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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제 지원 중심 추경안…안일, 구태의연

11.7조원 추경, 라면 살 돈도 없는 노동자에게 그림의 떡 

기사입력2020-03-07 0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 추경으로 가장 큰 규모다. 정부 부담이 늘어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이 온 나라의 내수경기가 멈췄고 수출마저 불안한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재앙이 됐고, 아직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문제이고 보면, 선제적 재정지출은 나라와 국민의 살림살이를 지켜내기 위한 적극적 방어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왔다. 빠른 전파력, 높은 사망률, 개발되지 못한 백신 등으로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격리와 활동제한이 생활 수칙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방역 당국도 각종 행사나 집단활동 자제를 요청하는 형편이니, 타격은 직접적이고 전방위적이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집단상가, 골목상권 어디 한 군데라도 살만하다는 곳이 없다. 사람은 안보이고 돈도 자취를 감췄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혈받듯해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의 곤궁한 처지는 말로 헤아리기조차 벅차다.

그래서 저소득층과 노인·아동 등 500만명에게 4개월간 2조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준다는 추경은 박수받을 만하다. 일자리안정자금 지급대상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임금을 4개월간 1명당 7만원씩 추가로 보조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추경의 많은 부분이 금융지원·세제지원이란 점은, 절박함에서 나온 대책임에도 너무 안일하고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역대 정권도 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위해 많은 추경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금융·세제 지원에 집중됐다. 은행 문턱을 낮춰 대출을 알선하고,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신차를 구입하면 세액을 환급해주는 세제혜택 방안을 내놨다. 수출기업이란 이유, 고용을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에도 온갖 세제혜택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추경이 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 본다면, 효과는 회의적이다. 세제혜택으로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창고에는 여윳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금융지원은 대다수 서민가계에 장기저리의 빚만 키운 결과를 만들었다.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추경임에도, 일반 국민들에게 크게 와 닿지 못한 건 이런 이유다. 

과거의 추경방식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알선한다고 생존 기로에 놓인 위기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시적이지만 ‘재난 기본소득’ 방안을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특히 자영업자·비정규직노동자 등 일하지 않으면 어떤 수입도 보장할 수 없는 계층에게는, 복잡한 대출제도나 갖가지 지원책보다 기본소득을 직접 건네는 것이, 당장의 파경을 면하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해 본 적이 없는 제도이고, ‘퍼주기’ 논란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라면 살 돈도 없다는 일용노동자의 하소연 앞에서, 11조7000억원 추경이 그림에 떡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추경안은 국회를 거쳐 확정된다. 시급을 요하는 문제다. 여야의 공방이 있겠지만, 부디 당리당략보다 절대빈곤에 빠진 서민들 처지를 먼저 생각해줬으면 한다. ‘코로나 추경’, 규모만큼 방법과 대상에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은행 문턱이나 낮추고, 새차에 세금을 깎아줘서는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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