물 설치나 물건적치 등을 감시하고 차단하며 ▲불법 및 위반 행위시 촬영해 보고하고 ▲상인단체 결성과 관련단체와의 연대 등 상인들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등의 용역을 수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원은 용역계약에 대해 수협노량진수산이 구시장을 상인들에게 받아 수협중앙회에 인도하는데 필요한 용역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현대화시장 입주를 거부하며 구시장을 점유한 상인들을 관리·통제할 목적의 용역계약이었다는 것이다. 수협노량진수산과 수협중앙회 간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상황이라면, 상인들의 구시장 점유는 수협중앙회가 직접 해결하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상인들 사법부에 감사, 근본적인 대책 마련돼야


지난 2016년 4월 현대화 건물로 이전하지 않은 구시장 상인들이 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리본을 걸어두고 영업하고 있다.
이번 수협의 패소에 대해 상인들은 사법부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이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쫓겨난 상인들은 현재 노량진시장 육교에서 노숙투쟁중이다. 이들은 시장의 공영성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노량신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이경민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소송이었다”며 “판결문에는 수협노량진수산이 용역업체를 통해 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보고하도록 한 사실도 적시돼, 이에 대해 별도로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헌주 구시장 상인대표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수협노량진수산의 소송은 대기업이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한 상인단체를 분열시키고, 현대화시장 강제 입주를 목적으로 한 소송이었다”며 “지난 3년동안 우리 상인연합회 조직이 만약 해체됐거나 분열됐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말도 안되는 소송으로 상인들은 지난 3~4년간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였는데, 천만다행으로 승소하게 돼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협노량진수산이 항소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상인들과 대화하고,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상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현대화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번 재판결과와 관련 수협노량진수산의 한 임원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청구 당시 구시장에는 상인들이 200여명 있었지만 현재는 약 40여명만 남아, 구시장이 다 정리되고 있어 재판부가 패소판결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항소 등의 문제는 수협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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