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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 적용…“을과 을이 싸우라는 것”

中企입법과제 ④소상공인이 어려우니 최저임금도 ‘깎자(?)’ 

기사입력2020-03-02 18:30

업종별·규모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 매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다. 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어렵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한다는 경영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노동자 생활안정이란 최저임금제 원칙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도 크다.

 

경영계, 소상공인 삶이 어려우니 최저임금도 ‘깎자’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영계는 OECD 주요국 대비 소상공인 비중이 높고, 이들의 삶이 임금노동자보다 열악한 현실을 고려해, 업종과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 노동자 평균급여인 329만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어, 법 개정없이도 산업별 차등적용은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고,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한다. 그러나 지역별·규모별 또는 연령대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지역별·규모별 차등 적용을 위해서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한다. 

 

서울 임금 100, 제주 임금 70…제주 최저임금 ‘깎자’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미달률이 높고, 초단시간(1주 15시간미만) 근로자 분포 비중이 크며,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부담이 증가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결정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전국 단위 단일임금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지역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 노동자의 임금이 100이라면, 제주 노동자의 임금은 70 수준이다. 전국 단위 단일한 최저임금으로 지방의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고, 국토 균형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김 교수 견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역별 차등 적용…최저임금 낮은 지역 구인란 초래

 

그러나 최저임금 미달률, 기업의 지불여력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조상균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의 적용 차등화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미달률의 업종별 격차는 사용자의 위법의식, 기업의 규모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역별 차등 적용 주장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지역별로 노동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최저 기준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지역차별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노동력 이동이 매우 유연화 된 지금,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의 구인란을 초래해, 지역경제를 더욱 공동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노동계 역시 단일한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사회적 합의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반대한다. 수요자에 비해 공급자가 과다할 수밖에 없는 노동시장에서 최저생계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임금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합의한 임금 최저선이 최저임금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결정돼야한다는 논리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서는 양대노총 모두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임금마저 차등을 둔다는 것은 임금격차를 더 늘리고, 임금불평등을 키워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 어려움…비싼 임대료, 프랜차이즈·카드 수수료”

 

이어 “개헌을 통해 최저임금 시행이 의무화된 1987년부터 국내에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원칙이 고수돼 왔다”며 “사는곳, 일하는 곳, 나이가 다르다고 해서 최저임금마저 차별해야한다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규모별·직업별·산업별로 직업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며 “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비싼 임대료·프랜차이즈수수료·카드수수료 등 복합적인 원인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킨 사먹고, 아이들 학원 보내고, 시장에서 장보는 건 임금노동자인데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소비자가 지갑을 안열어 힘들다’는 또다른 원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불균형·불평등 문제를, 재벌·대기업·건물주 등 가진 사람들의 몫을 나누는 게 아니라 늘 ‘을과 을의 싸움’으로 붙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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