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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21세기 ‘여체를 대하는 사고’는 아직 발전 못해

김윤아 작가의 Life is pain.ting…#27. 둥근 선들, 거친 시선 

기사입력2020-03-19 14:02

인간의 신체는 항상 터부(Taboo)의 대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신체는 생물학적인 면과 성을 표현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의 관념에 따라 여러 시각으로 묘사되어 왔다. 특히 여성의 신체는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논쟁의 대상이다. 유명 연예인이 노 브라로 대중 앞에 서서 구설수에 오르는 사건들은 우리에게 이미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슈이며, 외부에서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모습에 대한 것도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교배, 즉 성관계를 통해서 번식하게 된다. 성관계는 이러한 생물학적 번식작용을 하지만 육체적·정신적 만족감도 부여한다. 프로이드는 성욕구를 심리적 출발로 보고 현대심리학 기틀을 세웠다. 특히 유대기독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서구문화는 성관계를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저지른 죄를 기본으로 본다. 예수그리스도가 성관계 없이 성모 마리아 처녀의 몸에서 잉태해 태어난 하나님의 아들임을 예로 볼 수 있다.

 

Portrait of a Woman in Red<출처=foundlingmuseum.org.uk>
최근 런던의 Foundling Museums에서 지난 500년간 임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Karen Hearn 큐레이터는 지난 20년간 이 전시회를 구상했다고 한다. 전시회는 대부분 영국 작품들에 중점을 두었다.

 

영국이 1558년 엘리자베스 1세가 왕좌에 오른 다음 국교를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바꾼 이후 1600년도에 드디어 임신한 여자의 인물화를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의 순결성을 존중하는 것과 달리, 종교개혁의 창시자인 마틴 루터는 임신자체는 성스러운 것이며 많은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게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했다는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시대에는 여성들이 출산 중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임신 그 자체에 대해 더욱 관심이 많았다. 엘리자베스 조슬린이라는 여인은 1662년 자기가 출산 중 사망할지 몰라 뱃속의 아이한테 편지를 썼고, 이 여인이 출산 중 사망한 이후 지인에 의해서 공개되어 그 시대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이 편지도 이번 전시회에 진열돼 있고 관람객들에게 엄청난 감격을 주었다.

 

17세기에는 인물화 속에서 여성이 배에 손을 얹음으로써 임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는 임신한 여성의 인물화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아마도 임신을 성관계와 연결시킨 시대의 사고인 것 같다.

 

1772Teresa Parker라는 여인은 임신 중 남편이 인테리어 장식용으로 급하게 작가에게 여인의 인물화를 그리도록 했다. 그 여인은 임신 중이니 적절하지 않다고 하자, 그 시대 명성이 있었던 작가인 조슈아 레이놀즈는 걱정 말라고 하고 얼굴을 집중해서 그리고 몸 아래는 나중에 드레스로 장식했는데, 완성된 그림에서는 그 여인이 절대로 임신 중인지 알 수 없다.

 

대중에게 미술이 활성화된 19세기에도 임산부를 주제로 한 대표적인 작품은 찾기 힘들다. 20세기 초반에 들어서 한 두명의 작가들 작품이 있긴 하지만, 와이프나 애인이 임신한 모습이었고 그마저도 매우 프라이빗 한 이미지였다.

 

Textile panel of embracing figures<출처=foundlingmuseum.org.uk>

 

20세기 중반부터 여성작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임신한 자신이나 친구들의 인물화를 그렸고, 그들의 접근방법도 달랐다. 자기 자신의 임신을 통한 경험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에 하나는1991Vanity Fair 잡지 표지에 나온 사진작가 Annie Leibovitz의 임신한 영화배우 Demi Moore의 누드사진이다. 이 사진은 그때 상당한 충격이었고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사진에서 데미 무어의 자존감이 표현되었고, 임신한 여성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임산부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보편화 됐고, 자기 배우자의 임신한 이미지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지금은 만삭 기념 사진촬영을 따로 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지만, 그 신호탄이 바로 이 즈음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26년 후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암스도 비슷한 사진을 공개했다.

 

서양미술사 측면에서 보면, 임신은 항상 성의 위대함의 상징은 아니었다. 자존감의 상징이던 시대도 있었지만, 어느 시대에는 임신한 배가 당혹감의 상징이어서 숨기고 가리려 했다. 임신 자체가 외부에 드러나는 게 터부(Taboo)였다. 17세기 작품 속에서는 임신은 남자의 목표달성이었고, 여자는 기계적으로 아이를 만들어주는 역할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라 관심만 있다면 이와 관련된 많은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있고, 그 의식 자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해 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논란이 됐던 여러 가지 사건을 보면, 21세기의 우리의 여체를 대하는 사고는 아직 많이 발전되지 못한 듯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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